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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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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ul 03. 2020

다시 돌아온 Algarve

#014 열네 번째 이야기

3개월 전에 바닷가의 집을 정리할 때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은 짐을 정리하는 것이었지만, 무더워지는 날씨와 쉽게 피곤해져 오는 배불뚝이 임신녀는 거북이처럼 이삿짐을 챙겨본다. 캠핑카에서 지내는 다른 가족들에 비해, 집시 집 바깥에 팔렛과 나무로 바닥을 깔은 베란다와 오븐이 달린 불이 짐을 무겁게 했다. 며칠 고생해서 짐을 정리하고, Nadia와의 뜨거운 작별인사를 뒤로 하고, 드디어 또 다시 새로운 땅으로 향한다.

  

모든 짐이 담긴 카라반을 우리의 트란스 포머 그린 벤(“트란스 포머 그린 밴!” https://brunch.co.kr/@anachoi/45 참고)에 장착하고 이삿길에 나섰다. 기다란 7M짜리 카라반을 끌고 가 주는 이 트란스 포머 그린 밴은 마치 집을 등에이고 다니는 달팽이 마냥 시속 60 Km로 달렸고, 이런 트란스 포머 그린 밴이 참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려서 드디어 우리는 예전에 우리가 살던 Algarve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예전에 우리가 살던 곳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새로운 우리의 정착지. 이 곳은 Odemira에 있는 Nadia의 땅이 주는 끝이 없이 이어지는 광활하고 야생적인 자연 풍경과는 조금 멀었지만, 가족들 모두가 자신의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땅 주인 인 David 말로, 예전에는 텃밭도 크게 하고, 뒷산에 오렌지, 포도, 레몬, 귤나무들을 재배하였으나, 팔기 위한 용도로는 수지가 맞지를 않아서 재배를 중단하였다고 한다. (Davi의 개인 텃밭에서는 야채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뒷 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얼마 남지 않은 오렌지들을 마음껏 따 먹었다. 새로운 땅에 와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본부를 만들 자리들을 보고 다니고 어떤 나무들이 올라가기 좋은지 탐험하기 바빴다.



집 앞의 과일 나무들이 있는 언덕을 탐험하는 아이들, Messine, Algarve, Portugal


우리가 빌린 땅의 주인인 포르투갈 사람이자 낚시꾼인 David의 넓디 넓은 친절함이 우리를 따스하게 반기었다. Odemira에서부터 가져 올 짐들을 위해 밴을 하루 빌리기로 했었는데,  David는 자신의 트럭을 쓰라며 렌트비도 바라지 않았다. (물론 양심 있는 우리는 기름을 가득 넣어주고 식사를 대접하였다.) David의 넓디넓은 땅에는 말이 2마리 있는데, 우리를 불편하게 할까 봐 말들이 지내는 곳도 조금 더 멀리 만들고 말이 있을 구역을 확실하게 만들어 놓아 주었다. (Nadia의 말들과 있었던 일들을 David는 전혀 모르는데 말이다!) 자신의 닭들에게서 나온 계란들을 나눠주기도 하고, 일부러 남편 지오르지오 Giorgio네 레스토랑을 찾아가 식사를 하기도 했다. (물론, 남편은 David의 돈을 극구히 안 받았다. 이에 David는 화를 냈다. 하하하!)  그로 인해, David는 매주 한 번씩 친구들을 몰고 남편의 레스토랑에 들르는 단골손님이 되어버렸다.

  

이곳에선, 근처 마을들이 예전에 비해 더 근접하여 필요한 물건을 구하거나 문화적 공간을 접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자전거를 타고 5분만 가면 우리나라의 농협처럼 이 지역 농작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슈퍼 마켓이 있다. 또한, 10분 거리에 위치한 Silves 마을에는 아이들이 다니던 카포에이라 Capoeira(브라질 전통 운동) 체육관과 도서관, 수영장,  아이들이 올라가며 놀던 암벽 글씨와 놀이터,  Yasmin언니와 수다를 떨거나, 남편 지오르지오 Giorgio와 각자 책을 가져와 함께 책을 읽던 재즈 음악이 들리는, 공원에 위치한 카페가 있다.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도서관이나 수영장 등은 열리지 않았지만 그나마 나의 재즈 카페는 열려 있었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몇 달만에 나의 재즈 카페를 찾아가 보기도 한다.

 

커뮤니티 가족들과 함께 다시 돌아온 Algarve. 모든 정든 공간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자주 찾아가 식사를 하던 남편의 레스토랑, 매일같이 달라지는 바다색과 노을들, 아이들이 즐겨 놀던 놀이터와 자전거나 씽씽이를 타고 다니던 광장, 아이들보다 남편이 더 좋아하던 아이스크림 가게, 이 모든 게 여전히 그대로인데, 무언가 달라진 것 같았다. 그렇다. 가족들이 늘어난 것이다. 예전에는 넷이었는데, 지금은 가족이 17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대가족들과의 Algarve에서의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Jonny, Julia, India, Javi, Susansa가 각기 길을 떠나기 전에 다 같이 Algarve에서 다시 한번 뭉쳤다. 이들과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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