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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Dec 30. 2021

밤에게서 희망으로

지난밤 그곳에 간 건 아주 오랜 결심의 발로였다.


내내 이야기 나누고 난 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니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면 똑같아질 뿐이라는 이야기 끝에 그러면 아르바이트? 아님 다시 카페? 그것도 아님 조그만 술집이라도 오픈해야 하는 건가?


아니 술집이고 카페고 지금의 팬데믹 시대에 위드 코로나와 도대체 무얼 하면서 밥을 먹고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물론 그녀가 처한 상황은 비록 코로나 시대라서가 아니라 이미 꽤 오랜 시간 그러니까 10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빈둥거리면 여행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왔기 때문에 자신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생각한 지는 한참이었다.







그러다가 오전에 대구에서 온 지인과 커피를 마시면서 현재 연락하고 있는 그(썸남)와의 만남에 대한 토로의 끝에 결국 연애도 사랑도 하려면 그분 말대로 다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걸 하기 위해선 그녀가 예전에 내팽개친 9 to 6의 직장생활로 돌아가거나 힘들게 뻔한 자영업자의 세계로 뛰어들 각오를 하거나 경제적으로 꽤 여유로운 이를 만나서 결혼생활로의 도피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그치자 그녀가 말한다.


"그런 마지막 옵션을 선택하려고 했으면 지금 40대 중반이 아니라 벌써 어렸을 때 선택했어도 몇 번을 했을 거야! 그런 선택이 가능한 사람이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고."


그녀가 처음 직장생활을 그만두었을 때는 귀중한 시간을 직장에 다 줘버리고 남는 건 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몇 백만 원의 돈. 그 돈이 간절하여 생활비나 양육비로 쓴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여기며 일에 매진했거나 대단한 성취를 이루며 일에서의 성공을 찾으며 커리어우먼으로서 살아가며 마케팅 전문가 입네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는 어느덧 중간관리자를 지나서 임원급을 내다보면서 말이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 중에는 이사급 임원들도 몇 있고, CEO라 부를 만한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한 달에 몇 백만 원 그리고 일 년이면 몇 천, 본인 명의로 된 부동산 그런 거 보다 현재에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더 필요한 시기에 있었기에 회사를 그만두는 데 어떠한 주저함도 없었다.

하지만 명확한 플랜이나 비전 없이 흘러가는 대로 너무 지내서일까? 연애도 결혼도 뜻대로 되지 않은 채 여행도 즐거움에 기반한 어떤 거보다는 일종의 도피로서의 여행으로 갈무리되기 일쑤였다.


물론 공항에 가면서부터 혹은 다음 목적지에 내려서의 설렘이나 오늘 당장 어디서 잘지도 모르는 게으른 여행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스치듯 조여 오는 불안감, 이대로 괜찮을까?


태국을 여행하면서 오늘 내가 여기서 3만 원 하는 호텔에서 자는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걸까? 그냥 도미토리로 가야 하는 거 아닐까? 며칠을 더 보내고 돌아가야 할까? 하는 마지막 여행에서 그녀는 더 이상 이런 도망 말고 좀 더 안정적인 구조로 뭔가를 시도해봐야겠다는 결론에 봉착한다.


그리하여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는 옵션도 강구해보지만 경력 단절의 차이가 꽤 길고. 나이는 찰대로 차고. 가지고 있는 전문기술이나 학력보다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뒤의 세계 라던지 혹은 또 다른 세일즈의 방면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예전에 없던 어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야 한다는 강렬한 마음이 어우러져서 뭔가 해보려 하지만 세상은 바이러스로 여전히 더 어지러워진 것이다.







그리하여 또 다른 옵션인 자영업자로의 길을 모색한다. 한 번 시도한 카페는 여전히 수익이 어려울 듯하고.

