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석가든 마찬가지이겠지만, 뻔히 알려진 도구를 사용해서 딱히 유니크하고 차별화된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이런 고민에 빠진 전략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리처드 루멜트 교수의 책 <Good strategy Bad strategy>는 오아시스 같은 상큼한 영감을 선사하는 책이다. 특히 내가 얻은 아이템을 소개하자면 이른바 '나쁜 전략의 네 가지 속성 사용법'이다. 일단 상대방의 전략을 분석하는 프레임워크 툴로 사용한다.전략보고서를 접하면 처음부터 확실하게 터는(?)데 있어 이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리처드 루멜트 교수의 책에서 '나쁜 전략'이란 무엇인지 네 가지 특성을 정리하여 비교적 쉽게 보여준다. 나쁜 전략은 단지 좋은 전략이 아닐 뿐...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구분한다. 나쁜 전략이 왜 나타나는지? 리처드 루멜트 교수가 강조하는 바대로 그대로 옮기면 "나쁜 전략은 상황에 대한 오판과 리더십의 실패에서 나온다. 좋은 전략을 세우려면 나쁜 전략을 인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냥 멍청하다는 의미다....
'있어 빌러티'적인 용어부터 날린다.
'있어 빌러티'는 한국어 '있다.'와 영어 'ability'가 합쳐진 신조어다.실제보다 더 '있어 보이게' 포장하는 능력을 뜻 한다. 분석해야 할 전략 보고서들을 접할 때마다 놀란다. 아니... 어떻게 있어 보이고 싶어 안달 났을까?...
전략이란 뜬구름 잡는 소리라면서 누가누가 더 있어 보이는 구름을 만들 것인가? 경쟁하는 듯하다. 전략이 컨셉없이, 구체적인 방법을 떠오르게 하는 키워드 하나 못 잡고 막연히 희망사항만 잔뜩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보고서들을 분석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잘 추슬러서 책상에 탈탈탈 털듯이 툭툭 형용사, 수식어들부터 날린다. 그렇게 하고 나면 A4 1장도 채우기 힘든 단출한 내용만 남는다.
물론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략은 분명한 컨셉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지분량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리처드 루멜트 교수가 제시하는 나쁜 전략의 네 가지 속성
미사여구의 함정
리처드 루멜트 교수는 미사여구는 뻔한 내용을 화령 한 말로 가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책 <Good strategy Bad strategy>에서는 나쁜 전략의 네 가지 속성에 대해 설명하고 각각의 예를 든다.
- '우리의 핵심 전략은 고객 중심 중개활동이다.'라는 한 은행의 전략을 보자
중개 활동은 예금을 받아서 대출을 내주는 일을 말한다. 고객중심의 중개활동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이 은행이 말하는 전략에서 미사여구를 빼면 어떻게 될까?
- "우리의 핵심전략은 은행이 원래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가 된다.
사실상 별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문장을 두고 전략이 담겼다고 하는 격이다.
리처드 루멜트 교수가 주는 아이템
리처드 루멜트 교수가 제시해주는 내용은 하나만 소개했다. 더 궁금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의 책을 보면 자세히 나와있으니 더 나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 부분이다.
- 나쁜 전략의 네 가지 속성에 대해 이해하고 이 자체를 전략 분석 프레임워크 툴로 사용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자체를 전략으로 사용하는 전략 디자인이다.
그것은 바로 상대를 나쁜 전략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문제를 회피하고, 목표와 전략을 혼동하며, 잘못된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면서 정작 미사여구로만 치장하고 있는 상대방이 그 전략가를 계속 신뢰하게 놔두자.
상대를 나쁜 전략에 머무르게 하라.
내 책에서 제안하고 싶었던 것
내가 이 책을 쓰면서 소수의 독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었던 부분은 바로 전략 디자인에 대한 소개다. 나 역시 위대한 전략가들로부터 디테일보다는 굵직한 키워드를 받았다. 특정 키워드에 담긴 영감을 소개받는 느낌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생소하다. 하지만 언론 기사, 논문, 관련 서적을 쌓아놓고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했다. 그 사이 자연스럽게 깊이 있게 알아보는 방식을 터득했다.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눈에 뜨이기도 했다. 그렇게 통찰력을 창출할 수 있게 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은 어린 아기에게 이유식을 떠먹여 주듯 세세하고 세심하게 알려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수북이 쌓인 퍼즐 조각에서 원하는 부분에 필요한 퍼즐 조각을 못 찾아서 헤매고 있던 나에게 그 조각이 어디에 있는지 힌트를 주는 느낌으로 키워드를 던져주었다.
전략은 대중이 선호하는 키워드가 아니다. 인기가 없다. 전략이 작용하는 세계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이 더 나은 국가로 발돋움하고 싶다면 반드시 가져야 할 사람이 바로 전략가이다. 패권을 가진 국가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탄탄했던 국가가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전략 디자이너는 확실히 분명한 수요가 있다. 물론 매우 극소수에게만 '딜'이 올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앤드류 마셜과 같은 전략가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디자인한 전략을 현실세계에 실현시킨다. 20년 전에 누구도 미중 패권경쟁을 이야기하지 않을 때 앤드류 마셜이 했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되게 구도를 만드는 전략가였을 뿐이다.
지금도 많은 전문가들이 앵무새처럼 상당한 이슈들의 원인으로 미중 패권경쟁을 이야기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을 잘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