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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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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ul 17. 2020

이웃끼리 무슨~!

#015 열다섯 번째 이야기

다시 돌아온 Algarve에서 천천히 자리를 잡기 위해 남편과 나는 분주하게 움직여 본다. 무더운 여름을 대비해, 올리브 나무 옆에 집시의 집을 자리 잡아 그늘이 드려질 수 있게 했다. 또한, 집시의 집 앞 발콘을 다시 만들고, 그 옆으로 올리브 나무 밑에 하루 종일 그늘이 있을 수 있게 작은 발콘을 만들었다. 6월 말에서 7월로 접어들면서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더운 기운이 남부 포르투갈에도 덮쳤다. 아프리카가 건너편에 자리 잡은 이 유럽의 땅끝에서 이제 우리는 더운 여름 나기 준비를 시작해 본다.


남편과 함께 여름나기를 대비해서 만든 올리브 나무 아래 작은 발콘, Messines, Algarve, Portugal


이른 아침, 우리가 머무는 곳 건너편으로 야채 텃밭이 보였다. 소량으로도 구입이 가능한지 물어보기 위해 간 남편은 들뜬 표정으로 돌아왔다. 텃밭을 운영하시는 분께서 이웃끼리 무슨 돈을 받냐며, 원하는 만큼 야채들을 그냥 가져가라고, 가져가기 전에 손만 깨끗이 씻으면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웃끼리!!!! 아,,,,,언제 적에나 들어봤던 말인가! 이 말에 감동받았으나, 그래도 어떻게 염치도 없이 공짜로 땀 흘려서 재배한 야채들을 쏠랑 쏠랑 가져갈 수 있나, 약소하게나마 돈을 드려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이 날 오후, 그분 밑에서 일하시는 분께서 손수 한 상자 가득 야채들을 담아서 가져다주셨다. 우리가 가져가는 걸 어려워하는 걸 아시는 것처럼. 이 계기로, 열흘에 한 번씩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이웃의 텃밭을 찾아가 인사도 나누고, 싱싱하고 믿을 수 있는 야채들을 한 바구니씩 가지고 온다. 그리고 이렇게 가져온 싱싱한 야채들로 우리들은 맛난 음식들을 만들어 커뮤니티 가족들과 함께 먹는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 레스토랑 근처에 그분이 야채들을 파는 가게를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편의 레스토랑 야채들을 이 분의 가게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웃 텃밭에서 얻어온 싱싱한 야채들


또 다른 어느 날, 토지 주인이자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어부인 David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봉골레들이 나왔는데 가져갈 생각이 있냐고. 봉골레 귀신인 우리 가족들은 냉큼 사겠다고 했고, 이 날 점심때쯤 David는 1kg이 훨씬 넘는 봉골레들을 직접 가져다주었다. 또한, David네 닭들이 낳는 싱싱한 계란들을 필요할 때마다 얻을 수 있었고, David네 텃밭에서 나오는 야채들이나 레몬 나무에 열려있는 레몬들을 가끔 얻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들을 바로 옆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정이 붙는다고, 남편은 가끔 퇴근길에 피자를 만들어서 David네 집에 들렀다 오기도 한다. 또한 David가 직접 담은 medronho 술(medronho 과일로 만든 술)을 구입하기도 한다. 5개월이 채 되지 않은 넷째 아기와 함께 3개월 동안 남편 없이 4 아이와 함께 지내며 일과 육아를 당차게 담당하는 우리 커뮤니티 멤버인 Ines에게 기꺼이 David의 엄마는 편하게 세탁기를 자기 집처럼 와서 돌리라고 내어 주시기도 한다. 이렇게 이웃끼리 서로가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이 조용한 농가 생활은 예전의 Nadia의 땅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웃인 David 덕에 만든 파스타보다 봉골레가 더 많은 볼골레 파스타


또한, 커뮤니티 가족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다른 가족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고, 빵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배우기도 하고, 각자 자신의 나라의 음식들을 만드는 워크숍을 열고 함께 나눠 먹기도 한다. 필요할 때면 믿고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보러 나갈 수도 있고, 모든 아이들의 엄마이자 아빠가 되어준다.


최근에 Daniela가 연 빵 만들기 워크샾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본 나의 첫 빵!


예전에 우리에게 이웃이란 믿고 자신의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곳이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도와줄 수 있는 이웃들이 있었고, 커다란 의미의 가족들이었다. 요즈음에는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해서 쉬쉬하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이웃들의 사정들을 속속들이 헤아릴 수 있었고, 사정을 알기에 더욱더 가까워지고 서로가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아이들의 부모 이외에도 많은 이웃 어른들이 아이들의 역할 모델이 되어 주었었다. 가슴을 열고 자신의 공간에 다른 이들을 품어주는 이 넓은 가슴을 가진 이웃들을 알아가며 삶의 진정한 관계들을 다시 배워가고 회복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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