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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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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Apr 08. 2020

잃어버린 휴머니즘을 찾아서

#001 첫 번째 이야기

위기를 기회로 돌려라!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기회로 돌려보기로 했다. 모든 게 정리가 되고, 준비가 되고, 지역 간의 이동제한이 해제가 되면, 우리들의 캠핑족 친구들과 합류하기로 했다. (지역 간의 이동제한: 부활절 휴가를 기회로 확진자 수가 많은 북포르투갈 사람들이 남부 포르투갈로 오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인 것 같다.) 이 캠핑족 친구들은 각기 자기들 나라에서 포르투갈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서 각자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찾아왔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면서 여기저기를 오가며 마음이 맞는 가족들끼리 함께 음식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며 지냈었다.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그 사람의 진면을 알아본다고, 여러 가족들 중에 몇몇은 자신의 길을 떠났고, 몇몇 가족들은 서로 흩어져야 한다는 다른 지인들의 충고와는 반대로 오히려 똘똘 뭉쳐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거쳐를 찾아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 또한 자기 일처럼 팔을 걷고 나섰고, 서로가 아끼는 진심을 확인하게 되었었다. 거대한 파도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우리 가족을 커뮤니티 만드는 초석에 동참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정말 특별한 순간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기 주변을 살핀다. 현대 사회에서 점차 점차 잃어버리고 있는 휴머니즘을 찾아서 우리는 또다시 떠나려고 한다.


그렇게 몇 주 전부터 숲이 우거진 땅을  함께 사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프로젝트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살아가는 것은 한국에서 지내던 20대 시절부터 나의 오래된 미래 프로젝트였었다. 한국에서 커뮤니티적 코 하우징 Co- Housing 공동생활을 꿈꾸던 유일한 또라이가 유럽에서 만으로 마흔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드디어 꿈을 이루려는 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동반자인 이탈리안 남편 지오르지오 Giorgio와 우리들의 아이들과 함께 그려가는 커다란 그림들 속에서 나의 구름 위를 걷는 듯 환상적이기만 한 꿈들이 조금씩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꿈꾸는 자는 꿈을 이룬다고 하지 않았던가! 뜻이 맞는 좋은 가족들을 못 만났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각자의 직업과 사정이 다르기에 커뮤니티가 구성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5~6 가족들이 같은 뜻으로 커뮤니티를 구성하려는 지금 이 순간은 정말 특별하다.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인해 우리에게 닥친 커다란 위기가 삶을 전환해주는 커다란 기회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가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과정들은 길 위의 만남들이 겹쳐지며 이루어진다.


개인적으로 "집"이라는 의미가 주는 다복합적인 메타포를 좋아한다. 집이라는 의미를 물리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가 있다. 집의 물리적 공간이란, 말 그대로 내가 살고 있거나 살았었던 집들을 의미한다. 우리 가족들에게 물리적 공간적인 집은 일 년에도 2-3군데를 바꾸어 다니면서 살아왔었고, 집 한 곳 한 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그 공간을 최대로 이용했으며, 떠날 때에는 서운한 마음과 다음으로 갈 곳에 대한 설레는 마음이 뒤섞여서 다음 집으로 떠났다. 심리적 공간으로써의 집을 개인적으로 서술해보자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함께 있는 곳, 그곳이 집이라는 것이다. 공간적으로 내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와 함께 있어서 행복하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족이란, 굳이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럽 땅을 밟고 나서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아이 하나가 자라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 말이 갖는 의미는 양물적인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가 자라는 데에 커뮤니티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공동적인 삶의 가치관과 교육관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들이 함께 모여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한다. 이는, 내 자식만이 아니라 모두의 자식들이 나의 자식들이 됨을 의미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역할 모델이란 게 부모들만에 아닌, 모든 공동체의 어른들과 자신보다 조금 더 큰 친구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가 가진 재능을 발휘해서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요리를 잘한다면, 아이들과 다 같이 요리를 할 수 있고, 누군가가 목공일을 한다면, 아이들은 그/그녀를 보며 망치와 톱을 손에 쥘 것이다. 누군가가 악기를 연주한다면, 매일같이 들리는 음악에 자연스럽게 연주를 시도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것이다. 누군가가 텃밭을 고 있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텃밭 일을 함께 할 것이다. 누군가가 다른 언어로 이야기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나의 모국어 이외에도 세상에 다른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언어를 기꺼이 배울 수도 있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은 어른들이나 자기보다 큰 아이들이 하는 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고, 나보다 작은 아이들을 돌보는 책임감을 배우게 되고, 자신의 힘과 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커뮤니티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어려움을 가까운 그/그녀와 나눌 수 있고, 이들 중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하면 내 일처럼 모두가 나서서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나의 이웃이 누군지 알지 못하거나 인사 없이 어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그들과 삶을 나눔을 의미한다.


이제 곧 우리는 다음 인생의 페이지를 넘기려고 한다.


O troveremo una strada o ne costruiremo una.
Annibale (247- 182a.c)


길을 찾거나 새로운 길을 만들자.
카니발 (249 - 182a.c)


오늘 이탈리안 셰프 남편이 내게 남긴 메세지이다.

참고: 카니발 Annibale : 이들은 로마시대 코끼리를 타고 보이지 않게 공격하기 위해서 알프스 산맥을 넘어와 로마인들을 공격해 이탈리아 북부에서부터 이탈리아 남부까지 쳐들어왔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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