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마시자
서울로 돌아간다. 10개월 만이다. 나는 여행 때도 쓰지 않던 캐리어를 창고에서 꺼내 먼지를 손으로 털어냈다. 먼지가 날릴 때마다 손을 입으로 갖다 댔다. 초점은 대학 도서관에 있다. 교류도 중요하지만, 나는 쓰고 싶은 게 많다.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무탈한 날들이, 강물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가길 바란다. 나는 당장은 45일간 체류할 것이다. 파전을 파는 가게 건물에 자리한 고시원에 방을 구했다. 나는 6월 중순 한강 하구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바다에서 넘어오는 새들을 보았으면 좋겠다.
10개월 전, 한강 하구에 위치한 김포로 이사 올 때, 마음이 복잡했다. 30년 가까이 지낸 서울의 집에 다시 들어가지 못한다는 절망과 나의 무능함에 대한 한탄이 뒤섞였다. 무더운 8월에 나는 카페에 나가 펜으로 원고지에 글을 쓰다가 싸늘한 에어컨 바람에 실핏줄을 드러나는 게 싫었다. 나는 자연풍이 좋다. 그래서 10년 만에 자전거를 꺼내 수리하고, 하구를 따라 서해로 나가길 반복했다. 쳇바퀴처럼 살았다. 함께 같은 대학에 진학했던 고교 동창에게 서울 살이를 제안받았다. 40여 일을 고민하면서 부모님과 상의했다. 승낙을 겨우 얻어내고, 한 주간 발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도서관이 크다. 도서관에 머물러 쓰기보다 읽기를 반복할 계획이다. 읽기는 휘발되니 덧없다. 덧없는 것은 무궁한 시간 속에 영원히 남는다. 나는 강고한 쓰기보다 스러지지 않는 교정의 저녁노을을 사랑한다.
채비도 마쳤으니 가야 할 때가 되었다. 당분간 이 책상에서 쓰는 일은 없을 게다. 대도시의 채취를 그리워하는 몸부림으로 읽히지 않길 바란다. 나는 김포에서 바다에 닿는 강물의 표정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다. 산기슭에 자리해 호수를 품은 대학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나는 거기서 자연의 감수성을 배웠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어느새 해는 중천이다. 일출은 무겁다. 일출과 대학가의 술냄새와 교정의 푸르름과 예비 지성들이 뿜어내는 발랄한 생명력은 닮아 있다. 나는 무거운 것들이 뜨는 현상에 신비를 느꼈다. 무수하고 불온한 이 반동을 견디러 나는 간다. 이토록 빛나는 젊음의 찬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