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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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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un 16. 2020

아이들의 눈이 빛나는 그 순간

#007 일곱 번째 이야기

아이들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시작한 지 6주가 지났다.


첫 주는 새로워진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어떤 물건들에 관심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어른들인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 거리를 제안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할 거리를 찾아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이 어떤 재료들에 흥미로워 하는지, 현재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파악해야만 했다. 우리는 벽 한편에 아이들이 제안하는, 하고 싶은 활동들을 적어 놓을 수 있는 커다란 종이를 붙여 놓았다. 이곳에는 목공 놀이, 피자마 파티, 음식 만들기, 바느질 놀이 등등이 조금씩 채워져 갔고, 이를 위해 Daniela와 나는 모든 재료들을 한꺼번에 풀어놓는 게 아니라, 한 주에 하나씩 풀어 나가, 아이들이 재료들 하나하나에 익숙해져 갈 수 있도록 했다.

  

자연 추출물로 향수 만드는 중인 Nina와 India
구슬과 막대를 이용한 산수 놀이
광물 찾기 놀이중인 Lorcan(완쪽)과 불럭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Ona(오른쪽)


2주 차에는 목공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나무 자재들과 톱, 망치, 고정대, 못, 와인 코르크 마게 등등을 배치해 놓았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3일 동안 목공 놀이에 집중해서 각자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고, 색칠도 하고, 끈도 이어 붙이고, 동물들의 깃털들을 꽂거나 와인 코르크 마게를 이어 붙여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들을 재현해 나갔다. 톱을 쓰고, 망치를 사용하기에, 어른들도 아이들도 집중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해서, 아이들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하였다. 초반에 목공 작업에 흥미를 두지 않던 Nina와 India도 점차 점차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것에 동요되었는지, 자신만의 작은 배를 만들었다. 가이아는 하고 싶은 프로젝트 그리기까지는 좋았으나, 톱질하는 과정에서 힘이 부쳤는지, 다른 놀이를 찾아 나섰다. 원체 망치질을 하려면 어느 정도 힘이 받쳐 주어야 하는데, 아직 가이아는 힘들여서 하는 목공 작업에 흥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반면에, 율, Mailo, Federico, Lorcan, Pietro, Ayrin은 3시간 동안 진지한 눈빛과 열정에 가득 차서 목공 작업에 몰두하였다.

  

목공 작업중인 아이들


3주 차에는 India가 가지고 있는 Dixit 테이블 게임을 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게임은 가지고 있는 카드의 이미지가 상징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거짓과 진실을 가리고, 다른 게임자들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맞추는 게임이다. 이어서 "브루마블(여기선 모노폴리Monopolly로 알려져 있다.)" 게임에 재미를 붙였다. 그로써 오후의 활동 제안에 테이블 게임을 추가하고, 우리 집시의 집에 모인 아이들은 보물이 숨겨진 곳에 먼저 다다르면 이기는 게임인 “보물섬” 놀이와 스캐너 속에 들어있는 카드 인물을 알아맞히기 위해서 여러 힌트들을 찾아 내가는 과정 속에, 모두가 여우에게 이기거나 모두가 지는 “Pallia" 놀이를 즐겼다. 큰 아이들이 테이블 게임에 집중하는 동안, 작은 아이들은 바깥에서 흙을 삽으로 퍼와서 채에 거르고 이를 물과 합쳐 진흙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다가, 요리 놀이로 바뀌어서 꽃이나 풀들을 가지고 와서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 갔다. 또한, 아이들이 펠트로로 바느질하는 작업을 한창 좋아하던 시기에 맞춰, 오후 시간에 아동복을 디자인, 제작하는 Ines가 아이들과 함께 재봉틀을 직접 사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지나 치마, 장갑 등을 함께 제작하였다. 이 재봉 작업 시간을 2주 동안이나 목메어 기다린 아이가 있었으니! 이는 가이아였다. 우연히 Ines의 캠핑카에서 제작하고 남은 유니콘 무늬 천을 보고 Ines와 함께 제작할 날을 기다리며 이틀에 걸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을 직접 디자인해서 그림으로 그렸다. 그리고 2주 뒤, 결국 자신의 바람대로 유니콘 무늬 천의 치마를 Ines와 함께 제작하였다. 또한, Federico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바지를 입어 보고 감격했다.  


