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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Jul 21. 2023

후쿠오카 다시금 사랑에 빠지다.

후쿠오카 연애백서 1편

후쿠오카 다시 사랑에 빠질지도.


2019년에 간 게 마지막이니 아주 오랜만에 다녀온 후쿠오카.

이번으로 3번째 후쿠오카.


후쿠오카를 가면서 그다지 연애를 떠올리지는 않았다.






그저 라면 먹고 일본 하늘 보고 가보고 싶던 카페를 가는 그런 여행이 고파서 가기로 한.


후쿠오카는 그저 옆동네에 라면 먹으러 가기 딱 좋은 곳이지. 공항과 도심이 가깝고. 다른 대도시보다 물가도 조금 싸고. 뭔가 내 손안에 들어올 것만 같은 사이즈감이랄까?



_ 처음 맛본 토마토 라면 시금치와 어울려





간사이만 가도 오사카, 교토, 고베만 둘러봐도 이동해야 하고. 숙소를 옮겨야 하고.

전철에 시달릴 수도 있고. 벌써 이런 걸 떠올리는 나이 든 내가 돼버린 것이다.

그래도 아주 잠깐 내가 좋아하는 교토의 가모강을 걷고 싶은데...   했지만 그냥 접었다.


처음 의도대로 그저 며칠 내가 좋아하는 일본을 다시 느끼자! 하고 온 여행.


그래 그냥 이번에 후쿠오카 오랜만이니까 얼른 후다닥 다녀오자 하는 마음으로 간 것이다.





나 같은 부산 사람들에게 이곳은 어찌 보면 서울 보다도 가깝고. 거리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뭔가 동네 옆집 

같은 기분마저 드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수년만에 가는 그곳이 너무 좋은 거다.


다시금 사랑에 빠지는 거 마냥.


그냥 일본의 뭉게구름이 너무나 좋아서 말랑말랑 해지는 내가 있단 걸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누가 아메온나 아니랄까 봐 부산에서 출발할 때도 엄청난 비바람으로 못 가는 거 아닌가 슬쩍 걱정될 정도로 아주 거칠고 미친 비가 왔지만. 공항 도착하니 그쳤고.


늦게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과 짐을 하나도 싸두지 않은 게으른 여행자라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한 채로 출발했지만 그 탓에 제일 먼저 공항 도착하여 맨 처음 체크인했고, 추가 비용 없이도 귤항공은 비상구 창가석을 주어서 역시나 좋았다.









천천히 들어가서 괜스레 visitJapan 도 하고 했는데 끝까지 가지 않아서 인지 결국 현지 가서 수기로 다 작성했다. 진짜 옛날 사람이라 여겨지는 거. 이런 거 미리 작성하는 거 너무 싫고 작은 글자의 휴대폰을 보는 게 너무나 힘들다.

( 예를 들면 베트남 3주 여정에 2주 넘기기 전에 e visa 작성하기 싫어서 캄보디아로 비자런 다녀오기_

이런 걸 하는 거다. 왜 예전의 빠릿빠릿한 내가 없어진 거지? 아님 그냥 원래 난 귀차니즘이 탑재된 사람인 건가? 근데 그 때 잠시 간 캄보디아 프놈펜도 괜찮은 경유지가 되어서 나의 여행모드로는 맞는 거다. )


여하튼 도착한 후쿠오카. 심카드도 도시락도 빌리지 않기로 결심한 나는 공항 내 Wifi로 구글맵을 열어보고 숙소를 확인하고 길을 나선다. 국제선 터미널에서 국내선 터미널로 셔틀버스를 타고 간다. 예전에도 분명 탔을 텐데 이리 길었던가 싶을 정도로 간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가까워서 택시를 이용해도 되겠지만. 나름 여행을 혼자서 오래 해온 아나이스에게 택시는 사치다. 택시라는 건 공공교통수단이 없는 곳이나 이용하는 거라고 배웠다.


