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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Mar 30. 2023

이니셰린의 밴쉬

처음 콜린 파렐의 등장부터


아... 내가 이 영화에 빠지겠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었다.


걸어오는 모습에서 묘한 힘을 느꼈고, 그건 아우라나 카리스마 이런 단어가 아닌 어떤 말로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배우가 극 중 인물로 극화된 모습이 보여서 흠뻑 빠져버렸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될지. 걸어오는 순간, 운전해 오는 모습 이런 거로 느낌이 오는

거처럼 이 영화가 시작하면서 등장하는 콜린 파렐의 모습을 보면서 직감했다.


그의 오랜 팬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아주 예전에 본 폰부스나 가장 근래에 본 건 더 랍스터 정도이려나 그거도 오래전이다.


최근의 그의 행보가 참 좋지만 아직 보지 않은 작품도 많다.


그냥 이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고, 어쩌다 무기력과 게으름에 빠진 나날 속에서 스크린으로 본

올해 첫 작품 이기도 하다.


시놉시스를 중언부언 기록해두고 싶지는 않다.

영화를 볼 때 되도록이면 그 영화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로 보고 싶지만 그걸 내버려 두지 않는 정보의 세계에 살고 있다.


혹시 이 영화를 보려 한다면 아무 거도

모른 채 보기를 추천하지만 (쉽지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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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그럴까?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하고 끝까지 기다려봤지만. 끝내 그렇게 한 이유를 완전히 알 수는 없었고. 아마도 어쩌면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를 돌아봤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누가 있던가? 하고서...

어떤 선택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는

결연하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잔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무서워질 만큼 냉정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할 수밖에 없는 마음 저 편의 애정이나 다정함까지

숨겨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감독이 정말 아일랜드 내전을 복선으로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인가 하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두 주인공과 나의 입장만 두고 온 신경을 집중해서 영화를 봤다.


왜 스크린으로 영화를 봐야 하는지, 그리고 나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좋은 작품을 보면 글을 쓰고 싶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한편 더 좋은 영화를 이어보고 싶고 하다가도 그냥 모든 걸 한참 미루고 보고 온 지 일주일 만에 기억을 끄집어낸다.


한없이 게을러지고 나태해진 나를 보면서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슬픈 생각을 했고.

나 역시 그렇게 버린 누군가들을 떠올렸다.


때로 영화는 어떤 말보다 잔소리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삶을 바꿔놓기도 한다.


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도 이런 영화를 보고 나오면 과연 할 수 있을까? 하고

주눅이 들고 만다.


꽃바람이 살랑이는 이 계절과 조금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를 이 영화가 나는 너무나 좋아서 다시금 꺼내보고 싶지만 당장 쉬이 손이 갈 거 같지는 않다.


어느 우울의 끝에 있는 날 밤에 조용히 다시금 봐야지. 누군가와 보기를 추천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혼자서 조용히 보기를... 권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흑맥주가 떠올랐지만 마시지 않았고. 며칠이 지나서 겨우 와인을 한 잔 마셨다.

영화 속 그들을 떠올리며...





어쩌면 평화로운 엔딩처럼 보이는 마지막 장면이 나에겐 더 처연하게 느껴졌지만.

그렇게 그들은 살아갈 테고 나 역시 그럴 테지.


영화 속 아일랜드의 섬 이니셰린은 내가

가 본 곳으로 이미지화로 가장 가까운 곳은 프랑스 에타르타가 떠올랐다.

절경의 그 곳들이 뭔가 더 음울하게 여겨졌지만 언제고 그 곳에 가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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