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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에 빠진 운영 전문가
빠져나가는 전략 디자이너

레드퀸 효과 (Red Queen Effect)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해 그래야 비로소 제 자리에 머무를 수 있어. 만약 앞으로 가고 싶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레드퀸에 빠진 운영 전문가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는 다이내믹하다. 초반에 한 두 바퀴 정도는 서로 눈치를 보며 천천히 간다. 선두에 서면 감내해야 할 공기저항이 커서 눈치를 보는 거란다. 경기 초반에는 뒤에 있던 선수도 조금만 속도를 내면 앞설 수 있다. 금세 순위가 바뀐다. 그런데 선수들의 자세가 바뀌고 날을 치는 템포가 빨라지면서 누군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선두에서 리드하고 있는 선수의 속도를 따라가야 순위가 유지된다. 다 같이 빠르게 도는 만큼 원심력 때문에 자칫 튕겨져 나갈 듯하여 추월이 쉽지 않다. 빠르게 스케이팅하고 있지만 상대 또한 빠르게 스케이팅하고 있기에 한동안 순위는 고정된다.


 자신의 앞에 있는 선수가 다소 힘이 부치며 쳐지거나 조금이라도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 한 추월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바로 뒤 선수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려운데 3위, 4위는 더더욱 어렵다. 아웃코스로 나섰다가는 추월에 실패하며 그마저 자리를 내어주고 맨 뒤에 서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한동안 순위가 유지되면서 몇 바퀴를 돌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레드퀸 효과에 빠진 때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순위 변화는 없는 상태

앞서기는 어렵지만 조금만 주춤거려도 뒤쳐지는 상태

이때가 레드퀸 효과에 빠진 때이자, 운영 전문가들이 가장 고전하는 때이다.



레드퀸에서 이탈하는 전략 디자이너


순위가 고정된 채, 선두를 따라가는데 급급할 만큼 유력한 우승 후보가 선두에서 리드하고 있다면 순위가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한국 선수들이다.

한국 선수들이 3,4위 자리에 있더라도 마지막 한 두 바퀴를 남기고 급격하게 치고 나와

갑작스럽게 1위를 하는 것이 스케이트 경기를 보는 묘미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감히 말하지만 이것이 바로 전략이다.

원심력을 이겨내면서 상대방을 추월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 체력과 타이밍을 잡아내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순위 변화는 없는 상태

앞서기는 어렵지만 조금만 주춤거려도 뒤쳐지는 상태

이 상태를 벗어나려면 전략 디자이너들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이 높은 지능만큼 특징적인 것은 태생적으로 전략 디자이너의 DNA를 가진 듯하다. 

내가 내 책을 통해 추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감히 그 DNA를 활동상태로 스위치를 켜는 것이다. 

  



프로페셔널한 운영가들은 빠르게 달리면서 순위를 유지하게 할 수 있다. 

뒤쳐지는 상대에게 부딪혀 안타까운 탄식과 함께 실격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불운을 감지하고 회피하면  결과적으로 순위를 올릴 수 있다.


눈치챘겠지만 이들이 한 것은 엄밀히 말해 뒤처지지 않았을 뿐이다.

선두를 추월하여 1위에 올라선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실력이 출중한 1위 선수가 오히려 격차를 벌려가면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전략 디자이너'이고 우리가 '운영 전문가'일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천조국이라고 칭해질 만큼 막대한 국방비를 사용한다.

그것이 미국이 가진 힘의 근원, 패권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꼽는 이들도 많다. 

달리 말하면 다른 국가들도 그렇게 천조를 국방비로 사용하면 미국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는 것 아닐까? 그러나 재정이 부담되기에 따라 하지 못한다.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가능할까?


미국은 달러를 마음껏 찍어 내잖아...라고 답한다면... 아... 너무나 안타깝다.

이 마저도 레드퀸에 빠진 상태다.

그들은 어떻게 그런 지위를 가질 수 있었는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얼마나 효율적인 노력을 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따라 하지 못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근육질의 몸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어떻게 식단을 짜고 운동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따라 하지 못한다.



미국 놈(?)들의 전략 디자인을 보았다. 

아... 세계 1등은 다르구나...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탁월했다.

역시 프로페셔널한 운영가들이 기획하는지, 전략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하는지에 따라 지위가 달라진다. 


강력한 군사력을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인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기에 강력한 군사력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같은 질문에서도 의미를 찾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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