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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Nov 11. 2021

인간실격의 부정(父情) & 조 블랙의 사랑

K drama 붐과 쓸쓸해서 다시 찾아본 영화에서 또 배운 아버지의 사랑

남들이 오징어 게임 한참 떠들 때 혼자 조용히 눈물지으며 본 드라마는 인간실격이다.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의 유명 타이틀에서 모티브만 따온 듯 하지만 전반적인 톤앤톤은

아주 많아 닮아있다.



< 봄날은 간다 > 허진호 감독님이 브라운관에서 다시 찍는 봄날은 간다의 번외 편, 스핀오프라고 해야 하나?


영화에서는 각각 아버지, 고모로 나온 두 분 _ 박인환 배우님, 신신애 배우님

이 그대로 나오시는 게 연결되는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보여주시는 아버지 그리고 시어머니로 분한 연기에 그저 박수를 보낸다. 그분들의 사돈 케미도 눈물겹게 다정하다. 시간을 다시 이어서 이번에는 드라마 < 인간실격 >에서 심지어 전도연 배우가 분한 부정이의 코디마저 그 영화의 이영애 모습과 똑 닮아 있다.

( 블랙 코트에 빨간 머플러 코디)




어쩜 이러냐고요? ㅎㅎ



그들은 물론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재미난 건 인간실격 후속작이 이영애 복귀작 < 구경이> 내 이름 본명과 딱 한자만

다른 타이틀의 작품인 건 뭔가 참으로 신기하다. 어째서 이토록 희한하게  연결되어서 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거지? 도대체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하고 하늘을 향해서 혹은 누군가에게 소리 질러 말하고 싶게 한다.



오, 겡끼 데스까? ( おげんきですか ) 하고

나카야마 미호가 산을 향해서 소리 지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굳이 재현하고 싶은 아나이스는 아버지의 본가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부산시 동래구 복산동 고분군에 올라가서 그거도 한밤중에 굳이 그렇게 따라 해보는 건 영화 장면의 엄한 따라 하기가 아니라 정말 그 자리에 서서 아버지를 목놓아 불러보면 그 목소리가 아버지께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살아숨쉬셨던 조부모님께도 들릴 것만 같아서다.





다자이 오사무의 동명의 제목을 가져다가 남녀 동반 자살이라는 모티브 적 소재만

차용한 거대한 타이틀 인간실격 말고


예고편에서 길게 보여준 전도연의 모습이나 뭔가 이제와 다른 배우의 결이 생긴 류준열 덕분에 기대에 부풀어 한참을 기다려봤지만 너무나 음울하고 우울한 나머지 본방사수는 너무나 어려웠고, 막상 보게 돼도

자꾸 딴 걸 하거나 언제 본모습을 보여주실 거예요? 도연 언니! 하고 지쳐갈 때쯤


아마 9회였을 거다. 어쩌다 보게 된 본방 뒤 바로 하는 재방에서 꺼이꺼이 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2015년 딱 이맘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병원 장면만 나와도 일부러 피하거나 안 보려는 작품들이 있을 정도였는데 다시금 아주 먼 기억을 끄집어내듯 생채기 난 곳들을 따스하게 바라봐주는 시선들이 그득해서 조연들의 유치한 농담마저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싶고. 그들 주연배우의 내레이션을 팟캐스트나 오디오 클립으로 만들어서 힘들거나 외로울 때면 듣고 싶을 정도로

흠뻑 빠져서 드라마에 그리고 그들 모습에 이야기에 흐느적거리면서 눈물을 쏟는

내가 있었다.



그래도 일주일 2번 1시간 여 집중하는 거

말고도 늘 넷플릭스에서 뭐가 없나 하고 뒤적이다가 누군가의 유튜브에서 그저 배경으로 얼핏 보게 된 브래드 피트의 리즈시절이 다시 보고 싶어서 어쩌다 어느 주말에

조 블랙의 사랑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당시 개봉했을 때도 극장 가서 보고

아.. 그녀 참 아름답구나! 어쩜 브래드 피트랑 저리도 잘 어울리지?





 근데 이 영화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178분이라는 걸 왜 그땐 그리 느끼지 않았던 거지? 최근에 본 듄에서의 시간처럼 이 작품도 그리 길었다는 게 쉬이 믿기 지지 않을 정도로 그 영화에도 흠뻑 빠졌었구나.




그때 그 시절 내가 집중했던 건 아마도 아름다운 브래드 피트와 수잔 역의 그녀, 클레어 폴라니 그들의 리즈시절의 미모와 사랑에 더 관심 가지며 봤다면 이번에 다시 볼 때는 앤서니 홉킨스가 분한 아버지에 그러니까 영화가 처음부터 말하려던 주제에 더 포커스를 맞춰서 보게 되더라.


65세 생일을 맞이하게 된 그는 더 파더와는 다른 컬러의 아버지로 좀 더 젊고 딸들에

대한 애정도 잘 표현하고 가슴 설레며 열정으로 누군가를 제발(?) 사랑하라고 지금의 남자 친구가 아닌 누군가 _ 자신이 와이프에게 그러한 거처럼 딸을 그리 대해줄 수 있는 그런 상대를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에서 _나의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랬을까?

저 영화 속 그들처럼 살가운 스킨십을 아무렇게나 하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아녔더라도 끈끈한 애정으로 연결된 나와 아버지의 애틋한 관계가 떠올라 영화를 다 보는 게 눈물겹고 슬펐다.





그때 그 시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야 보이게 되는 건 감사하지만 여전히 눈물이 나고 박인환 아저씨의 마음 하나하나에 울다가 울 아버지를 떠올리고 만다. 그러다

부정 父情

이라는 이름이 이 한자를 쓰지 않겠지만

나에겐 내내 그리 읽히고 들리는 이름이었다. 작가가 다 의도한 것이겠지만 너무나 직설적이라 이건 뭐지? 더 깊은 뜻이 있는 건가! 하고 더 생각하게 된다.








다시 조 블랙의 사랑 이야기를 돌아가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연기 케미스트리 초반 커피숍에서의 두 사람의 첫 만남 씬은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유튜브 음악 채널에 배경화면으로 많이 쓰더라.)

이럴 때 괜히 더 가고 싶은 미국이라니…


암튼 아무 연관이 없을 거 같은 두 콘텐츠 끌어다가 부정 父情

이라는 이름으로 내 맘대로 엮고 써 본

내 맘대로 리뷰는 계속됩니다.


그저 그런 리뷰는 재미없잖아요. 가끔은

이런 관점으로 굳이 끌어다가 쓰는 사람 한 명 정도 있어도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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