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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Feb 27. 2019

이탈리아, 무엇이 나를 아쉽게 만드는가.

#006 여섯 번째 이야기 - 커뮤니티

시냇물이 흐르는 숲(Torente)으로 가는 길, 숲마다 아이들이 지은 이름들로 불려진다. Milan, Italy


언제든 떠날 때가 다가오게 되면, 새롭게 다른 곳에서 시작될 삶에 설레기도 하지만, 꽤 오랫동안 살아오던 장소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스페인에서든, 포르투갈에서든, 남편의 여름시즌 레스토랑 일이 끝나면 어김없이 우리의 베이스 캠프인 이탈리아 밀라노 근교로 돌아온지가 5년 반이었다. 솔직히 이렇게 오랫동안 이탈리아에 머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물론,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찾아오겠지만 우리의 베이스 캠프를 포르투갈로 바꾸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이탈리아를 떠나며 무엇이 나를 아쉽게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숲 속 유치원의 베이스 캠프 base camp인 Yurta, Milan, Italy


우리를 이탈리아에 매년 돌아오게 했던 가장 커다란 이유가 되었던 것은 숲 속 유치원의 커뮤니티가 아니었나 싶다. 첫째 아들이 태어나서부터 홈스쿨링을 생각해 오던 우리 부부에게 이 숲 속 유치원의 프로젝트와 커뮤니티의 발견은 새로운 전환점이었고,  꽤 오랫동안이나 우리를 한 곳에 머물도록 해주었다. 그럼으로써 커뮤니티 속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먹는 점심과 간식의 시간과 장소, 놀거리, 어느 숲에서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를 스스로 정하고 자유롭고 독립된 개체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곳에서는 아이들이 많은 것들을 스스로 직접 체험하고, 실험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남과 비교되지 않고 아이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시간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은 뒤로 물러서서 기다려 준다. 아이들의 한계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이를 마음으로 지지해 준다. 지극히 도움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 (도시락 통을 열기가 힘들다던가, 개울가에서 옷과 신발이 다 젖어서 갈아입어야 한다던가,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소통하는데 문제가 있거나 감정을 가라 앉히고 싶을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를 스스로 알아내기 위해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던가 등등), 되도록 어른들의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아이들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서로가 조율하고 화합하는 모든 과정을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스스로 이루어 낸다. 단 하나의 아이의 의견도 제외되지 않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어른들이 되려고 노력하고, 이를 위해 아이들과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배우고, 아이들이 어떻게 여과 없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여러 가지 문화적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노력하며 우리 주변의 세상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함께 배워간다.


거센 비바람으로 기울어진 나무들은 비행기, 말, 자동차 등이 되기도 한다. 아이 스스가 댐이 되기도 하고, 기울어진 경사는 자연 미끄럼틀이 된다. Milan, Italy


항상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 커뮤니티처럼 열린 대안 교육의 커뮤니티들을 항상 찾아다녔고,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보아온지라, 이렇게 마음 맞는 커뮤니티를 찾는다는 건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4년이란 세월을 이 커뮤니티와 함께하기 위해서 착실하게 이탈리아에 돌아왔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오래전에 세상 여기저기를 쑤시고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렇게 열리고 준비된 커뮤니티 속에서 아이가 어떻게 자랄 수 있을지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세월 동안 함께 배웠고, 함께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제 떠날 시기가 온 것이다. 우리는 이 커뮤니티가 함께 공유해 준 진귀한 보물들을 가지고 또 다른 경험과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떠난다.


첫째 아들 율이와 둘째 딸 가이아의 졸업 및 송별회 날, 이제 곧 어디로 갈지 세계지도를 보며 얘기하는 아이들, Milan,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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