소소하게 즐거울 수 있겠으나 이제는 놀았던 10년을 커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해서 인지 수익을 무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술집을 고려하던 차에 그러하다면 아르바이트로 먼저 술집에서 일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바 몇 군데 급하게 연락해보니 당일 바로 오라 하여 그냥 들러나 볼까? 어떤 분위기 인지 봐야지 했으나 바로 일해볼 수 도 있으니 준비하고 오라고 한다.


"바로? 오늘 밤에?

네. 갈게요. 위치는 거기 맞죠?"


부랴부랴 샤워도 하고 , 화장도 하고 나서려는 찰나 비가 흩날리듯이 내린다.

다시 집으로 가서 운동화도 바꿔서 신고 다시 길을 나선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바 며칠 전에도 차를 타고 지나간 곳인데 저 건물에 들어간 적도 멈춰 선 적도 없는 곳이다.


건물에는 1층에 사케바와 이자카야가 있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로 노래방도 모텔도 있는 건물이다.


하. 이 동네를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했고. 건너편에 있는 호텔에서는 사진전을 한 적도 있는 곳이라 잘 안다고 여겼지만 실제는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타는 대신 2층이라 올라가기 전 웨지힐이 높은 애정 하는 구두로 갈아 신고 심호흡을 한다. 2층 문을 밀고 들어서자 그때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 너 뭐하니?"

" 나 진짜 일하러 왔어. 지금 너처럼 술 마시러 술집에 간 게 아니라 난 정말로 일해보려고 술집에 왔어."

" 너네 집에 돈 달라고 해. 거기서 뭐해?

" 뭔 소리야? 나 진짜 일해보려고 온 거야. 면접보고 바로 일할 수도 있다고 했어. 안 하던 화장까지 하고 왔다고."

"... 그래 그럼 면접 보고 전화해. 알았지?"

뭔가 늘 까칠하게 느껴지던 그가 츤데레 같은 다정함으로 전화를 끊는다.



바에는 두 명의 여자가 앉아있고.

손님은 3~4명 보인다. 그 사이 또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


" 나 정말 장난하는 거 아니야 진짜로 해 볼 거야. 그리고 적성이 맞다고 생각하면 신도시에 있는 가게 계약하고 진행해볼 거야."

" 그래 잘 알아봐. 근데 네가 가고 싶다고 한 그 바에 왔는데 사장님하고 통화해볼래? "

" 야! 진짜 너는 배신자야. 내가 가고 싶어 하던 곳을 왜 혼자 가냐? 그래 바꿔줘. 나 면접 보러 온 건데 너 진짜 이러기야?"


그 와중에 수화기 건너편에는 그의 동네에 갔다가 맘에 들어서 사진을 찍었던 바 사장님과 통화를 한다.


“ 제가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가게 입구에 설치해두신 유리상자 속 샹들리에도 이뻐서 꼭 가보고 싶었어요. 가게 입구도 근사해서 다음에 그 동네 가면 꼭 들러서 마시자고 했더니 친구가 먼저 갔네요.”


네 혼자 오셨는데 안주를 세 개나 시키셨어요. 사장님의 너스레에 나도 장단을 맞춘다.


“네, 감각이 좋으셔서 안주도 맛있을 듯. 담에 꼭 가볼게요. 고맙습니다.”


바에 오기 전에 연락한 남자 실장이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가게로 들어온다. 내부의 밀실 같은 스태프들의 휴게 공간으로 들어가서 면접을 본다.


" 이쪽 일은 해보셨어요? "

" 네. 제가 일했던 곳은 이런 바 라기보다는 와인과 위스키를 파는 곳이었는데 오래 하지 않고 잠깐 일했어요.

" 아, 그럼 그때 옆에서 앉아서 일했나요? 아님 마주 보고 앉아서?"

" 아, 그런 개념이 아니라 와인을 서빙하거나 안주를 갖다 주는 그리고 주로 앉지는 않았어요."


거짓말이었다.


