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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Jul 05. 2024

인생의 긴 여름방학 다시 길을 잃다

라이프코칭 다시 일어설 시간

작년 교토 두달살기  이후 새해 첫날부터 3개월 여정의 장기 여행 그리고 다시 일본 한달살기 연이은 긴

여행으로 국내 체류 시간이 오히려 내 집 같지 않은 어색함을 주는 장기 프로젝트 여정 이후 국내에서의

시간이 낯설고 내 자리 같지 않아서 제대로 발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인생의 긴 여름방학이라 하기에도 그 시기가 잦다 보니 여행 후에는 어떤 이별후유증처럼 누군가와의 헤어짐

혹은 여행 그 자체에 대한 그리움으로 집에서의 시간이 오히려 여행지의 하루 이틀 머무는 호텔보다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함 마저 들어서 꼭 며칠 머무는 곳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그나마 그런 생각이 잠시 들지 않았던 건 한 달 이상 함께 여행한 여행메이트 스페인 친구가 나의 도시로 여행

오면서 그와 보내는 시간으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다가 그가 돌아간 후에야 정말 제대로 된 늪에 빠진 거처럼

두문불출 집 밖을 아예 나가지 않고 열흘 정도가 흘렀습니다.  

날씨 탓을 하면서 나가지 않다가 날씨가 좋은 어느 날 겨우 집밖으로 탈출할 수가 있었는데 습도가 최고치를 찍던 어느 날에서야 비로소 친구에게서 오래전에 받은 기프티콘을 쓰러 나와서 이 글을 씁니다.







갱년기 증세는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툭하면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나고 아직도 거위털 이불을 치우지 않은 채로 지냅니다. 갈증이 심해져서 예전에는 정수 물을 마셨다면 이제는 냉수가 아니고서는 계속되는

갈증을 채울 수 없어서 속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연이어 찬물을 마시고 배가 고플 때까지 혹은 속이 쓰릴 때까지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아서 평소보다 몸무게가 2kg 정도 줄어든 상태를 내내 유지하면서 어떤 운동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쉬이 움직여지지 않는 몹쓸 병에 걸려서 헤매다가 겨우 to do list를 쓰고서

적고 있는 이 글은 어떤 고해성사이기도 하고 반성문이기도 합니다.






여행이 답이 아니라는 건 지난 여행 막바지부터 체코 친구와 다짐한 부분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고 다시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무서운 폭염이나 장마 보다도 걱정되는 건

멘탈 건강입니다. 밀린 일드나 넷플릭스 시리즈도 예전만큼의 힐링을 가져다주지는 못합니다. 크게 보고픈

작품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보면서도 내내 걱정스러운 앞날이 문득문득 떠올라서 집중이 안되기도 하니까요.






당장의 잔고 걱정이나 더한 불안은 관계에 관한 정립이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럴 때 보게 되는 드라마 속 관계 속에서 어쩌면 별 거 아닌 부러움이 커져버려서 현실에 없을 이상적 관계일지도 모를 그런 것들을 더 갈망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해야 할까요?


오랜 친구는 그러지 않을 거 같은 너가 오히려 그런 관계에 대한 욕망이 크다고 말해주었지만 저에겐 캐리어나 그런 것보다 늘 인생의 1순위는 항상 사랑이었습니다. 그걸 알아봐준 이도 있었지만 그랬기에 더 간절하고 어려운 그것이 점점 더 멀게 여겨져서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내 같은 루틴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여행에서 만는 스페인 친구는 잃어야 나아지는 것이 있고 그것에서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배워서 성장한다고

했는데 나를 돌아보면 성장은 커녕 자꾸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는 나로 돌아와서 내방 나서기가 더 힘든 제가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오늘을 계기로 조금씩 박차를 가해서 나아지려고 합니다.






몸무게는 줄었지만 그만큼 늘어난 탄력부족과 코어 운동이 시급한 시기임을 알고 있고 유연성이나 지속가능한 무언가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웃게해주는 그가 말합니다.

다시 움직여야할 시기이고 나를 웃게하면서 다시 용기를 전해주는 친구의 보이스메일에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미뤄둔 건강 검진도 하고 아이폰에 가득한 여행 사진도 좀 지우고 다시 새로운 길을 걸어야할 시기.

비의 계절을 뛰어넘어서 여름의 한복판에서 다시 살아나갈 힘을 키우려 합니다.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같이 이 시기를 뛰어 넘어 돋움닫기를 함께 하실래요?






저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막연한 희망이 주는 설레임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할 수 있는 작은 거 부터

해보려 합니다.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커피 마시러 외출을 하는 거 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인생의 긴 여름방학. 늪에서 빠져 나와서 이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한 오늘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더위에 지치지 않고 건강한 여름 나시기를 바라며 다음주 화요일 연재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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