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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람 Jul 27. 2015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 우린 최선을 향해 나아가는가

볼테르 - 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당신의 수명은 얼마나 됩니까?"

시리우스인이 말했다.

"아! 얼마 못 살지요."

키가 작은 토성인이 말을 받았다.

"우리 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리우스인이 말했다.

"우리는 늘 얼마 못 산다고 한탄합니다. 이것이 자연의 보편적인 법칙인가봅니다."


책은 참 얇은데 제목과 저자 이름만 봤을 때 어쩐지 어려운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손을 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막상 마음을 먹고 첫 장을 펼쳤을 때, 정말로 쉬운 문체와 내용에 오히려 놀라고 말았다.


이 얇은 책 안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미크로메가스와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다.

미크로메가스는 SF, 캉디드는 여로형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두 이야기 다 쉽게 읽히는 내용 안에 인간에 대한 깊은 철학과 비판 의식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미크로메가스

우주 곳곳을 여행 다니는 어떤 외계인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인간은 미세한 생물로 보일 정도로 아주 커다란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다가 지구에 당도하게 되는데 그는 지구에는 생물이 전혀 살지 않을 거라 착각을 한다. 그러다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커다란 고래를 보고 저것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짐작을 한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봐야만 확인을 할 수 있는 인간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이 생각과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미물이라 오판을 한다.


문득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도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을 보고 저들은 그저 본능적이며 영혼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 지레 짐작을 하고는 한다. 인간은 대화와 생각을 할 수 있는 생물이기에 다른 어떤 것들보다 뛰어나며 위대한 존재일 거라고.

참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우매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가끔 하고는 하는 생각을 거인들이 하는 것을 보니 인간인 나의 입장에서는 참 우습게 생각되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닮았는지. 생각을 하는 생물이란 다 그런 걸까.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주인공인 캉디드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키스를 했다는 죄목으로 몰매를 맞고 쫓겨나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때부터 캉디드의 고난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만약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살해당했겠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볼 결단을 내리기도 전에.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현재는 최선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는 중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는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얻을 수 있었을 것에 대해 무심결에 생각하고는 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 일이 생겼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던 나쁜 일도 더러 존재한다.

비록 우리 스스로가 보기에 현재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일지 몰라도 넓게 본다면 우리의 운명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안내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캉디드는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을 번갈아 경험하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스승님이 가르쳐 주신 현재는 최선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는 낙관적인 원칙을 고수한다. 가끔 바람에 휩쓸려 가는 낙엽처럼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는 점이 참 멋진 사람이라고 느꼈다.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쉽다. 그냥 자신을 놔 버리면 되는 거다. 그런데 안 좋은 일을 겪으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란 왜 이리도 어려운지.

사실은 소리 내어 신을 저주하고 나 자신을 저주하고 나를 그렇게 만든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저주하고 싶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캉디드는 간혹 절망은 할지언정 그것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본다.


마지막에 결국 그의 삶이 최선이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나 또한 현재는 최선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는 말에 동의를 하고 말았다.


일견 동화 같기도 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야 어쨌든 유쾌하게 읽히는 소설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라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또 하나는 짧게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간결하고 빠른 문체와 더불어 커다란 제목 안에 작은 제목들이 짧은 간격을 두고 이어진다.


볼테르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소설 구성 박식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정말이군요."
캉디드가 말했다.
"이 일에는 무언가 악마적인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중에 붉게 빛나는 무언가가 배 가까이로 헤엄쳐오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그게 무엇인지 보려고 구명정을 타고 나갔다.
그것은 캉디드가 잃어버린 양 한 마리였다.
캉디드는 엘도라도의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가득 실은 양 백 마리를 잃은 슬픔보다 그 양 한 마리를 찾은 기쁨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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