실은 집 앞 카페에서 주말 아르바이트식으로 일해 본 게 다였다. 거긴 술도 안 파는 카페였는데, 와인바에서 일한 거 자체도 거짓말이었지만 아무 경력이 없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 아 그럼 거의 호텔에 있는 바에서 일하는 거처럼 하신 거구나."

" 아니 글쎄요. 호텔 바에서 일하는 거 라기보다는 와인바 위스키 바에서 서빙 이랄까요?

그래서 앉는 건 아니었어요."

" 네 저희 가게는 맞은편에 앉아서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에요. 그리고 제가 매장을 몇 군데 하고 있는데 마사지샵도 있고 노래방도 하고 있어요. 여기는 맞은편에 앉아서 하지만 노래방은 바로 옆에 앉아서 일하는 거라 약간의 접촉이 있을 수는 있어요."

"아, 저는 노래방은 괜찮아요. 아니하고 싶지 않아요. 옆에 앉는 게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소리에 민감해서 노래방에서 내내 일하는 건 좀 그래요."

"아니 저희 가게 매니저가 30대 중반인데 그 친구 밑에서 일하는 거도 그렇고. 하지만 노래방은 손님들의 나이대도 조금 더 있어서 물어본 거예요. 시급도 조금 더 세고요."

"아 그렇군요. 시급도 중요한데 저는 노래방은 사양할게요. 제가 나이가 많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실례지만 갔다 오셨나요? 돌싱? 경력에 갭이 있다고 하셔서."

"아니요. 싱글인데 계속 여행 다니고 그러느라 아직 결혼도 못하고 일도 안 하고 그러고 있네요.

아.. 실은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제가 이런 바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 해서 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작정 바를 인수해서 오픈하는 건 또 아니지 싶어서요. 제가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써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인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요."


" 아.. 근데 그 이야기는 여기 관리하는 친구한테는 하지 마세요. 오늘 한 번 일해 보세요. 시급은 13,000 해드릴게요. 그리고 다시 이야기하는 거로 해요. 나이는 참 38로 해요. 그건 앞으로도."

"아. 네 그럴게요. "

" 11시부터 그럼 일해 보세요."


그리고 그에게 또 전화가 온다.

이미 술이 많이 된 그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면접 후 바로 일하게 된 게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뭔가 어색한 거도 사실이다.


바로 바 건너편으로 들어간다. 손님들에게 오늘 처음 왔다고 인사하는데 그들은 이미 다 마시고 떠나려는 사람들에게서 한 잔 받기도 무섭게 남은 술을 킵 하고 돌아가는 그들.


처음 왔다가 인사하고 그들을 배웅하기는 그래서 바에 앉아 있다가 본능적으로 바 주변을 치운다. 따로 재떨이는 없어서 종이컵에다 담배를 피운 그들의 흔적을 그리고 남은 술을 치우면서, 아 이런 일을 앞으로 하게 되겠구나. 그리고 옆에 있는 손님들 중에 낯익은 여인이 보인다. 이웃 아파트에 사는 여인인데 오며 가며 보았는데 다행히 나를 기억하는 거 같지는 않다. 그리고 중간의 남자의 지인으로 여자 둘이 와 있고, 한 명의 남자가 더 온다. 그는 빵모자 같은 걸 쓴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으로 술 대신 물을 달라고 하고 주차하느라 힘들었다면서 얼음 담긴 글라스를 벌컥벌컥 마신다.


술값은 내가 낸다며 연신 옆에 온 그는 그녀의 손을 주물럭 거리면서 새로 온 남자의 친구에게 왜 이상한 모자를 쓰고 왔냐고 구박을 한다.


내가 아닌데. 모자 잘 어울리시는데요 하니까. 나와 그 남자를 연이어 보면서 그럼 둘이 잘해봐.

이 친구가 너무 외로워 매일 혼자 있어 그런다. 그러다가 다시 불러 낸 그녀들과 이야기한다.


