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는 새로워진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어떤 물건들에 관심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어른들인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 거리를 제안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할 거리를 찾아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이 어떤 재료들에 흥미로워 하는지, 현재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파악해야만 했다. 우리는 벽 한편에 아이들이 제안하는, 하고 싶은 활동들을 적어 놓을 수 있는 커다란 종이를 붙여 놓았다. 이곳에는 목공 놀이, 피자마 파티, 음식 만들기, 바느질 놀이 등등이 조금씩 채워져 갔고, 이를위해 Daniela와 나는 모든 재료들을 한꺼번에 풀어놓는 게 아니라, 한 주에 하나씩 풀어 나가, 아이들이 재료들 하나하나에 익숙해져 갈 수 있도록 했다.
자연 추출물로 향수 만드는 중인 Nina와 India
구슬과 막대를 이용한 산수 놀이
광물 찾기 놀이중인 Lorcan(완쪽)과 불럭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Ona(오른쪽)
2주 차에는 목공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나무 자재들과 톱, 망치, 고정대, 못, 와인 코르크 마게 등등을 배치해 놓았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3일 동안 목공 놀이에 집중해서 각자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고, 색칠도 하고, 끈도 이어 붙이고, 동물들의 깃털들을 꽂거나 와인 코르크 마게를 이어 붙여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들을 재현해 나갔다. 톱을 쓰고, 망치를 사용하기에, 어른들도 아이들도 집중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해서, 아이들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하였다. 초반에 목공 작업에 흥미를 두지 않던 Nina와 India도 점차 점차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것에 동요되었는지, 자신만의 작은 배를 만들었다. 가이아는 하고 싶은 프로젝트 그리기까지는 좋았으나, 톱질하는 과정에서 힘이 부쳤는지, 다른 놀이를 찾아 나섰다. 원체 망치질을 하려면 어느 정도 힘이 받쳐 주어야 하는데, 아직 가이아는 힘들여서 하는 목공 작업에 흥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반면에, 율, Mailo, Federico, Lorcan, Pietro, Ayrin은 3시간 동안 진지한 눈빛과 열정에 가득 차서 목공 작업에 몰두하였다.
목공 작업중인 아이들
3주 차에는 India가 가지고 있는 Dixit 테이블 게임을 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게임은 가지고 있는 카드의 이미지가 상징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거짓과 진실을 가리고, 다른 게임자들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맞추는 게임이다. 이어서 "브루마블(여기선 모노폴리Monopolly로 알려져 있다.)" 게임에 재미를 붙였다. 그로써 오후의 활동 제안에 테이블 게임을 추가하고, 우리 집시의 집에 모인 아이들은 보물이 숨겨진 곳에 먼저 다다르면 이기는 게임인 “보물섬” 놀이와 스캐너 속에 들어있는 카드 인물을 알아맞히기 위해서 여러 힌트들을 찾아 내가는 과정 속에, 모두가 여우에게 이기거나 모두가 지는 “Pallia"놀이를 즐겼다. 큰 아이들이 테이블 게임에 집중하는 동안, 작은 아이들은 바깥에서 흙을 삽으로 퍼와서 채에 거르고 이를 물과 합쳐 진흙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다가, 요리 놀이로 바뀌어서 꽃이나 풀들을 가지고 와서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 갔다. 또한, 아이들이 펠트로로 바느질하는 작업을 한창 좋아하던 시기에 맞춰,오후 시간에 아동복을 디자인, 제작하는 Ines가 아이들과 함께 재봉틀을 직접 사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지나 치마, 장갑 등을 함께 제작하였다. 이 재봉 작업 시간을 2주 동안이나 목메어 기다린 아이가 있었으니! 이는 가이아였다. 우연히 Ines의 캠핑카에서 제작하고 남은 유니콘 무늬 천을 보고 Ines와 함께 제작할 날을 기다리며 이틀에 걸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을 직접 디자인해서 그림으로 그렸다. 그리고 2주 뒤, 결국 자신의 바람대로 유니콘 무늬 천의 치마를 Ines와 함께 제작하였다. 또한, Federico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바지를 입어 보고 감격했다.
테이블 게임 중인 아이들
진흟만들기에서 어느새 부엌놀이로 바뀌어 쵸콜렛 차를 만드는 중인 가이아와 Pietro
Federico의 첫 작품인 바지(완쪽), Ines와 유니콘 치마 제작중인 가이아(오른쫀)
4주 차에는율이가화산놀이를하고싶다는제안을하였다. 화산놀이의원리는식초와베이킹파우더를 섞으면작용하는 화학 작용을 이용해서빨간물감을더해용암이분출하는장면을재현하는것이다. 이미수십 차례해본놀이 인데도, 아이들에게는언제나재미있는놀이인가보다. 손쉽게시중에서파는이미준비된 화산을 이용해도 재미있겠지만, 아이들은화산을무슨재료로만들 것인가 부터토론을하기시작하였다. 율이는흙과물을이용해서진흙으로 화산 모양을만들자고제안하였고, Mailo는처음에는나무들을이어서산모양을만들자고했다가, 그다음에는돌들을쌓아서화산모양을만들자고제안하였다. Mailo의제안에율이는 돌로산을쌓으면, 용암들이돌들틈으로흘러들어가버려서안된다며돌로쌓고틈을진흙으로메우자고제안하였다. 결국은여러가지편의에의해서인지, 아이들은흙과물을 이용해서진흙으로산을만들기로결정했다. 삽들을가지고와서흙을퍼 올리는동안, 율과Mailo는자신이직접다녀온시칠리아sicilia에있는활화산인에트나 Etna에다녀온경험을서로들려주었고, 준비한흙을가지고드디어화산형태를만들었다. 그러면서화산옆에작은마을들을만들기도해본다. 드디어준비한붉은색물감과베이킹파우더를화산끝에끼워넣은작은컵에넣고식초를뿌려본다. 식초를더할때마다용암이화산속에서부풀어올라산지면을거품을 내며내려왔다. 이를수차례해본아이들도신나서자신의차례를기다리며용암분출장면을연출해냈고, 처음으로화산놀이를해본Lorcan, Ayrin과Lua는눈이커다래져서신기해하며용암을만들어본다. Lorcan의 엄마Anthea의 말로는, 그날 Lorcan이 캠핑카에 돌아와서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날이었다"고 반짝이는 눈으로 흥분해서 얘기했다고 한다. 화산놀이가끝난뒤, 아이들은 다큐멘터리를각자의집에서부모님과함께보는가하면, 그 다음 날화산에관한책들을서로가지고와서함께보기도했다.
