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시케 May 21. 2021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안도

우주의 미아는 커서 상담자가 되었습니다.


어느 집단 상담에 참여했던 스물여섯의 나.


나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내 안에 맴돌던

외로움, 적막감, 막막함을 이야기하며

'우주의 미아'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집단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이 표현에 걸쳐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주기 시작했다.



집단 상담의 효용이자 목표란 이런 것인가 싶었다.


공명과 공감의 파장 속에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안도를 함께 하는 것.


마음의 괴로움이 외로움의 겹으로 두터워질 때

혼자 안고 있기에 더 무거운 것이 되고

말할 수 없기에 더 심각한 것이 되고

단지 내 것이라는 이유로 부피가 커져갈 때,



더 많은 설명을 할 필요 없이

그 느낌을 그대로 이해하고 말았음을 이야기해주는,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고유의 외로움이, 보편의 외로움으로 한 겹씩 전환되고

나는 점점 덜 외롭고 덜 적막하고 덜 막막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밍 아웃'을 한 분이

"여기, 우주의 미아 한 명 더 추가요!'하고 외쳤을 때

우리는 내내 울다가 결국 웃었다.




마치 짜장면 곱빼기 하나 추가요! 하고 외치는 듯

모든 고백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지고


우주에 더 단단히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사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한동안 같은 문장을 쓰고 또 썼었다.


"우주의 미아는 외로웠습니다."


그것이 단지 '첫' 문장에 불과한 줄을 모르고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쓰는 내가

앞으로도 계속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쓰게 될까 봐 두려웠었다.


하지만 결핍은 결국 목표가 되었고

그 문장 뒤에 새로운 문장이 덧대어졌다.


"그래서 그 우주의 미아는 커서

미아들의 우주 정거장을 세우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안도에

도달한 덕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 접촉_존재가 눈물을 흘리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