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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ul 30. 2020

바퀴 달린 학교

#016 열여섯 번째 이야기

4 가족들의 대대적인 이사가 끝나고 약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 기간이 지나자, 다시금 아이들을 위한 공간 마련과 아이들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한 달 동안 우리 아이들이 마냥 방치되어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제나 아이들은 우리 커뮤니티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이 아이들을 위해서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는 우리 일상생활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였다. 각 가족들이 자신의 영역에 자리를 잡게 되자,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무 팔렛들을 바닥에 깔고, 정자처럼 그늘을 만들어 줄 기둥과 지붕을 만들었다. 제법 틀이 만들어지고 나니, 예전 Odemira에서 아이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여러 자료들의 일부들을 일단 먼저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나무 그늘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땀이 뻘뻘 흐르는 이곳 남부 포르투갈의 7월 날씨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놀기 위해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낮 11시만 되어도 무척이나 더워지는 이 날씨에 우리를 살려주는 곳들이 있었으니, 이는 자동차로 5분 거리면 닿을 수 있는 호수와 자동차로 2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바닷가였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여럿이다 보니, 움직이기에 편한 곳은 가까운 호숫가였다. 또한, 탐험가 기질이 다분한 Tomas 덕분에 호숫가의 여러 곳들을 다녀보던 중, 아주 커다란 나무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이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드려지는 명당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이 곳은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Daniela, Ines, Anthea와 회의를 한 결과, 일주일에 2일 동안은 무조건 이 곳으로 가서 아이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시원하고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나무 위에서 놀고 있는 율과 Federico


그리하여 호숫가에 갈 채비를 Daniela와 함께 꾸려본다. 아이들이 현재 흥미 있어할 만한 몇 권의 책들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들과 종이들, 간단한 메모리 카드와 테이블 게임들, 여러 종류의 묶을 수 있는 끈들과 자를 수 있는 가위들과 칼, 감자 깎는 칼등을 먼저 상자 안에 채워 넣었다. 또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거나 자연에서 무언가를 채집해 오거나 재활용하기 위해서 버려진 물건들을 담을 통들 몇 개를 추가로 넣었다.  


매번 호숫가에 갈 때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물에서 몇 시간이고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이제는 잠깐 나와서 점심이나 간식을 먹으면서 눈에 뜨이는 책들을 자연스럽게 손으로 가져갔다. 어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스스로 읽거나 친구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로써, 활동적인 물놀이를 하는 가운데에도 잠깐씩 짬을 내서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들을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동성 있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Daniela와 책을 함께 보고 있는 아이들(왼쪽)과 메모리 게임 Memory Game을 하고 있는 아이들(오른쪽)


더운 날씨를 감안해서 낮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호수에서 더운 날씨를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식히며 우리들은 아이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아이들은 고픈 배를 채우고서 한참을 물놀이를 하고 놀다가, 주변에 버려진 벽돌 조각들을 발견하고는 호수의 진흙을 시멘트처럼 사용하여 나름대로 무언가를 지어 보기도 한다. 여기저기 쌓인 마른 대나무들을 가지고 인디언식 집들을 만들기도 하고, 나뭇가지들을 물에 띄어 보거나 주변에 있는 돌들을 가지고 물제비 놀이를 하기도 한다. 오후 5-6시쯤이면 어김없이 이곳에는 약 30마리의 염소 떼들이 목동 할아버지와 개 3마리와 함께 찾아온다. 처음으로 이들을 보았을 때의 감동이란! 아이들은 염소들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관찰하기도 하고, 이중에 한 염소가 길을 잃고 먼저 이곳에 도착해서 있을 때는 염소 한 마리와 교류를 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하기도 했다. 가령 남은 멜론 껍질을 먹는 것을 보고 일부러 멜론 껍질을 자신 가까이에 놓고 염소가 오기를 기다린다거나, 호기심 많은 이 어린 염소를 만져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물론, 염소는 도망가기 일쑤였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염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호수에서 만끽할 수 있는 하나의 선물이기도 하다. 


약 30 마리 되는 염소들을 거닐고 온 목동 할아버지


또한, 한 달 전만 해도 물속에 암밴드 없이는 들어갈 엄두도 못하던 Federico가 이제는 암 밴드 없이 수영을 시도하기 시작하고, 대서양의 높은 파도에 덮쳐도 대범하게 엄지 손가락 하나를 높이 쳐들며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원체 태어나서부터 일 년의 반년을 바다에서 살아온 율이는 호수에서 surf 판 위에 서서 다양한 포즈의 다이빙을 연습하기도 하고, 높은 바다의 파도 터널에 들어갈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리며 높은 파도 속에서 나오지도 않고 파도 속에서 데굴데굴 굴러 다닌다. 원체 아기 때부터 물고기처럼 물을 좋아하는 가이아는 인어처럼 수영하는 것에 재미를 들여서 머리를 물속에 모두 짚어놓고 인어처럼 온몸을 웨이브 하며 수영을 하고, 암밴드 없이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서 수영하는 것을 꼬마 교사 Nina와 함께 계속해서 시도한다. 


호수에서 한참 놀고 있는 아이들


요즈음 같이 낮과 밤의 기온차가 현저하게 날 경우, 아이들이 코감기나 목감기에 걸리기 일쑤이다. 그리고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항상 붙어있는 아이들로써는 같은 컨디션이므로, 누구한테 감기가 옮는다기보다 그냥 모두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감기를 앓는다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코감기나 목감기로 인해 물놀이를 좀 자재하고 싶은 어느 날 오후에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조금 늦은 오후에 근처의 공원이 위치한 Silves로 이동을 한다. 이곳에 갈 때면, 간단한 간식과 돗자리, 몇 권의 책들이면 된다. 자전거 길이 잘 되어있기에 씽씽이나 롤러스케이트를 챙겨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잔디밭에 그을린 넓은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Ines는 이제 5개월 된 아기 June를 편안하게 내려놓는다. 평평한 땅에 잘 깔린 잔디 밭은 한때 10여 년간 기계체조를 해온 Ines가 물구나무를 서거나 옆으로 돌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런 Ines를 보고 아이들은 자극이 되어서 그녀의 동작들을 따라 해 본다. 약 2년간 Capoeira를 해온 아들 율이와 딸 가이아도 신나서 약간의 Capoeira 자세들을 연습해 보기도 하고, Capoeira 자세들에도 포함되는 물구나무서기와 옆으로 도는 동작 등을 해보기 시작했다. 또한, Silves 글씨 모양의 암벽 타기 모형물에 아이들은 여기저기를 원숭이들처럼 올라다니고, 편안한 자세로 글자들 사이사이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 곳 공원에서 만난 인도 출신의 아이와도 서스름 없이 친구가 되어 함께 뒹굴고 놀며 친구의 의미를 확장해 본다. 또한 이곳에 오면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셰이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모두 작은 행복에 취해본다.

 

Ines와 함께 물구나무서기를 시도 중인 아이들


이렇게 우리들은 정해져 있는 딱딱한 시간이나 언제나 지정된 장소에서만 아이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주어진 조건들과 날씨, 장소, 형편에 맞추어 조금 더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함께 성장해 나간다.

우리 모두가 언제나 움직이고 변화해 가는 것처럼, 배움 또한 그렇게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변화해 가는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의 눈빛이 배움을 갈망하기를 고대한다. 아이들이 배움에 목마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와 생각할 시간과 침묵하며 뒤로 한 걸음 빠져줄 수 있는 공간을 주어야 한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스스로 하기까지 기다려주고 침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조금 더 아이들에게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저녁 산책 중 연못에 있는 개구리를 관찰 중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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