5주 차에는목공놀이가계속되는가운데, India가 제안한 Julia가진행하는요가수업이옆공간에서따로집행되었다. 또한, 며칠동안놀러 온Nina의커다란친구인같은이름을가진Nina가우리와함께하며또다른소스를가지고와주었다. 원체“용”을좋아하는Nina와놀면서용과관련된환상적인이야기와놀이들을서로가주고받았다. 원체용의존재에대한신비로움과 환상적이미지는언제나아이들을매료하기마련이었다. 이날저녁, 때마침가이아와율이와잠자기전에본용에관한책을함께보던중, 가이아가1년 전에 밀라노에서봤던“중국의새해축제”에대한이야기를꺼냈다. 이축제에서우리들은각양각색의용들이음악에맞추어춤을추는것을보았는데, 가이아에게꽤나인상 깊게남았었나보다. 이로써, 그다음 날친구들과춤출수있는커다란용을만들어보겠다고신나 하며잠이든율이와가이아였다. 그 다음날친구들에게“용” 프로젝트를가지고와서해보자고제안하자, 많은친구들이동의를했었다. 어떤재료로어떻게만들어야할지를한참고심하며토론을하며이것저것재료들을걸쳐보더니, Nina둘과Mailo는작은용을만들겠다고의견을바꿨다. 커다란용을만들고싶어 했던율이는도와줄사람이없다고투덜대며프로젝트를중단했고, 커다란용을만들고자했던가이아만덜렁혼자남는꼴이되었었다. 때마침, 한친구가자전거의자위에죽은병아리를발견했다는소리에모든아이들이달려 나가주의를흩트렸다. 비록커다란용을만드는프로젝트는끝을보지못했지만, 아이들나름대로자신의몫만큼가져간것이있으리라생각한다. 결과보다그과정을중시하자고또한 번다짐해본다.
India가 제안한 Julia와 함께한 요가수업
커다란 용 제작을 위해 실험 중인 아미들
결국, 작은 사이즈 용을 제작한 두명의 Nina
6주 차에는어느날오후India가우리집시의집에서만든미니북제작에흥미를가지면서”책만들기” 프로젝트가시작이되었다. 며칠 뒤면, 엄마의 일관계로 캘리포니아로떠날India가친구들에게남기고싶은선물로만든“우정의책 Libro della amicizia"을 보고,그날저녁율이와가이아는밤이늦도록미니북을만들고, 친구들이름하나하나를알파벳도장으로찾아가며찍어서만들었었다. 이를계기로돌아오는6주 차에는하루에하나씩다른모양의책들을직접만들어봄으로써우리주변에여러형태의책들이만들어질 수있다는것을경험해보았다. 첫날은8면으로접어서가운데를살짝잘라4페이지짜리책이나오는책을만들어보고, 두 번째날은아코디언악기처럼접혔다가펼쳐지는형태의책과여러장을함께모아동그란모양의펀치를뚫어끈으로묶는책을만들어보았다. 세 번째날은여러장을모으고가운데를바늘과실을이용해서꿰매서책을만드는방식으로제작을해보았다. 이과정중에, 글자를이미알고 있는아이들은친구들이름들을채워 넣어보고, 아직잘모르는아이들은다른큰아이들이써놓은이름들을따라쓰거나, 자신이쓰고 싶은낱말을써달라고하여 보고베껴 쓰는등, 자기나름의책들을만들어갔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의 자연에서 발견되는 것들을 그린 "자연 책 Libro della natura"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게아이들은여럿이서하는공동프로젝트를함께하는가 하면, 각자가하고싶어 하는개인프로젝트들을알아서끌어가기도한다. 그리고조금커다란아이들은매일은아니지만, 자신이하고싶은프로젝트가있으면자신의이름난에적어서오늘 하고싶은프로젝트가무엇인지를분명히하기도한다. 굳이적어놓지않고도무언가나름바쁘게해 나가다가프로젝트 난에적기도하고, 아예적지않고즐겁게진행되기도한다. 적느냐적지않느냐가중요하지도, 프로젝트를 끝내느냐 끝내지 않느냐가 중요하지도 않다. (물론, 개인적으로 율이가 자주 프로젝트를 가지고 와서 어려움에 닥치면 금방 그만둬버리는걸 옆에서 보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럴 때면 그냥 눈을 질끈 감는 게 상책이다.)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의 눈을 빛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을 사랑한다. 아이들끼리 서로 논의하며 나름의 이유와 결정을 스스로 내어놓는 아이들의 논쟁을 듣는 걸 사랑한다. 그 이유가 정당하지 않아도좋다. 그 결정이 엉뚱해도 좋다. 아이들 세계에서는 그것이 옳다고 보니까.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이 기회를 나는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