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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an 16. 2019

마법의 시간이 열리는 그 순간,,,
플라멩코를 만나다

플라멩코 두번째 이야기

Triana강가에 위치한 따블라오 Tablao인  T de Triana에서 이어지는 Fin de Fiesta(본 공연이 끝나고 플라멩코 친구들이 모두 나와서 서로 즐기는 자리)

보통 플라멩코 하면 떠올려지는 건, 핏빛 같은 빨간 원피스에 구릿빛 피부를 한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이미지일 것이다. 영화에서, 공연장에서, 따블라오(Tablao)에서 보통 보이는 플라멩코의 이미지이다. 나 또한 처음 플라멩코를 접한 건 이런 루트였으니까. 하지만, 진정 플라멩코의 Magic time은 공연이 이미 다 끝난 후 친구들과 이어지는 뒤풀이에서, 새벽녘까지 이어지는 끊이지 않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플라멩코 아티스트들의 즉흥 노래, 연주, 춤사위 속에서 잠깐 왔다가 언제 왔었냐는 듯이 사라지는,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로 친구들과 간 Bar에서도 플라멩코는 계속 이어진다. 기타 연주를 하고 있는 Idan(왼쪽), 플라멩코 댄서인 La Chimi(오른쪽)


처음 세비야에서 살게 된 집은 우연찮게도 많은 플라멩카들의 수업과 공연 그리고 여러 자체적인 파티들이 열리던 플라멩코의 작은 아지트와 같은 Calle Castella (Calle는 길을 의미한다)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밤이면 그곳에서 하는 플라멩코 공연과 파티들을 보러 가고, 새벽 4-5시나 되어야 집에 돌아오곤 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세비야 현지에서의 플라멩코라는 게 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병적으로 모든 순간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쓰고, 찍고, 녹화하던 나의 버릇은 스페인에서 최고치를 달렸었다. 모든 순간순간들을 기록하고, 공연들을 녹화하고, 하물며 녹화나 사진이 허용치 않는 공연장에서도 음성 녹화를 하기까지 하였었다. 



모르는 게 용감하다고, 그 시절에는 여기저기서 잘도 춤을 추었었다. 그라나다 Granada에서부터 플라멩코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한 이탈리안 친구의 손에 잡혀 우연히 들어간 뜨리아나 Triana의 한 따블라오 Tablao에서 성격 좋은 기타리스트 아저씨와 친구들의 손에 떠밀려서 무대에 나와져 처음으로 낯선 스페인 여자와 세비야나스Sevillanas(세비야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feria에서 파트너와 함께 추는 춤)를 멋들어지게 제멋대로 1절부터 4절까지 다 추고 나서, 나와 다시 한번 더 춰 보자고 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망치로 두들기듯 두근거리던 나의 심장박동을 아직도 기억한다. 또한, 스페인어도 잘 못하는 한 동양인인 내가, 맨발로 알라메다 Alameda 광장 한복판에서 마드리드 출신의 친구들의 노래와 박수에 맞추어서 춤을 추자, 나를 황당하듯 모두 쳐다보았었었다.   


처음으로 Fyty를 만나게 된 Triana의 한 Tablao, Sevilla, Spain


그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Maria Pages Compania의 수석 기타리스트인 Fyty를 만나면서 이방인으로써 들어가기 힘든 Flamenco의 심장부까지 가까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고맙게도 Fyty는 나를 어디든 데리고 가 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플라멩코 flamenco 아티스트들을 여기저기에서 가까이 만나볼 수 있었다.  한 예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인 Tomatito가 Triana의 한 거리에서 Fyty를 부르는데, 20m 떨어진 거리에서부터 다가와 친근히 Fyty와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그를 보며 “이건 꿈이야”라고 생각했었다. 또한, 가끔은 예기치 못한 대물급 아티스트들이 Fyty와의 친분으로 찾아와 줘 즉흥 공연들이 이어지고, 그 가운데 플라멩코의 Magic time이 이뤄지기도 했다. 


아침부터 깊은 밤, 새벽녘까지 여러 얼굴을 가진 Triana강변에서 이어지는 친구들과의 속 깊은 이야기들, 그리고 플라멩코


어떨 때에는 Flamenco 친구들끼리 만나서 가볍게 시작한 술자리가 밤이 깊어지면서 깊은 속내를 이야기하듯, 한 서린 노랫구절을 토해내고, 그에 대답하듯 기타 연주가 이어지고, 이에 맞춰 빨마 Palma(박수)와 추임새가 더해지면서, 춤을 추기 위해 플라멩카들이 자리에서 슬슬 일어서곤 했다.  


Fyty와  Andreji의 그림자. 나만을 위한 공연을 열어준 날. Triana, Sevila, Spain


또한, 개인적으로 특별한 기억 중 하나는, 첫 플라멩카 페르시아나 Flamenca Persiana가 완성되었을 때이를 자축하기 위해 부른 친구이자 까호니스트 Cajonist인 Andreji와 Fyty가 나만을 위한 공연을 열어 주었다. 붉은 노을빛에 그리워진 옥상 Azotea벽의 그들의 그림자들과 함께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었다.  


그렇게 플라멩코는 나의 심장에 박혔다. 지울 수 없을만치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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