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maDarling Feb 08. 2019

나이 쉰 살에 사직서를 낸 Chicca를 위한 만찬

#010 열 번째 이야기


친구 Chicca는 남편의 25년 된 친구이자, 남편의 친구만이 아닌, 나의, 우리 가족 모두의 친구이자 가족이다. 그녀는 나의 첫아들이 만 2살 반이었을 때 처음으로 이별의 슬픔이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가슴에서부터 복받쳐 나오는 가슴 찢어지는 울음을 터뜨리게 한 여자다. 스페인이든, 포르투갈이든, 이탈리아 이든 우리가 있는 곳이면 언제나 찾아와 주는 그녀이다.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살다 보면, 이렇게 어디든 정기적으로 우리를 찾아와 주는 친구가 몇 안된다는 걸 실감하게 되고, 이렇게 와주는 그녀가 항상 정겹고 고맙다. 그러던 그녀가 몇 년 전부터 삶을 바꾸고 싶다고 한탄하곤 했다. 자신이 좋아해 시작한 오랫동안 일해온 직장에, 좋은 연봉, 좋은 집, 가족들을 모두 뒤로 하고, 다시 바닥부터 새로 시작하려고 사직서를 내버렸다. 왜냐고 묻는다면, 휴가에도 처리해야 하는 일 관계 전화, 메일, 스트레스, 질적 삶의 부재, 여유 없이 쉴 새 없이 달려야 하는 밀라노의 삶에 지쳐갔다. 6년 전 우리가 시작한 6개월 일하고 6개월 쉬며, 돈이 아닌 시간을 버는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녀가 우리와 한 기차를 타기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그녀를 위해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은 새롭게 열 곳을 알아보았고, 올해 봄에는 그녀와 함께 떠난다. 


Zambujera do Mar, Alentejo, Portugal

이렇게 퇴직서를 내기 위해서 걸린 시간은 대략 3-4년은 된 것 같다. 나이 쉰 살에 퇴직서를 내기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거나 보장된 plan B가 있지 않은 이상 말이다. 어떤 이는 너무 섣부른 결정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산다는 통속적인 말로 당신의 삶을 작은 유리병 속에 가두지 마라. 모두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며, 진정 다른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저 영화나 다큐멘터리 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일 뿐일까? 인터넷이 만들어준 이 좁아진 세상 속에서도 아직 우리는 모두가 그렇게 산다는 자기 위안 적인 말을 하며,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볼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까?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얼마나 우리는 고심하면서 살아갈까. 다행히 Artist라는 나의 직업은 언제나 나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고, 정체 모를 슬픔, 아픔, 치유해야 했던 기억하기 어렵지만 소리 없이 각인된 어린 시절의 사랑의 부재, 30년을 넘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주변을 돌아보기 이전에 자아를 돌아보아야 하지만, 이 또한 나의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싶다. 나와는 다른 환경, 언어, 문화에서 사는 사람들, 장소가 주는 이질감에서 나를 관조해 본다. “나는 잘 살고 있다”는 말보다, “나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오늘은 드디어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한걸음 옮긴 그녀를 위해 Prosecco(샴페인)를 기울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캠핑카를 끌고 다시 포르투갈로 찾아온 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