그리고 교토 사는 지인 마에가와 상에게 선물 받은 이코카 ICOCA 카드를 충전하고 나카스로 향한다. 몇 해 전 교토에 가서 뵌 페친이신데 항상 다정하시고, 날 만나면 뭘 그리 사주시려 하시고 이뻐해 주셨는데

헤어질 즈음에 이거 쓰라며. 편할 거라고 했는데. 그 이후 일본에서 처음 쓰는 거다.


하카타 텐진에서 머물러 본 적 있는데 이번 나카스는 처음이다. 물론 예전에 나카스 야타이 _ 포장마차에 

술 마시러 온 기억은 있지만. 근데 숙소를 정하고 보니 이게 웬걸. 기온 마츠리 축제가 펼쳐지는 곳과 너무나 가까워서 지내는 동안 내내 축제와 함께 했다.







미리 축제를 알고 보러 온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일부러 1년 전부터 축제를 즐기려 준비하는 사람들.

나의 이야기 일 수는 없지만. 운 좋게 그저 이때 항공권을 산 것인데, 이런 행운이...

이런 걸 보면 신은 나를 여전히 이뻐하시는 건가? 싶다.

역맛살, 여행운 하나만은 제대로 타고난 건가? 하고 나의 여행 인생을 다시금 돌아보다.


구글맵을 대충 보고 숙소 찾아가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지도가 열려서 정말 막 찾아가는데 헤매지 않고 숙소에 도착.


근데 아주 아주 이른 시간이다. 그래서 또 한 번 느낀 건 하던 대로 하자.

괜히 짧은 여정에 시간 벌어보자고 아침 7시 비행기를 선택했는데. 그러려면 오전 5시까지 공항에 가야 하고, 누군가 공항까지 태워줘야 하고. 잠도 못 자고 오니체크인하려고 숙소 온 시간은 아직 오전 10시쯤이라

너무 이르고 비도 오락가락..


그래 나의 여행은 늘 위대한 커피 한잔으로 시작되지 이러면서 미리 가보려 체크해 둔 곳으로 우산을 빌려서 나선다. 역시 구글맵에 의지해서.( 구글맵이 없는 세계여행은 생각하기 어렵다. )


나카스강을 바라보면서 하카타 방면으로 걸어가는데 그냥 기분이 너무 좋은 거다.


그래. 이런 게 여행이지. 내가 바라는 건

아주 작은 변화. 낯선 듯 그립던 이 강가의 길을 걸으면서


아. 좋다. 気持ちいい。[기모치이이~]


나 이런 거 좋아하지! 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내딘는다.


숙소에서 빌려준 비닐우산 하나 만으로도 일본에 온 게 체감되고 네모난 작은 차들이 귀여워서 비가 와도 

우산에 기대며 사진을 담는다.


가려던 곳은 커피가 맛나서가 아니라 라테 위에 FUK 혹은 비행기 모양을 남겨주는 곳이라 _ 뭔가 말하지 않아도 나 후쿠오카 왔어! 하고 시작을 알려주는 거 같아서 가려고 했는데 (어찌보면 인증샷용 카페같은) 막상 가서 보니 카페가 너무 작은 거다. 체구는 작지만 너무나 좁은 공간에 머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뭔가 자리를 빨리 비켜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카페의 모토는 여유여야 한다고 믿는

전직 카페사장이었던 이로서 감히 말하고 싶다. 

조금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공간으로 카페를 만들고 운영해 주세요.라고 ㅎㅎ


그래서 오다가 봐 둔 다른 곳(이곳 역시 나의 리스트에 있었던)으로 가서

라테와 앙버터토스트를 주문한다. 역시나 나의 선택은 최고. 급선회한 거 칭찬해!








입구도 맘에 들고. 창도 이쁘고. 들어가 보니 호스텔과 함께 해서 보인 공간보다

훨씬 넓다. 뒤로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었는데. 그곳도 둘러보는 오지랖 아나씨.


만족하게 커피를 마셨지만 졸음에는장사가 없다. 드넓은 소파에서 한숨 자고 싶었는데. 한국 청년이 드넓은 소파를 혼자 차지한 게 보인다. 여행을 왔지만 한국에 있는 누군가와 통화가 더 중요한 거 마냥 여행보다는 

통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그를 보며 나도 그런 적이 있었던 가를 돌아본다.

