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려면 목숨을 건 기획에서 배우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기획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있다. 바로 군인들이다. 세계 최강의 군대로 손꼽히는 미군은 ‘기획’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 육군은 2022년 5월 발간한 미군 교범 FM 5-0. Planning and orders production 기획 그리고 명령 생산 에서 기획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기획Planning이란 상황을 이해하고 원하는 미래를 구상하여 그 미래를 만들어 낼 효과적인 방법을 설계하는 예술과 과학이다.”
이 교범에 따르면 기획을 하는 이유도 간결하게 기술되어 있다. ‘지휘관이 자신을 중심으로 참모들, 예하 지휘관, 연합작전 부대장들과 공동의 비전을 만들고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획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쉬운 방법의 실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라는 문장이 주는 힘이 대단해서였을까? 앨런케이, 피터드러커, 아브라함 링컨의 명언이라고 알려진 이 문장은 플래닝에게도 힘을 실어준다. 기획은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를 예측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일을 벌이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과정이 바로 ‘어떤 미래를 바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기’이다.
VUCA
모든 기획 활동의 포커스는 ‘미래’에 있다. 군사작전은 수술인 동시에 건설이다. 병든 곳은 수술하여 이전상태로 회복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기존과 다른 관계를 설정하며 새롭게 건설한다. 비록 무게중심을 미래에 두었지만 불완전한 지식과 가정을 전제로 용감하게 도전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한 환경을 두고 ‘VUCA’ 라고 불렀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육군 대학원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상황이 빠르게 바뀌는 현대 사회 및 불안정한 금융시장과 고용시장 상황을 표현하는 용어로도 사용하고 있다.
기획이 도와주는 것
미군 교범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먼저 기획이 예술과 과학이라고 설명하고 이어서 구체적인 활동 세 가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① 상황 이해하기
understanding a situation
② 어떤 미래를 바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envisioning a desired future
③ 그 미래를 만들어 낼 효과적인 방법을 설계하기
determining effective ways to bring that future about
기획은 리더가 상황을 이해하는 것을 돕고 문제를 식별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개발한다. 어떤 이벤트가 발생할지 예상하고 어디에 노력을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군사적 행동들을 총괄하고, 편성하며 동기화한다. 가장 간단한 형식에 담아 기획은 리더가 현재 상태에서보다 바람직한 미래 상태로 이동하는 방법을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회와 위협을 식별하는 것을 돕는다.
특징적이라고 할 것은 돕는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미 육군이 설명하는 기획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획팀은 있어도 기획자는 없다.
먼저 군사작전은 어느 한 사람이 도맡아서 기획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결정체를 구성하는 지휘관과 참모들이 있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이라고 보면 된다. 각자 서로 다른 생각들을 주장하며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 고유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가 지휘관이다. 그만큼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결정권자인 지휘관은 Creative Thinking의 영역을 크게 차지한다. 참모들은 Critical Thinking의 영역을 더 크게 차지하여 마치 이 둘 사이가 좌뇌와 우뇌이자 하나인 것처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군사작전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년간 이루어진다. 군사작전 기획은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 듯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있다면 예측하고 어렵다면 가정하고 자신들이 생각한대로 된다면 어떻게 될지 전망하듯 예상한다. 어떤 위협이 있을지? 어떻게 유리하게 우리의 의지대로 끌고 갈 것인가? 중요한 결정의 순간을 찾고 그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미리 생각하고 결정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특정 지점에서 여러 경우의 수들이 나오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한 후 또 다른 특정 지점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미리 결정하다보면 결정에 따르는 행동들이 나오게 된다. 전망이고 예상이긴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지 정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를 모아 Course of Action 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