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열한 번째 이야기
우리들은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한없이 자유롭기를
우리들은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독립되고 사고를 할 수 있기를
우리들은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기를
우리들은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가 다름을 존중할 수 있기를
우리들은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할 수 있기를
우리들은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리듬으로 스스로 세상을 알아가기를
우리들은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나 호기심 넘치는 살아있는 눈빛이기를
우리들은 꿈꾼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그래서 우리는 이 숲 속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기 위하여 모든 숲 속 유치원과 숲 속 학교 가족들이 함께 모여 1일 식당을 연다. 우리들의 프로젝트를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과 교육자들과 함께 나누고, 이 프로젝트를 지지하기 위해 후원금을 모은다. 솔직히 돈이 많은 몇몇 부모들이 그냥 기부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가족들이 힘을 합쳐서 1일 식당을 열어 음식을 준비하고, 음식을 나누고,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함께 땀 흘려 일해서 버는 값진 돈이 기부금으로써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또한, 레스토랑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숲과 연결이 되어 있어, 실제로 숲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약간의 도구들을 준비해 놓고, 다른 아이들과도 함께 경험을 나눈다.
대다수의 숲 속 가족들이 채식주의자로, 모든 식단은 채식주의, 베간(Vegan)으로 준비했다. 보통 채식주의나 베간식 메뉴라고 대놓고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금방 배가 꺼질 거라 생각하고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메뉴는 우리 숲 속 가족들의 구성원들과 참 많이 닮았다. 숲 속 가족들을 보면, 이탈리안 가족들만 있는 게 아니라, 엄마가 독일인이거나 한국인, 아빠가 멕시코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메뉴 또한 정통 이탈리안 메뉴가 아닌 퓨전으로 만들어졌다. 어느 나라 음식이 더 좋다거나 정통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더 맛난 음식을 내놓기 위해서 서로의 음식 문화들이 합쳐지고, 버무려져서 새로운 음식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다.
나의 남편이 유일하게 레스토랑과 관련된 일을 하므로, 모든 메뉴와 예산, 장보기와 실제 주방에서의 역할 분담 지시를 책임진다. 이어서 주방에 필요한 인원수가 정해지고, 서빙에 필요한 인원들, 아이들을 돌봐줄 인원들과 숲 속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한 프로젝트 준비와 발표, 손님들 안내와 회계, 홍보, 예약 관리 등등 생각보다도 많은 인원수가 1일 식당을 위해서 필요하다.
보통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레스토랑의 주방(골든 램시의 지옥의 주방)과는 달리,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의 주방은 언제나 음악이 흐르고, 장난과 농담들이 넘나들며 웃음이 넘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른 아침에 제일 먼저 주방에 들어와 재료들을 옮겨놓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며 즐거운 음악들을 틀어놓는다. 모든 숲 속 가족 스텝들이 프로가 아닌지라 익숙지 않지만, 그의 지시에 따라 각자가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해나간다.
멕시코 출신의 Jadro의 멕시코 요리인 타코는 만드는 과정만 보아도 정말 환상적이다. 이 타코를 만들기 위해서 Jadro는 자신이 직접 손으로 제작해서 만든 타코 기계를 가져왔고,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가는 타코를 부지런히 만들어내었다. 특히, 납작하게 모양이 만들어진 타코를 프라이팬 불에 올려 2번째로 양쪽으로 뒤 짚었을 때 공처럼 부풀어 올라야 잘 만든 타코라고 한다. 나는 일본 된장(미소)을 넣은 베샤멜을 열심히 저으며 타코가 공처럼 부풀어 올라오는 과정을 바라보며, 마치 마법에 걸린 듯 가끔 국자 젖는 것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이렇게 정성이 담긴 따스한 그릇을 백만 불짜리 미소와 함께 찾아온 손님들에게 나른다. 우리들의 숲 속 프로젝트를 지원해주기 위해서 찾아와 준 모든 손님들은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약 100여 명이 조금 안되었다. 프로가 아닌 일손으로써 벅찰 수도 있는 꽤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의 도움과 이해로 순조롭게 서비스들이 이루어졌고, 가끔 주방으로 찾아와 축하말을 전하거나 아이들이 조금 더 원하는 음식을 요구하기도 했다.
모든 일이 끝날 무렵, 농담 반 진담 반으로 Giorgio(나의 남편)과 함께라면, 레스토랑 일도 해볼 만하겠다고 웃으며 얘기하곤 했다. 꽤 좋은 팀워크로 하루 1일 식당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자식들을 사랑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원더 우먼들, 슈퍼맨들이 된다.
# 1일 식단 메뉴
--애피타이저
주먹밥(김과 생당근, 메밀 토스트가 곁들여짐)
타코 (미역 가루를 섞어 녹색으로 만든 멕시코의 타코 속에 호박과 여러 야채들로 채움)
콩 수프 (토핑으로 위에 말린 토마토와 얇은 파스타를 토스트 한 것과 메밀 토스트를 얹음)
--본 요리
Cannone(대포) 파스타(대포 모양처럼 생긴 긴 터널과도 같은 파스타에 브로콜리와 감자와 야채들을 갈아서 만든 크림을 넣어 오븐에 굽고, 일본 된장을 곁들여 만든 베샤멜 크림을 위에 얹고 그 위에 Prezzemolle와 올리브 오일을 뿌림)
토마토 파스타 (아이들을 위해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준비)
--디저트
베간 초콜릿 케이크 (순식간에 아이들 입 속에서 없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