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 my Car _ 여자 없는 남자들 중에서 3편을 묶어서 영화로
드라이브 마이카 &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함께 보기
이제 나에게 있어서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 원작을 읽은 건 루틴이 된 지 한참이다.
영화가 대체로 소설을 뛰어넘기란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일본의 봉준호 작가와 맞먹을 정도로 대세로 거듭나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카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을 뛰어넘어서 그 이면 _ 비욘드의
이야기를 잘 해내고 있고
이미 결과적으로 깐느국제영화제 같은
대형 국제무대에서도 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다만 그저 그런 수상 결과를 논하자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매진되어서 프리미어로볼 기회를 놓치고서 국내 개봉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
아... 영화제 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과 봉준호 감독님의 대담 현장에 무리해서라도 갔어야 했구나.
할 정도로 영화는 어메이징 그 자체였다.
감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2021년 나의
최고작은 이 영화로 바로 정해졌고, 무조건 다시 극장에서 다시 보리라고 다짐을 하게 만든 수작이고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대단한 영화이다.
물론 니시지마 히데토시 상을 오랫동안
연모해 온 작자의 오랜 사심이 발휘된 것도 사실이다. 영화 보는 내내 스크린 속 화면으로 뛰어 들어가서 니시지마 상에게 안기고 싶었고, 그의 사브를 언제까지고 운전해드리고 싶었으며, 그가 절망적인 표정을 지을 땐 뒤에서 가만히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었다.
물론 그가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비주얼의 배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의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스크린으로 제대로 보는 게
처음이라서 더 그런 듯하다. 처음엔 그저
그런 허우대 멀쩡한 배우 인 줄만 알았다.
그를 인식하기 시작한 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김태희의 일본 드라마 데뷔작
나의 스타의 99일이었는데 그땐 호감을
느끼지 못했고, 아주 아주 오래전에 기타노 타케시 감독님의 돌즈라는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그때는 알아보지도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부국제에서 돌즈를 봤으니까 그게 처음 (스크린에서 본 건데 너무나 오래된 기억이고 그 당시엔 팬이 아녔기에.)
지금은 그의 웬만한 드라마는 SP 라도 다 찾아보는 열혈팬이고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어제도 다시 본 모즈 나 오구리 슌 상과
함께 나오는 Crisis 공안 기동수사대,
부인은 취급주의, 사요나라이츠카,
진범인 플래그까지 다 찾아보려고
하는 편인데 그는 참으로 극 중의 배우들과 케미스트리가 좋은 배우 중 한 명이다.
특히 부인으로 나온 사람들은 몇 번이고
연을 맺은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지금 진범인 플래그에서 부부로 나온 미야자와 리에 상과는 노스 라이트라는 SP에서도 이혼한 부부로 나왔고,
크라이시스에서 함께 나온 이시다 유리코 상 하고는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에서 부부를 그리고 모즈에서도 부부로 나온다.
모두 다 잘 어울렸다는 게 참 배우로 케미 장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좋아한 작품은 지금은 고인이 된 다케우치 유코상 과 나온 스트로베리 나이트 시리즈도 최애 중 하나다.
암튼 수년간 그의 드라마를 봐 왔지만 그래도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그는 모습은 실제의 모습이 그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맞아떨어져서 푹 빠져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등장만으로도 이 영화를 제일
먼저 보고 싶었는데 막상 보러 가서 느낀 건 그는 늙어가는 모습마저 맘에 들고.
이번 역할과는 정말 그와 일맥상통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좋아서 보는 내내 실제의 그리고 착각하면서 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 소설집의 단편 3편을 이어서 만든 영화가 드라이브 마이카이다. 드라이브 마이카라는 큰 줄기에 셰에라자드와 여자 없는 남자들을 엮어서 만든 것이다. 영화를 볼 때는 그저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영화로 만든 거로 알고 봤다. 그 예전에 이창동 감독님이 버닝을 그렇게 만든 것처럼 _ 헛간을 태우다.
