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아홉 번째 이야기
북적거리고 쓸데없는 선물더미들이 가득한 연말을 피해서 도망 온 여기 포르투갈에도 우리처럼 크리스마스를 일상과 같이 보내는 커플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30년 된 캠핑카를 집으로 가지고 2년 동안 살아가고 있는 Simone와 Lisa이다. Simone는 2년 전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의 레스토랑에서 Pizzaiolo (피자 만드는 사람)로 일하는 인연으로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레스토랑의 주방(골든 램시의 지옥 같은 주방들)과는 달리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의 주방은 제대로 된 시스템 안에서도 음악을 틀어놓고, 서로 농담, 장난을 쳐가면서 일을 한다. 스페인의 13여 년간 운영해 오던 바닷가 레스토랑은 바쁠 때엔 하루 약 400 ~ 500여 명의 손님들이 몰려오는데, 그 와중에도 주방 뒤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가끔 자기들끼리 노래를 만들어서 콘서트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장난치는 정도를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어, 오래전 남편이 킥복싱을 배울 때였다. 주방에서 일하면서 조금 맘에 안 든다 싶으면 장난으로 남편은 킥복싱할 때 사용하는 글러브를 끼고 살살 때리는 흉내를 내곤 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의 동료들은 그를 일부러 화가 나게끔 만들어 글러브를 끼게끔 했다. 나의 남편이 글러브를 끼는 그 순간 그를 기다리는 건, 살아있는 작은 꽃게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글러브에서 손을 빼면서 소리 지르는 이 모든 모습을 이미 그의 동료들은 영상으로 녹화했다! 그러고선 어찌나 통쾌하게 웃던지,,,,이런 장난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단 하나의 비디오 영상도 나를 위해선 없는데 반해, 그의 동료들과의 서로 장난치거나 노래 부르는 영상들은 한가득이다. 그의 주방 철학에 따르면, 이미 주방에서 일한다는 것은 에어컨을 켜도 40도가 넘는 주방의 지옥 같은 컨디션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굳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소리 지르며 일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탈리안 특유의 뜨거운 피에 쉽게 흥분하고, 소리도 지를 수 있지만, 신참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에는 나의 요리사 남편은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하곤 한다.
이런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은 언제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존중하고, 그렇게 함께 일하면서 가족 같은 끈끈함이 형성되고, 이런 동료들 중에선 가족 같은 동료들도 생기고, 그의 밑에서 일한 이들을 그냥 누군가를 위해서만 일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동업자들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단순히 레스토랑만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그들을 들여놓는다. 모든 이들이 지금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과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면서도 그와의 우정을 계속 이어 간다. 그리고 언젠가 그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면 멋지게 들 나타나 주곤 한다. (예를 들면, 가장 성수기인 여름 바캉스 시즌에 내가 사고가 났을 때 남편은 자신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 자신의 자리를 메꾸고, 나의 곁에서 나와 우리의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멋지게 일을 그만두었다.)
Simone와 Lisa는 보통 다른 이들처럼 다니던 직장과 집을 모두 놔두고, 남들과는 다른 삶을 선택해서 캠핑카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고 있는 커플이다. 캠핑카에서 살아가면서 보통 남들과는 다른 리듬의 삶을 살아가고, 보이지 않지만 삶에 있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시간을 벌어가는 삶을 실천해가고 있다. 현재 순간순간을 숨 쉬며 느끼며 살아간다. 이런 커플과의 점심식사의 대화는 세상을 돌며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들, 우리가 실천해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들, 대안적 교육과 삶 이야기, 홈스쿨링 등등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어느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핫이슈이기도 했다.(페이스북에서 Seven on the road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이 가족은 홈스쿨링 가족으로, 아빠는 브라질 출신이고, 엄마는 반은 이탈리안, 반은 벨기에 출신으로 5명의 아이들은 브라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가 모국어이며, 영어 또한 구사하고 있었다. 이 가족은 브라질에서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유럽 어디에서 살아갈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100일에 걸쳐, 30년 넘은 캠핑카를 타고 7명의 가족들이 함께 유럽을 돌아다녔다. 이들의 루트 경로에 우리가 머무는 포르투갈도 들어있어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희망도 가졌으나, 그때는 이미 그들이 포르투갈을 지나간 뒤였다. Simone와 Lisa는 포르투갈에서 이들과 만나서 하룻밤을 함께 지낸 뒤 매일같이 소식을 주고받고 지낸다고 하여, 우리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이런 즐거운 만남에 빠질 수 없는 게 맛난 식사이다!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은 시장에서 갓 공수해 온 오징어로 파스타를 만들고, 문어 요리와 이탈리아의 Piano dell’avaro 산에 갔을 때 구입해온 그 지역의 치즈인 Stracchino와 Bitto를 내놓았다. 이들과 함께 나누는 좋은 음식, 시간, 그리고 따스한 햇살! 이렇게 작은 것으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레시피=
오징어 파스타
1. 냄비에 물을 끓여서 파스타를 익히는 동안, 다른 프라이팬에 자른 오징어와 마늘, 방울토마토, prezzemolle와 올리브 오일을 넣어 아주 살짝 익힌다.
2. 익힌 파스타와 약간의 간장, 준비해 둔 오징어 볶음을 합치면 완성!
문어 요리
1. 문어를 커다란 냄비에 넣어 아주 약한 불에 1시간 동안 익히면, 따로 물을 넣지 않아도 자연히 문어에서 나오는 물로 익힐 수 있다.
2. 푹 읽힌 문어를 꺼내서 작게 잘라 약간의 간장과 prezzemolle를 넣어서 볶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