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열한 번째 이야기
어제는 남편이 쉬는 날이라, 우리 가족은 언제나처럼 트란스포머 그린 벤에 몸을 싣고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었다. 우리가 사는 포르투갈 남부에서 2시간 정도 거리인 Comporta에 먼저 도착했었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을 떠날 때면 언제나 이렇게 가슴이 두근 거린다. 이곳의 바닷가는 마치 캘리포니아의 롱비치처럼 하염없이 길게 이어진 해변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곳은 쌀을 재배하는 마을로도 유명하기도 했다. 물이 바닷물로 이루어진다는 게 좀 흥미로운 사실이기도 했다. 이곳의 첫인상은 마치 예전에 남편이 14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스페인 남부의 부촌 바닷가였던 Zahara de los Atunes의 20년 전 모습과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마을의 규모는 아주 작았지만, 가게들이나 레스토랑들이 빈티지 느낌으로 꽤 세련되게 차려져 있었다. 왜 이곳이 이렇게 물가가 비싸고 유명해졌나 했더니,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이자 아티스트인 마돈나가 이 곳에 집을 사서 가끔 간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이탈리아 밀라노 근교에 위치한 Lago di Como에 조지 클루니가 집을 사서 그 근방의 집세가 확 올랐었던 것을 생각하면 꽤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돈나가 지내는 이 작은 마을에서 약 15분 거리에 작은 선착장인 Porto Palafita da Carrasqueira가 있었는데, 지내온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나무들로 이어진 선착장의 부두에는 많은 부두들이 다리 마냥 이어져 있었다. 다리 밑으로 물이 얼마나 깊은지는 몰라도, 그 아슬아슬한 다리에서 떨어지는 건 그닥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하물며 거의 3년 전에 다친 왼쪽 다리 덕에 균형 감각에 자신이 없어진 나로서는, 폭이 40센티미터 정도인 다리 위를 걷는다는 건, 곡예사가 줄 위를 걷는 것과도 같았다. 이런 아슬아슬한 다리 위를, 건너고는 싶은데 건너 볼까 말까 망설이는 첫째 아들이 눈에 보였다. 고소 공포증까지 가지고 있는 남편으로써는, 평소 이런 아슬아슬한 다리는 건널 생각도 안 하겠건만,,, 먼저 시도하길 꺼려하는 어릴 적 자신을 닮은 큰 아들을 위해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함께 다리를 곡예사 마냥 건너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단 다리 하나를 건너본 아들은 별거 아니었구나 싶었던지, 이제는 다리 위에서 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여러 갈래의 골목길처럼 나 있는 다리들을 빠짐없이 건너가 보기 시작했다. 겁 없는 둘째 딸은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미 저만치 혼자가 있었다.
아이들이 신나서 이 다리 저 다리를 건너는 동안 마음이 조마조마 안 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혹시 떨어지면 총알처럼 건져 낼 수 있는 자세를 티 안 나게 하고, 갈아 입힐 옷은 자동차 안에 있는지, 머리로 굴리면서 눈은 아이들에게서 떼지 않고 아이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심히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먼저 나서서 이 다리는 건너가기 어렵겠다느니, 다시 생각해보라느니, 안된다느니, 위험하다느니, 조심하라느니 하는 말보다는, 발 딛는 한발 한 발이 어디에 가는지를 주위 깊게 잘 살펴보라는 정도의 간단한 조언만을 남기고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모험과 도전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뒤에서 바라보았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우리가 한 걸음 뒤에서 바라봐 줄 때, 아이들은 소리 없이 한 층 더 성장해 나간다.
보통 우리 어른들이란, 아이들이 조금만 아파서 울어도 자기가 그냥 아파주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워하고,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아이가 다치거나 힘들지 않기 위해 대단히 미리부터 예방하는 성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 어른들은 어른이 되고 나면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예전에는 당신도 바로 어린이였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아이들이 삶에 도전하는지 지켜볼 수 있다. 이걸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고 지켜봐 준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진귀한 모험과 도전, 경험, 성취를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리라. 해적이 보물을 찾기 위해 한 손에는 보물 지도를, 다른 손에는 멋진 검을 가지고 항해를 하듯, 아이들의 인생의 항해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각자가 가지게 될 자신만의 보물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