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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an 18. 2019

태양을 쫓아다니는 남자의 아지트 Bar FARO

플라멩코 세 번째 이야기

언제나 햇살이 가득한 Bar FARO 앞 계단

태양을 쫓아다닌다고 하면, 이건 또 무슨 엉뚱한 말인가 싶을 것이다.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 아래 살아가다 보면, 왜 그렇게 태양이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왜 북유럽 사람들이 햇살을 받기 위해 남유럽으로 여행을 오고, 왜 햇살이 비치는 날이면 학교에서 조차도 수업을 다 제끼고 모두 나와 웃통을 벗거나 수영복을 입고 잔디에 드러누워 햇살을 째곤 하는지 알게 된다. 사람도 꼭 식물과 같아서 햇살을 받고 살아가야 한다. 햇살이 없이는 우리는 살아갈 수가 없다. 문명의 발달로 우린 너무나 편하게,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자연의 섭리나 자연의 변화에 너무도 무심한 딱딱한 심장을 가지게 되어버렸다.  

 

태양을 쫒아 돌아다니는 이 남자와 하루를 함께 보내보면, 자전거를 끌고 다니며, 시간마다 햇살이 잘 비치는 세비야를 속속들이 찾아다니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간다고 할 수 있었던 그의 아지트는 세비야 중심가에서 ponte de Triana 다리를 건너 Triana로 들어가는 강변을 끼고 있는 입구에 위치한 Bar 인 FARO이다.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햇살이 비치는 이른바 명당이다.   


bar FARO 앞 계단에 앉으면 보이는 전경.


이곳은 수업을 들으러, 연습을 하러, 공연을 하러 가는 모든 플라멩코 Artist들이 지나가던 길에 아침식사를 한다던가, 커피 한잔, 맥주 한잔, 와인 한잔 및 안주를 곁들여 가며 아침부터 깊은 밤까지 불빛이 꺼지지 않고 모두를 반기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특별히 만날 약속을 하지 않아도 이곳에 있으면 만날 친구들은 다 만나게 된다. 간혹 가다가, 점심때 만나기로 한 친구인데, 아침 먹으러 Bar FARO에 갔다가 이미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곤 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이들의 플라멩코도 더욱더 깊어져 간다. 


아직 더운 기운이 가지시 않던 늦여름, 우리들은 더운 기운이 가시는 저녁 무렵 강변가에 모이곤 했었다. 강변이 훤히 보이는 Bar FARO앞의 계단에 앉아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며 시원해지는 밤공기를 만끽하던 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기타를 자기 분신 마냥 가지고 다니는 Fyty가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어떤 할아버지께서 노래를 부르며 합류하셨다. 처음으로 만난 이 둘이 만들어 나가는 플라멩코는, 처음에는 어느 누구도 감히 말소리 하나 내지 못하게 했고, 어느덧, 빨마 Palma(박수)로 그들의 장단을 맞추거나 추임새를 조심스레 넣어 들어갔다. 마치 다른 공간에 빨려 들어온 듯 우리들은 그들의 플라멩코에 취해 버렸다. 할아버지는 Fyty가 누군지 모른 채 “꽤 하네~!” 하고 칭찬해 주셨고, Fyty는 새로 만난 아티스트와의 한 연주에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이윽고, 눈빛과 몸짓으로 서로 교류하던 이 두 아티스트들은 통성명을 하였다. 알고 보니, 이 할아버지의 정체가 꽤 유명한 플라멩코 집시 깐떼의 형제였던 것이다. 이렇게 플라멩코 Magic time은 갑작스레 오는 소나기처럼 우리를 적시고 또 지나가 버렸다. 


Bar FARO에서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어지는 플라멩코 연주. 기타리스트 Fyty(가운데)와 바일라오라 Bailaora(댄서) Nicte Mendoza (오른쪽)와 함께하는 어

다시 세비야에 들리면 항상 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 같은 자리,,,,,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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