러닝 타임이 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건데 단편소설도 읽지 않은 채로 본 나로서는 하나의 이야기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전개였고, 지겹지 않았기에 오히려 소설을 읽을 때의 허무함이 영상으로 제대로 표현되면서 갈증마저 해소된 느낌이다.
그러면서 조금 더 타이트하게 가도 좋을 부분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건 이미 나온 영화에 대한 예의는 아닌 듯 하니 각설하고.
아주 근사한 교향곡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공연으로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외롭고 한 편으로 쓸쓸하고 또 다정했다.
영화 속 연극 _ 바냐 아저씨는 자꾸 이상한 말들을 늘어놓는 듯하고 언어들도 다양하게 막 펼쳐지지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워낙 언어적 인간이라 더 그런 듯하고.
한국인 배우 두세 명도 자연스레 나오고 있어서 좋았다. 특히 박유림 배우 비중도 꽤 있어서 심지어 한국에서의 로케이션도 있었던 거 같던데. 다행히 니시지마상 부분은 아니었다. (실재로는 아니어도 부국제에
오신 사진이나 영상은 본 적이 있고,
우리나라 영화에도 그러니까 김성수 감독작품 무명인에 김효진 배우 등과 나왔어서. 합작 같은 거였나? 암튼 영화는 그저 그랬지만 그는 멋졌던 거로 기억되는. )
셰에라자드는 교묘하게 드라이브 카 초반에 나오는데 _ 부부로 연기한 여자배우 부인과의 베드신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베드에서의 책을 읽는다던지. 꿈에서 본 내용을 조곤 조곤 이야기해 주는 그녀는 목소리도 애티튜드도 참으로 좋았다. 평소에는 그리 좋아하는 여우는
아니지만 성우를 해도 될 만큼 목소리가
안정적이고, 듣기에 좋아서 그의 사브에서 내내 듣게 되는 그녀의 목소리는 나 역시
정이 가고 드라이브를 할 때 나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등을 가진 그녀가 부러웠다.
_ 왜 gym에서 등 운동에 집중해야 하는지.
아무튼 그 장면들을 위해서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한 번 더 보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스크린으로 한번 더 봤다.)
이렇게 소설이 영화 속으로 스며들어서
근사하게 재현되기까지 감독이나 스탭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할 테지만 제일 멋진 건 각색이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그런 내용인 거처럼 혹은 그런 설정인 거처럼 만들어 낸 작품처럼
변주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
정말 대단하고, 앞으로 그는 한동안 내내
대세의 흐름을 타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 작품을 처음 본 건 역시 부국제에서 아사코이다. ( 불륜 소동으로 더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정말 사랑하는 거처럼 이쁘게 나왔고, 1인 2역을 한 일본 전역 심지어 한국에 까지 국민 나쁜 놈이 돼버린
히가시데 마사히로의 연기는 좋았더랬다. 카라타 에리카와 케미스트리도 좋았고,
다만 그 소동 이후 남자 배우는 어떻게든 복귀를 하는데 젊고 이쁜 그녀만이 피해를 입은 거 같아서 마음이 그렇다.)
암튼 쓰다 보니까 이야기들이 이어져서
이리저리 서술했는데 영화도 소설도 그럴 수밖에 없고 우리 인생도 그런 것 아닐는지.
부인의 일 이후로도 바냐 아저씨를 다시
연극에 올리고 감독으로 배우로 다시 삶을 계속 살아가는 극 중 주인공처럼
삶에서 어떤 이별이 오더라도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 삶은 어떻게든
연결되어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또 다른 무언가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추가로 덧붙여서 수정을 하기로 하고. 이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늘 두서없고 옆으로 잘 새는 저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2023년 3월까지
개봉당시 스크린으로 두 번
작년 이탈리아 여행 중 이태리친구와 한번
OCN에서 한번 더 그리고
다시 한번 더 OTT에서
결국 다섯 번을 보았는데 문득문득
떠오르고 주인공들이 따로따로 한 명씩
한 번씩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