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올드시티에만 계속 머무는 걸까요? 옛날 사람이라 그런 건가?
치앙마이 한달살기 올드 타운에서 열흘째 보내고 있습니다.
왜 한달살기 열풍이 불고 그중 태국에서는 방콕도 인기가 있겠지만 치앙마이가 한 달 살기의 대표 도시처럼 여겨졌을까요? 아마도 북쪽에 위치하여 방콕보다는 선선하고 수도보다는 아무래도 착한 물가가 한몫했을 듯합니다. 그러면서 수도에 못지않은 인프라라고 해야 할까요? 문화, 예술, 템플 등 볼거리도 다양하고 밤문화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술집, 재즈클럽 등이 있어서 아닐까 하고 혼자 짐작해 봅니다.
세 번째 치앙마이에 오면서 한달살기를 해야지 하고 온 건 또 역시나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세 번이나 오면서 가보지 못한 도이 수텝이나 근교 도시 빠이, 치앙다오, 치앙라이를 가려다 보니 그 거점으로서의 경유지로 저에겐 치앙마이가 있었을 뿐이고 한국 친구들이 있고 올드 시티는 세 번째이다 보니 지도 없이도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익숙해져서입니다.
그리고 여행 가서 카페 투어가 무엇보다 중요한 저에게 치앙마이는 꽤 괜찮고 준수한 카페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도착한 이후부터 거의 매일 숙소 근처의 괜찮은 카페를 찾아다니며 오전의 커피 타임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타이 밀크티가 보이면 사 먹고 과일 스무디도 하루에 2개씩 챙겨 마시기도 하고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가 인 더 파크라고 매일 아침 오전에 올드시티 내 끝자락에 위치한 농부악 공원에서 요가하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 갈 수 있을 때마다 갔습니다. 그리고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 투숙하면 매일 수영을 꼭 하고
되도록이면 걸어서 곳곳을 다녔습니다. 물론 친구가 태워주거나 하면 오토바이 뒤에 타기도 하고 말입니다.
처음에 치앙마이에 왔을 때를 기억합니다. 우기에 비가 엄청나게 와서 우울한 영화 한 편 찍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면 그때 쓴 글을 한 번 읽어봐 주세요.
지금은 버닝 시즌 직전이라 딱 적당한 더움이랄까요? 여름을 좋아하는 저에겐 딱 맞는 계절이고 밤에는 선선한 기분마저 주는 2월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이번에 함께 여행을 시작한 체코 친구는 덥다고 힘들어하고 다시는 태국을 찾고 싶지 않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저에겐 아주 편하고 때로는 한 달 살기 할 만큼 머무르기 좋은 도시이지만 그녀의 말에 의하면 유럽과 다를 바가 없는 투어리스트가 가득한 그런 관광도시라고. 물가가 그리 싼지도 모르겠다며 그녀는 불평 아닌 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녀 덕분에 가성비 호텔에서 지내기도 하며 둘이라는 이점을 누리기도 했지만 저에겐 매력적인 곳이 그녀에게 별로라고 하니 아쉽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저는 1월 말에 도착하여 2월 말까지 있다 보니 거의 한 달을 보내고 다시 다른 나라로 갑니다만. 한 달이니 한 곳에서 머물면 참 편했을 텐데 처음 숙소를 잘못 예약하면서 어쩌다 4일 연속 다른 숙소를 체크인해야 하는 불상사를 겪었습니다만 그래도 그랬기에 다른 동네도 가보기도 하고 또 맘에 드는 숙소가 어딘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메인 호텔을 수영장 있는 오래된 가성비 좋은 곳으로 정하고 또 빠이와 치앙다오, 치앙라이 등을 여행하기로 합니다. 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는 빠이를 다녀오고 치앙다오에 가려고 하는 동안에 쓰는 글입니다. 치앙다오는 휴양하기 좋은 작은 소도시로 핫스프링 그러니까 노천온천이 유명하고 제가 이번에 가려고 하는 이유는 샴발라 Shambhala라는 일본인이 만든 음악축제가 마침 이 시기에 펼쳐진다고 해서 가려고 합니다.
치앙마이에서 제일 좋아하는 골목은 분홍색 꽃이 흐드러진 히피들이 자주 올법한 가게 앞인데 제가 이번에
야간 기차를 타고 오면서 만난 일본인 친구도 마침 그 근처를 좋아하고 해서 그곳 사장님 하고도 인사하고
거기 자주 출몰하는 일본인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왔습니다. 그때 만난 커플과 빠이에서 우연히 또 여러 번 만나서 재미나게 농담을 하고 했는데 아마도 그분들은 후쿠오카 살아 앞으로 자주 볼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가게 앞에는 좋아하는 스무디볼 가게도 있고 이태리 친구와 갔던 작은 카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사적인 동남아에서 치앙마이 편 숙소로 나왔던 곳이 있기에 갔다가 마침 주인과 마주쳐서 이선균 배우를 잠시 추모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치앙마이 한 달 살기라고 해도 근교 지역 다녀오고 하느라 3주 정도 치앙마이에 체류하는 것인데 그래도 그 시간이 길다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카페투어 하기 ( 30~ 100 바트 내외 )
아침에 공원 가서 요가하기 ( 무료 )
수영장 있는 호텔에서 수영하기 ( 숙박비 내에 포함 )
템플 마사지 같은 가격 착한 곳에서 마사지받기 ( 120~ 170 바트 선. 보통 250 ~300 바트 선이 평균이라 )
장기 여행을 하다 보니 가성비 좋은 곳을 아무래도 찾게 되는데 그래도 제 여행이 저는 좋습니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술을 못해도 담배를 못 펴도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서 여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한달살기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저에게 늘 1순위는 발리였는데 그동안 한달살기 이상 길게
체류한 곳이 꽤 많더라고요. 처음 해외를 갔던 유럽도 한 달로 시작했고, 미국 처음 갔을 때도 3개월이고
캐나다에서 5개월 체류한 적 있고, 유럽도 갈 때면 거의 한 달 이상 3달 가까이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또 겨울을 피해서 길게 나와 있으니 좋습니다. 늘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하는 명제는 따라다니지만요.
꼭 한달살기처럼 장기 플랜이 아니더라도 오래 머물면서 로컬처럼 때로는 투어리스트처럼 지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냥 항공권을 사고 출발하세요. 망설이면 항공권 가격이 올라있을 뿐이라고 감히 말씀드리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늘 같은 패턴으로 여행을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또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나눕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제가 가는 여행을 제대로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