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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앤롸이언 Jan 04. 2020

[아내그림] 우리집에도 양준일이 산다

호주 퍼스댁 이야기

눈물을 멈추리라. 나의 사랑 리베카~ 리베카 두둥.

양준일을 처음 안 건 91년인가, 92년이었다. '토요일 토요일 밤에'였나? 암튼 당시 예능 하나가 끝나고 뮤비 같지 않은 뮤비 하나가 나왔는데 그게 바로 '가나다라마바사' 미국에서 온 가수라는 소개도 신기했고, 제목도 만만찮았다. 90년대 초였지만 그래도 '가나다라마바사'는 촌스러운 것 같았다. 찐한 얼굴이 가득하던 당시에 가는 선의 얼굴과 눈을 가진 가수는 얍삽(?)하게 보였지만 노래는 중독성이 있었다. 가나다라마바사~ 그리고 방송에서 몇 번 보지 못했던 거 같다. 그리고 수 많은 가수들이 그러하듯 그도 그렇게 인기가 없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흘렀다. 나도 자랐다. 방송에서 지나간 스타들의  근황을 묻는 프로가 하면 항상 가나다라마바사 부른 그 가수도 나오려나 기대했지만 그의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이름도 양 뭐시기...하며 가물가물 했지만 계속 기다렸던 거 같다.


그러다 몇 년 전에 갑자기 다시 떠오른 그 노래 가나다라마바사를 혹시 하며 유투브에 쳐봤다. 있었다. 이름도 알았다. 양준일. 당시에는 아직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전이라 유튜브에도 몇 개 없었다. 그렇게 레베카도 보고 그가 V2였다는 사실도 알았다. 다음 카페에 팬클럽이 있다는 소리에 구경도 하러 갔었고. 한 며칠 동안 그의 뒤를 파고 다녔다. 뭔가 신기했으니까.


그렇게 며칠을 유투브로 듣고 있으니 아내가 누구냐고 물었다. 참고로 아내는 대중가요는 잘 모른다. 임재범도 몰랐던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이니 90년대 초에 잠깐 활동한 양준일을 알리가 없었다. 한 곡, 한 곡 보여줬더니 잘생겼네 이 사람 길쭉하니. 요즘 스타일이야. 이런 평을 남겼다.


그 양준일이 슈가맨을 계기로 요즘 자주 나오니 신 날 수 밖에. 어릴 적 좋아했었는데 단종되서 아쉬웠던 과자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추억과 기쁨이 마구 뒤섞인.


양준일 노래는 샤워하면서 부르면 딱이다. 물기가 마르지 않은 머리를 한 쪽으로 다 넘긴 후에 살짝 삐딱하게 서면 바로 그 양준일 자세. 눈을 지그시 뜨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리베카아아 아아 그러다 필 받으면 휘적휘적 빨래를 걷어야 한다며 기차 타고 떠났어어어어어 딴딴따땃딴딴 캬아 좋다.


그나저나 마누라가 만화 그린다고 남편 사생활을 이리 공개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도 사회적인 이미지라는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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