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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an 20. 2019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인연이라고, María Pagés

플라멩코 다섯 번째 이야기

María Pagés의 공연 UTOPIA

세비야에선 2년에 한 번씩 가을쯤에 비에날레 플라멩코가 열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플라멩코 아티스트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고, 세계 곳곳에 있는 플라멩코 아티스들이나 플라멩코를 사랑하는 이들이 이 공연들을 보기 위해 세비야를 찾는다. 처음으로 세비야에 온 해에 비엔날레 플라멩코가 있었고,  그 많은 공연을 하나도 안 놓치고 다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지인들의 조언을 얻어 10개 정도를 선정해서 보았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었지만, 솔직히 세비야에 당신이 산다면, 기디리다보면 1년 안에 모든 공연들이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혹은 대형 공연의 형식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이 공연에 올라가는 따블라오 tablao 공연을 쉽게 찾아볼 수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믿기 어려운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공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온다.  


Maria Pagès의 공연 DUNAS 

그렇게 많은 공연들을 찾아보고, 기록하고 사진 찍는 가운데, 가장 내 가슴속에 남았던 공연은 María Pagès의 DUNAS 공연이었다. 그녀의 모든 것들이 탐났다. 그녀의 의상, 조명, 음향,,,,모든 것이 내가 그렇게도 꿈꾸었던 것이었다. 특히, 조명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그녀의 안무에 할 말을 잃었다. 보통 그녀는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Dunas 공연에서도 모로코계의 벨기에 출신인 현대 무용가이자 자신의 무용단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공연을 하는 Sidi Larbi Chercaoui와 함께 만들어 낸 작품이다. 그의 모로코 아랍 문화의 노래와 플라멩코의 기타가 어우러지고, 플라멩코의 발소리와 그의 현대적 몸짓이 어우러지며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갔다. 또한 공연의 이름 DUNAS (모래 언덕)처럼, 커다랗고 섬세한 천을 이용해 사막의 모래 언덕을 연상시키는 무대를 만들어 내었다.

 

Marìa Pagès 뒤에서 기타를 연주 중인 Fyty Carillo, Festival de Jerez

그녀의 공연을 본 뒤 5개월이 지난 어느 날 밤, 플라멩코 친구들에 이끌려 Triana의 어떤 Tablao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Fyty를 만났다. Fyty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만났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쇼윈도에 보이는 Feria를 위한 의상들이 보이자, 어떤 옷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그의 질문에 나는 대뜸 “Marìa Pagès “ 와 같은 의상을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었다. 나의 대답에 너무도 간단하게 말하기를 “아~ Marìa Pagès? 그녀와 함께 일하는데?”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말에 당장 집에 도착해서 유튜브를 켜고 내가 본 Marìa Pagès의 DUNAS 공연을 다시 훑어 보았다. 그리고 정말 Marìa Pagès 뒤에는 Fyty가 앉아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 너무도 놀란 심장을 가눌 수가 없었다. 내가 만난 이 사람이 내가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니!!! 너무도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특히, 그녀의 의상의 천이 어떤 종류인지가 너무도 궁금했고, 직접 만져보고 싶었다.  


런던에서 다시 만난 작품 DUNAS


그리고 몇 달 뒤 엄청난 기회가 나에게 왔다. 런던에서 열리는 Marìa Pagès의 DUNAS 공연에 함께 갈 수 있게 되었다. Fyty는 그녀와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일부러 만들어 주었다. 짧지만, 그렇게도 동경하던 그녀와 단둘이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너무 촌스러울까 봐 사진도 못 찍은 나를 아직도 자책한다. 그녀를 위한 드로잉 선물을 준비해서 수즙게 건낸 그 드로잉은, 나의 Flamenca Persiana 의 두번째 프로젝트로 그려졌었다. 유명인이라 어려울 것만 같은 그녀는 너무도 친절하고 털털한 아티스트였다. 이제 막 시작하는 초짜 디자이너인 나의 손을 잡아주면서 응원해 주었다. 그녀와의 짧지만 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준 Fyty한테 나는 정말 많은 빛을 졌다.

  

Marìa Pagès 에게 선물로 준 의상 디자인한 드로잉을 180X280cm의 거대한 Persiana에 제작하여 Triana에 전시, Sevilla, Spain


그리고 3일간 이어지는 공연의 리허설 첫날. 이미 20여 년을 함께 호흡해 온 모든 스텝진들과 함께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10여 명이 넘는 런던의 기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10분. 10분이 지나자 모두 나가야 했다. 나만 빼고!!!!! 그 넓은 SADLER’S HALLS에 나 홀로 그녀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리허설을 보는 내내 그녀의 몸짓의 언어와 구슬픈 목소리의 노래, 연주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3일 내내 같은 공연을 보는데도 볼 때마다 또 다른 감동을 주었었다. 그렇게 3박 4일 동안 Marìa Pagès의 DUNAS 공연과 그 스텝진들을 무대에서 그리고 무대 뒤에서 볼 수 있는 기회들은 나에게 정말 많은 에너지와 영감을 주었었다. 


런던 SADLER’S HALLS 의 공연장(왼쪽), Marìa Pagès의 드레스룸(중간), 리허설 중 음향과 조명 체크중인 Marìa Pagès(오른쪽)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 인생의 반려자와 처음 데이트를 했을 무렵, 플라멩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의 한 마디는 “플라멩코 공연을 본건 한 3번 정도밖에 안되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공연은 비엔날레 플라멩코 때 봤었던 Marìa Pagès 공연이었어요.”였다. 나는 너무도 열띠게 나 또한 비엔날레 플라멩코에서 그녀의 공연을 보았었다고, 어쩜 같은 공간에 있었을 수가 있었냐고, 흥분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알고 보니, 그가 잠깐 만났던 여자 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가 DUNAS 공연의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Barbara! 나 또한 런던에서의 공연 덕에 그녀와 안면을 튼 사이였다.  


Marìa Pagès의 공연 DUNAS


그리고 또 몇 개월이 지나 나의 반려자와 함께 간 Triana의 플라멩코 따블라오 tablao에서 우연히 Barbara와 마주쳤다. 마지막으로 그녀와 만났을 땐 내 옆에 Fyty 가 있었고, 그의 옆에는 그녀의 베스트 프렌즈가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 둘이 함께 손을 잡고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이렇게 사람의 인연은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4tSspuI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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