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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앤롸이언 Jan 09. 2020

[아내그림] 호주 산불, 이게 말이 되나...

호주 퍼스 이야가

호주 인구 대부분이 어디 사나 보면 남동쪽 해안선을 따라 살고 있다. NSW, VIC - 시드니와 멜번, 두 대도시를 주도로 가지고 있는 두 주와 수도가 어디가 될 지 싸우다가 대충 가운데에 만들면 되잖아 해서 생긴 캔버라까지 그곳에 있다. 25백만 인구 중 2천만이 저기 산다. 나머지 인구도 해안선을 따라 가면 다 대충 그쪽에 산다. 애들레이드, 퍼스, 다윈, 골드코스트, 브리스번. 아 그리고 동쪽 아래 있는 호주의 제주도 태즈매니아.


지금 불로 난리난 곳이 바로 시드니가 있는 NSW, 뉴사우스웨일스다. 호주 대륙 동쪽에 있는 주들. 10월 말부터 여름이 시작되면 건조하고 메마른 바람이 동쪽으로 불기 시작한다. 이곳은 여름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종종 심한 열기는 Heat wave라고 하고 경보를 내린다. 11월부터 가장 서쪽 내가 있는 퍼스부터 덥기 시작한다. 인도양에서 부는 바람을 가장 처음 맞으니까. 그 열기가 바름을 타고 동쪽을 향하며 중부의 사막을 거친다. 그렇게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된다. 이런 바람이 지나가는 곳은 타탁! 오버해서 정전기 정도로도 불이 난다. 매년 그렇게 불이 난다고 한다. 그리고 비가 오면서 꺼지고. 그래서 의례적인 일이라고 봤는데...올해는 정도가 심하다. 올해 처음 겪는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언론에서 그리 말한다. 가장 최악이라고. 더위와 가뭄이 심해서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벌써 몇 달 째. 사람도 많이 죽고, 동물도 죽고, 재산 피해도 엄청 나다. 이번 불로 4백만 헥타르 이상이 탔다고 한다. 남한 전체 크기가 1천만 헥타르 정도이다. 감이 오는가? 거기다 말 못하는 동물들 피해는 더 하다. 정부 추산 12억 5천 마리 정도가 죽었다고 하니,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너무하다.


사실 이번 재해는 인재일 수도 있다. 막을 수 있었다는 소리다. 이미 12년 전인 2008년, 호주 국립대(ANU) 소속 Ross Garnaut 교수가 정부 발주를 받아 연구, 발표한 보고서(Garnaut Report)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강력한 대응 없이는 2020년 정도부터 호주 대륙은 심각한 더위와 산불 위협을 맞닥뜨리게 될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여름이 일이 터진 거다. 불이 나기 전까지 호주 스콧 모리슨 정부는 기후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 대처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렇게 심각해졌음에도 기후 변화 자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다.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이번 산불이 진압되면 기대되는 후속처리가 몇 개 있는데...우선 소방관 제도. 땅이 넓고 인구가 적어 도시 바깥은 의용소방대가 담당한다고 한다. 자원봉사 개념인 거 같은데 이번처럼 거대한 불 앞에서 효율적이었는가 말이 있다. 며칠 전에 자식 출산을 기다리던 의용소방대원이 사망했기도 했고.


두 번째는 시스템. 사실 매년 불이 나고 자연스레 꺼지니 안이하게 대처한게 아닌가 싶다. 이제서야 인력부족을 시인하고 군대 투입을 요청했다 한다. 불이 나면 바로바로 꺼야 하는 한국에서 온 입장에서는 참으로 느려터졌다.


세 번째는 정치인. 앞서 말한 것처럼현재 호주 연방정부 총리는 스콧 모리슨. 멍청이. 불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에도 가족 여행이라 미룰 수 없다며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버렸다. 그러다가 의용소방대원 둘이 더 사망하니까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 그 후 한 인터뷰가 더 가관인데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하며 이번 여행은 금요일에 일을 해서 돈을 더 벌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할지 고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선택한 것이었다고...(번역 어색 이해바람 늬낌만 보세용) 아 한국에도 이런 사람 있었지...이딴 놈이 정부 수장이니 대처가 빠를리가...

스콧 모리슨 풍자 벽화, 현재는 지워졌다


넷째 기후 변화 대책. 이번 대형 재난의 원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많이 지적하고 있다. 물론 멍청이 총리는 그동안 아닌데! 아닌데! 하다가 이 지경이 되니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 했다. 이번 불만 아니라 그동안 호주는 기후 변화 피해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갈수록 길어지는 가뭄에 중요 산업인 농업과 목축이 피해를 보고, 물 사용 제한을 두는 등 불편이 늘어났는데도 이제야 인정한다는 건 좀...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다. 정치도 그렇고 시스템도 그렇고. 미세먼지 피해 왔는데 캔버라는 지금 뭐 세계 최악의 공기질이고, 시드니도 미세먼지로 난리라 한다. 이럴 때 마스크를 떼다 팔아서 떼돈을 벌어야 하는데 미세먼지 선진국 한국에서 왔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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