그녀 역시 남사친 친구들 따라서 이런 바에 와 본 적이 있다. 신도시에 있는 친구의 단골 바에 가서 그곳에서 일하는 언니들과도 이야기하면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녀들도 지금 그때와 나와 같은 기분일까?


아니다.

그렇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낯익다 여긴 그녀가 배고프다면서 안주를 시키려 하자 여기 이 바에는 기껏해야 과일, 오징어 정도로 건너편 분식 포차에 전화해서 주문하기로 한다.


빵모자를 쓰고 온 그가 술 한잔을 따라주려고 한다. 괜찮았지만 이게 이곳의 생리니 군소리 없이 잔을 비우고 맥주를 받는다.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왔다는 그는 인상이 푸근하고 목소리가 차분하다. 친구의 뒤치다꺼리가 익숙한지 이따가 국밥 한 그릇 먹고 호텔에 데려다줄까? 하고 호텔의 위치를 묻는다.


그녀가 그에게 묻는다.


" 어떤 글을 쓰세요?"

" 이거 저거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신문사에 기고도 하고. 책을 낸 건 재미가 없어서 말하기 뭐한데..."

" 아. 그래요? 그럼 도서관에도 있겠네요. 어떤 건데요?"

" 미학에 관한 책이라 재미없어."

"흠… 그렇구나. 근데 저는 미학 책 궁금한데, ㅎㅎㅎ"


술값을 내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남자도 모 대학의 교수인지. 옆에 불러낸 그녀들이 교수님 교수님 한다.


" 이 친구가 맘에 들어? 그러고 보니 너! 권남이 닮았어. 그렇지? 권남이. 다음 주면 올 텐데. 그러네 뭔가 생뚱맞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지. 그러고 보니 닮았네. 권남이랑"

"ㅎㅎ 그래요? 재미있네 제 이름에도 남이 들어가요. 우연인데 신기하네요."

" 다음에 권남이랑 같이 올게 그때 같이 만나자."


그래요 그때 꼭 같이 만나면 좋겠어요.

(속으로 그때도 여기에서 일할 수 있을까? 아니 그다음에도 당신들이 여기 와서 술을 또 마실 건가?)


글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진득하게 하고 싶었는데 술이 이미 거하게 취한 그가 말한다.


" 둘이 여관에 가. 이 근처 여관 얼마 안 해. 둘이 가면 되겠네."

 

(갑자기 발끈하고 만다. 아니 왜 여관에 가? 여관 말고 호텔도 있을 텐데 모텔도 아니고 여관이라니.)


" 아니 선생님은 호텔에서 주무신다면서 저희는 왜 여관에 가라고 하세요?"

" 아니 여관이 호텔이지."

" 그래요? 아까 당신이 오늘 잡은 호텔이 이비스호텔이고 어쩌고 할 땐 호텔 이야기하더니

_ 당신 친구랑 저는 여관 가라고요? "

하하하!!!  

정말 표현하고는.

그런 말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웃기고 화가 났다.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하루 아르바이트 두 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26,000 원인데. 이날 이 진상 손님 때문에 결국 일 한 시간은 1시간 30분이었다.


작은 맥주병으로 20병 넘게 엄한 소리 해가면서 술 취한 사람을 상대하는데 일한 아르바이트 혹은 정직원 여자가 네 명 그리고 나를 면접에서 고용한 남자 실장은 나를 면접보고는 돌아갔지만 그의 몫까지 해서 그 술자리에서 그 진상 교수에게 청구한 돈은 258,000원이다.


그냥 생각해도 맥주 작은 병으로 20병의 값 치고 비싸다 여겨진다. 애초에 현명한 그였다면 여기 와서 마시지 않았겠지만 술을 마시고자 하는 이들이 범하는 실수는 언제나 뻔하다.


과일과 기본 세팅을 포함해서 맥주 5명이 79,000원 그리고 작은 병맥주 한 병당 10,000원이다.