테이블 게임 중인 아이들
진흟만들기에서 어느새 부엌놀이로 바뀌어 쵸콜렛 차를 만드는 중인 가이아와 Pietro
Federico의 첫 작품인 바지(완쪽), Ines와 유니콘 치마 제작중인 가이아(오른쫀)


4주 차에는 율이가 화산 놀이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였다.  화산 놀이의 원리는 식초와 베이킹파우더를 섞으면 작용하는 화학 작용을 이용해서 빨간 물감을 더해 용암이 분출하는 장면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미 수십 차례 해본 놀이 인데도,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재미있는 놀이인가 보다.  손쉽게 시중에서 파는 이미 준비된 화산을 이용해도 재미있겠지만, 아이들은 화산을 무슨 재료로 만들 것인가 부터 토론을 하기 시작하였다. 율이는 흙과 물을 이용해서 진흙으로 화산 모양을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Mailo는 처음에는 나무들을 이어서  모양을 들자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돌들을 쌓아서 화산 모양을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Mailo의 제안에 율이는 돌로 산을 쌓으면, 용암들이 돌들 틈으로 흘러 들어가 버려서 안된다며 돌로 쌓고 틈을 진흙으로 메우자고 제안하였다. 결국은 여러가지 편의에 의해서 인지, 아이들은 흙과 을 이용해서 진흙으로 산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삽들을 가지고 와서 흙을 퍼 올리는 동안, 율과 Mailo는 자신이 직접 다녀온 시칠리아 sicilia에 있는 활화산인 에트나 Etna에 다녀온 경험을 서로 들려주었고, 준비한 흙을 가지고 드디어 화산 형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화산 옆에 작은 마을들을 만들기도 해본다. 드디어 준비한 붉은색 물감과 베이킹파우더를 화산 끝에 끼워 넣은 작은 컵에 넣고 식초를 뿌려 본다. 식초를 더할 때마다 용암이 화산 속에서 부풀어 올라  지면을 거품을 내며 내려왔다.  이를  차례   아이들도 신나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용암 분출 장면을 연출해냈고, 처음으로 화산 놀이를 해본 Lorcan, Ayrin과 Lua는 눈이 커다래져서 신기해하며 용암을 만들어 본다. Lorcan의 엄마Anthea의 말로는, 그날 Lorcan이 캠핑카에 돌아와서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날이었다"고 반짝이는 눈으로 흥분해서 얘기했다고 한다. 화산 놀이가 끝난 뒤, 아이들은 다큐멘터리를 각자의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는가 하면, 그 다음 날 화산에 관한 책들을 서로 가지고 와서 함께 기도 했다.

 


