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선셋 인생 장소 하나는 있잖아요.
교토에서 선셋 즐기기 좋은 곳은 역시 카모가와입니다.
교토진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 카모강. 처음 교토를 찾았을 때는 그 매력을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몇 번 찾을 때마다 카모가와를 가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설레고,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스쳐 지나는 곳이 되어버려서 아쉬운 차에 몇 번째 교토에 머물렀을 때의 숙소가
프렌치 친구의 집 카와라마치였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이곳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와라마치는 교토 오사카를 잇는 한큐선이 출발하는 곳이자 카모강 바로 옆에 있어서 교통이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젊은 이들뿐 아니라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지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카모 강 주변입니다. 카모강은 그냥 그리 크지 않는 강인데 왜 그리 사람을 끄는 걸까요?
일단 그곳에 서면 멈춰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단할 풍경이랄 건 없는 그저 강가인데. 뭔가 정겹고 그리운 기분이 들면서 묘한 노스탤지어가 생기는 곳이라고는 밖에 설명이 안되네요.
발길을 멈추고는 하늘과 맞닿은 구름과 강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이틀처럼 교토에서 선셋을 보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여러 곳에서 일몰을 봤지만 카모가와 카와라마치 근처에서 본 선셋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강과 함께 어우러지는 물결과 오렌지 빛으로 바뀌는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질 때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숙소가 니조성 근처여서 카와라마치 머물 때처럼 매일 가지는 않았지만 꽤 자주 지나다니면서 선셋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프렌치 친구 스테판과 함께 카와라마치 카모강을 출발해서 그 끝까지 자전거로 가보기도 했습니다. 카모강은 자전거를 달릴 수 있는 길이 있어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는데.
강을 따라서 라이딩하는 기분 또한 정말 근사합니다.
살짝 추웠지만 기분만은 상쾌하고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카모 강 끝에는 히라기노댐이 있습니다.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굳이 올라가 보지 않았을 동네. 그리 멀지 않지만 여느 짧은 여행으로 왔다면 절대 가보지 못했을 곳이라 더 재미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름엔 수영장처럼 수영하러 자주 온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면서 수영하자고 농담했지만, 그 순간만은 정말 그러고 싶었습니다. 수영을 너무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지금이 겨울이라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뛰어들면 될 거 같았거든요.
그리고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가니 인적이 드문 폭포가 있는 계곡 같은 게 나옵니다. 왜 늘 그와 함께 라면
이런 곳만 오게 되는 건지. 그의 직업 하고도 관련이 있겠지만 암튼 그러려니 하고 얼른 선셋 보러 가자고
그를 재촉합니다. 다시 시작한 즈음의 카와라마치 부근의 카모강에서 잠시 선셋을 보고 시모가와 진자의 야간 라이트업을 보러 갑니다.
교토는 겨울, 연말이 되면 각종 데라 _ 절이나 신사에서 야간 라이트업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기요미즈데라를 비롯하여 제가 머무는 니조성에도 프로젝션 맵핑이 도입된 라이트업을 했고, 자주 가는 오카자키 공원 옆헤이안 신사에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입구까지 가거나 근처까지 갔지만 몇 만 원 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곳은 없습니다. 그냥 제 생각엔 절과 프로젝션 맵핑이 좀 어울리지 않는 과한 느낌이라 다녀온 친구의 사진을
보기도 했지만 그리 끌리지 않아서 모두 패스했습니다.
멀리서 은은하게 불빛이 뿜어져 나오는 건 지나는 길에 보기는 했습니다.
그냥 제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 듯해요. 그 돈으로 맛난 거 사 먹어야지 뭐 그런. 단지 돈 문제는 아니고 끌리지 않는 곳까지다 다니기에 제 일정은 생각보다 짧으니까요.
그렇게 카모강을 지나면서도 그곳에 머물면서 카페에 간다든지 식사하러 간 적은 없습니다. 물론 근처 쇼핑몰이나 백화점 안에서 한 적은 있지만 바로 강 앞에 있는 그곳들에도 왠지 가지지 않았어요. 다음엔 가야지 하고 매번 미루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늘 가게 되는 곳은 강의 뒤에 위치한 골목이나 쇼핑몰 근처의 이자카야 등이었는데. 정말 다음에 가면 생각해 둔 곳에 가서 브런치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아님 정말 선셋을 보면서 근사하게 샴페인이라도 한잔하고 와야겠습니다.
늘 그렇게 자주 지나는 카와라마치 주변이지만 이곳은 늘 사람이 많고, 자전거 통행금지 구역이기도 하고
자전거 주차할 곳 찾기가 쉽지 않아서 조금 가기가 꺼려지기도 한 게 사실입니다. 이 역시 관광객으로만 지냈다면 전혀 몰랐을 부분이지만. 나중에 다 방법을 찾아서 다니긴 했지만. 사람 많은 길목을 자전거로 다니기가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저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자주 멈추는 이는 때로는 그냥 걷는 게 제일 좋기도 하더라고요,
각자에게 선셋을 즐기기 좋은 곳 하나쯤은 있잖아요. 교토의 카와라마치 카모가와처럼.
며칠 전 크리스마스 때 제 방에서 본 선셋이 제일 이뻤습니다. 두 달여 만에 집에 돌아와서 본 거라 그런 건지. 역시는 역시랄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선셋 명소 하나쯤은 있으니 좋구나 하는 그런.
여러분도 그런 선셋 장소 있으신가요?
혹은 누구와 함께 한 선셋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없지만, 앞으로 함께 선셋을 볼 사람을 기다려봐야 할까 봐요.
정말 2023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한 해는 어떠셨나요?
저물어가는 태양 그리고 저물어가는 선셋을 보면서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의 계획을 제대로 세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건강하자. 운동하자. 이런 늘 하는 다짐도 좋지만 아주 디테일한 매일의 계획을 하나 세워보는 건 어떠세요?
저는 하루 10분 일본어 공부하기, 하루 10분 무조건 글쓰기. 이런 사소한 계획을 세워보았고, 며칠 전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왜 금연하시는 분들이 내년부터 시작할게. 다이어트하는 이들이 늘 내일부터 라는 말을 하는 걸 많이 보아 오고 있었기에 시작하기로 한 날부터 당장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작은 하루의 약속하나 만들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참 그리고 저는 작년 어느 날부터 매일 5만 원씩 저금하고 있습니다. 그런 작은 실천이 어느 날 결과로 다가올 때의 기쁨을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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