아마도 그랬을 테다.


여행 간 곳에 집중하지 않고 혹은 여행지에서마저도 떠나 돌아온 곳과 연결되어 있으려는 심리.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여행할 때 돌아온 곳을 잘 생각하지도 떠올리지도 않고.

단지 여기에서의 일에만 집중한다


뭘 먹을까? 밥 먹고 어디 가볼까? 저 앞사람은 어디에 살까? 여기 출신인가?

저 코너의 그녀는 여기 단골일까? 창가에서 이야기 나누던 그들은 비즈니스 이야기 중인가? 

나에게 서빙한 스태프상은 계약직일까? 아님 그저 아르바이트생일까? 하는 등등의 뭐 그런….


쓸데없는 것일지 몰라도 그런 게 더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창가에서의 사진을 한 장 그리고 내가 진짜 앉은 자리에서의 앙버터와 공간 기록을 남긴다.


삶은 어쩌면 이런저런 짧은 순간들로 채워지고 지나치고 스며들고 사라진다.


예상한 거보다 살짝 맛있는 커피에 기뻐하고. 기대보다 많은 앙_ 팥의 양에 버거워하다가 결국 남기고. 

앙버터는 도대체 언제 누가 시작할 걸까? 하고 누군가를 떠올려보고.


슬슬 졸려오려는 찰나. 아까 그 한국 청년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도 혼자 며칠 왔고.

내일 돌아간다고 한다. 너무 좋은 여행이었고.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지난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한참 이야기 한다. 그러다 점심 정도만 같이 먹기로 의기투합하고. 숙소도 없다기에 내가 머무는 곳을 소개했더니

그도 그리로 바로 간단다. 마지막 날 좋은 호텔에서 쉬고 싶다는 아이에게 무슨...

내내 밖에서 머물다 아침 일찍 공항 갈 텐데... 그 돈으로 맛난 거 사 드세요.

하니 맞네요. 고맙다 한다. 그리고 나중에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헤어진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나온 여행이지만 자꾸 뭔가 생긴다.

점심 먹으면서 레몬사와를 시원하게 들이켰더니 또 슬슬 졸리고.


태양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뜨겁게 내리쬔다. 다시 커피 한잔 하러 가려다보니 숙소가 나온다. 

체크인하고 샤워했더니 졸려서 푹신한 매트리스와 잠시 한 몸이 된다. 그리고 이 숙소는 오후 5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맥주, 레몬 사와가 무료 무제한이다.


물론 작은 잔이고 나는 많이 마실 수 없지만 근사한 바 라운지에서 거기다 꽤 준수한 맥주가 공짜라니...


이 숙소 참 맘에 든다.






공짜라고 작은 잔이지만 3잔이나 마셨더니 졸린다. 아무 생각이 없다. 점심이 부실하기도 했고 일본에서의 

첫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고 싶었지만 의지가 없다.


그리고 누군가 일본인이 너무 내 타입이라며 한잔 하자며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피곤해서 동네만 산책하고 근처에서 교자에 하이볼 한잔 그리고 츠쿠네 하나 먹고 들어와서 거의 기절모드. 그리곤 아침까지 깨지 않고 푹 잤다.

미뤄둔 잠을 보충하려는 듯이. 그리고 여럿이 자는 곳이라 소음에 민감한 나이나 이곳 숙소는 심지어 조용하고 매트리스 마저 좋아서 오래간만에 꿀잠 잤더니 다시 기운 내서 여행을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후쿠오카 여행 시작이 좋다.





후쿠오카 연애백서는 사람에 관한 연애 백서라기보다는 후쿠오카에 대한 나의 연애 감정처럼 설렘을 주는 

의미의 뜻으로 이번 편에서는 쓰였는데,

다음 편에는 뭔가 몰랑하고 말캉한 청춘의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과연 남은 일정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아나이스의 후쿠오카 시리즈는 당분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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