5주 차에는 목공 놀이가 속되는 가운데, India가 제안한 Julia가 진행하는 요가 수업이  공간에서 따로 집행되었다. 또한, 며칠 동안 놀러 온 Nina의 커다란 친구인 같은 이름을 가진 Nina가 우리와 함께하며  다른 소스를 가지고  주었다.  원체 “용”을 좋아하는 Nina와 놀면서 용과 관련된 환상적인 이야기와 놀이들을 서로가 주고받았다. 원체 용의 존재에 대한 신비로움과 환상적 이미지는 언제나 아이들을 매료하기 마련이었다. 이날 저녁, 때마침 가이아와 율이와 잠자기 전에  용에 관한 책을 함께 보던 중, 가이아가 1년 전에 밀라노에서 봤던 “중국의 새해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축제에서 우리들은 각양각색의 용들이 음악에 추어 춤을 추는 것을 보았는데, 가이아에게 꽤나 인상 깊게 남았었나 보다. 이로써, 그 다음 날 친구들과 춤출  있는 커다란 용을 만들어 보겠다고 신나 하며 잠이  율이와 가이아였다. 그 다음날 친구들에게 “용” 프로젝트를 가지고 와서 해보자고 제안하자, 많은 친구들이 동의를 했었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한참 고심하며 토론을 하며 이것저것 재료들을 걸쳐 보더니, Nina둘과 Mailo는 작은 용을 만들겠다고 의견을 바꿨다. 커다란 용을 만들고 싶어 했던 율이는 도와줄 람이 없다고 투덜대며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커다란 용을 만들고자 했던 가이아만 덜렁 혼자 남는 꼴이 되었었다. 때마침, 한 친구가 자전거 의자 위에 죽은 아리를 발견했다는 소리에 모든 아이들이 달려 나가 주의를 흩트렸다. 비록 커다란 용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끝을 보지 못했지만, 아이들 나름대로 자신의  만큼 가져간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자고  한 번 다짐해 본다.   


India가 제안한 Julia와 함께한 요가수업
커다란 용 제작을 위해 실험 중인 아미들
결국, 작은 사이즈 용을 제작한 두명의 Nina


6주 차에는 어느  오후 India가 우리 집시의 집에서 만든 미니  제작에 흥미를 가지면서 ”책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었다. 며칠 뒤면, 엄마의 일 관계로 캘리포니아로 떠날 India가 친구들에게 남기고 싶은 선물로 만든 “우정의 책 Libro della amicizia"을 보고,   저녁 율이와 가이아는 밤이 늦도록 미니 북을 만들고, 친구들 이름 하나하나를 알파벳 도장으로 찾아가며 어서 만들었었다. 이를 계기로 돌아오는 6주 차에는 하루에 하나씩 다른 모양의 책들을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우리 주변에 여러 형태의 책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았다. 첫 날은 8면으로 접어서 가운데를 살짝 잘라 4페이지짜리 책이 오는 책을 만들어 보고, 두 번째 날은 아코디언 악기처럼 접혔다가 펼쳐지는 형태의 책과 여러 장을 함께 모아 동그란 모양의 펀치를 뚫어 끈으로 묶는 책을 만들어 보았다. 세 번째 날은 여러 장을 모으고 가운데를 바늘과 실을 이용해서 꿰매서 책을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을 해보았다. 이 과정 중에, 글자를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은 친구들 이름들을 워 넣어보고, 아직  모르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놓은 이름들을 따라 쓰거나, 자신이 쓰고 싶은 낱말을 써달라고 여 보고 베껴 쓰는 등, 자기 나름의 책들을 만들어 갔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의 자연에서 발견되는 것들을 그린 "자연 책 Libro della natura"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이들은 여럿이서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가 하면, 각자가 하고 싶어 하는 개인 로젝트들을 알아서 끌어 가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 커다란 아이들은 매일은 아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자신의 이름 난에 적어서 오늘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기도 한다. 굳이 적어놓지 않고도 무언가 나름 바쁘게 해 나가다가 프로젝트 난 적기도 하고, 아예 적지 않고 즐겁게 진행되기도 한다. 적느냐 적지 않느냐가 요하지도, 프로젝트를 끝내느냐 끝내지 않느냐가 중요하지도 않다. (물론, 개인적으로 율이가 자주 프로젝트를 가지고 와서 어려움에 닥치면 금방 그만둬버리는 걸 옆에서 보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럴 때면 그냥 눈을 질끈 감는 게 상책이다.)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의 눈을 빛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을 사랑한다. 아이들끼리 서로 논의하며 나름의 이유와 결정을 스스로 내어놓는 아이들의 논쟁을 듣는 걸 사랑한다. 그 이유가 정당하지 않아도 좋다. 그 결정이 엉뚱해도 좋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그것이 옳다고 보니까.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이 기회를 나는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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