그제야 병의 개수를 세어본다. 20병 맥주병 그리고 막내의 그 사이 새로 맥주 5명을 가지고 왔다. 결국 진상을 부리면서 계산서를 다시 요청한 그 교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25만 원 하고 8천 원을 카드 결제한다.

거기엔 25,000원 포차에서 주문한 안주도 포함된 것이다. 그 밤에 진상 고객 덕분에 조기 퇴근할 수 있었고. 난생처음 술집 아르바이트로 2만 원을 벌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뭔가 불편해서 안주로 나온 떡볶이를 맘 편하게 먹을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나오기 전에 잔을 치웠다.  


바람이 거칠게 불었고,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 금요일 밤이었다.

자정을 넘긴 지 얼마 안 된 시간. 근처에 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바를 기웃거리다가 들어가기로 한 그녀.


바에 자리를 잡고 내부를 살펴본다. 친절한 직원들이 메뉴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늘 이런 바에 가면 주문하게 되는 진을 칵테일 스타일로 알아서 달라고 한다. 이 가게에서 진 gin 종류만도 5가지가 넘는다. 늘 마셔본 거 말고 다른 걸 주문할까 하다가 헨드릭스의 한정판으로 미드 섬머 이번 여름에만 나온 게 있다고 추천해준다. 주문하기도 전에 테스팅을 권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올여름에만 나온 3000병 한정인데 저희가 많이 사둬서 아직 있답니다. _ 바텐더의 세세한 설명


헨드릭스 진을 집에 두고 마시지만 집에서 만들면 아무리 오이를 얇게 채 썰어도 뭔가 분위기가 안 나서 다른 걸 시켜보고도 싶었지만 테스팅한 그 한정판 ‘미드 섬머’가 맘에 들어서 결국 선택하고 만다.

현란한 바텐딩 모습을 말하지 않고서 몰래 촬영해본다.




말하지 않은 건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다.

나중에 그의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걸 또 자신의 계정에 공유한다.



아무 말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플로우 flow에 아 여기가  그 흐름의 공간이지.

친절한 그와 몇 분 더 이야기를 나눈다. 딱 한잔의 Gin 이 내게 주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지만 멋진 공간에서 그걸 가꾸어내고 있는 젊은 청년과 대화는 참으로 좋았다.


진상 손님 덕분에 알바를 조기 퇴근하고

진상 손님이 아닌 하지만 꿀 고객도 아닌 딱 한 잔 팔아주는 손님으로 포지션을 바꿔서 그렇게 또 2시간 여

바와 술을 즐기고 온다.


배웅받으면서 그가 마스크 드릴까요? 하길래 가방에서 꺼내기 귀찮았던 나는 고맙습니다. 하고서 마스크를 쓰고 찬바람과 비를 뚫고서 집으로 향한다.


진상 손님은 3차 가서 또 술을 마시고 있을 테고. 그녀에게 전화했던 그는 자고 있으려나?

ㅡ괜히 받지도 않을 전화를 해보지만 응답은 없다.


그렇게 총총걸음으로 옷깃을 여미며 집으로 향한다.


그 바에서 어떤 희망이 보였다. 술집을 할 게 아니라 거기에 공간의 힘을 불어넣어 보면 어떨까?

바에서 책을 볼 수 있게 서고를 세팅해두고. 어떤 요일은 영어로만 혹은 일본어로만 주문하기 이야기하기 라던가?



진범인 플래그에 이런 서고가 있는 바가 나와서 친구들의 아지트로 쓰인다.



위스키 바에서 책을 읽는 친구를 제주도에서 만난 적이 있다.

위스키 바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것도 자주 해 본 게 아닌데 거기서 책을 본다고?

어두운 조명에서? 이미지 상으로  어울릴  같다는 생각마저 한다.




2032년에도 계속해서 이곳에 글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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