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린 -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안녕, 헤이즐」이라는 제목으로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단순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봤다가 캐릭터에, 작가의 죽음을 대하는 철학에, 소소한 감동을 주는 스토리에 마음이 끌려 소설로 읽고 싶어졌다.
영화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원작의 내용이 제대로 표현된 것 같지 않아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두 아이의 만남. 결국에는 이른 죽음을 맞이할 것을 알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로 남게 될 것을 알면서도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나서 예쁜 사랑을 꿈꾼다.
나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것은 아주 옛날부터 불안감만 안겨주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추억으로 포장한다 하더라도 어쩐지 두 사람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결국에는 헤어지고 말텐데 고통만 남길 뿐인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에 불과함에도 눈물이 가득 고이고는 했다.
자신이 죽은 다음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로만 남을까봐 두려워하는 헤이즐, 자신이 죽은 후에 잊히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거스. 두 사람은 각자만의 철학으로 자신의 죽음, 그 이후에 남겨질 사랑하는 사람들, 이후의 세상에 대해 준비한다.
끝을 향해 다가가는 주인공들과 죽음이라는 소재 덕분에 읽는 내내,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마음이 복잡하기도, 불안하기도, 슬프기도 해서 빨리 읽히는 책임에도 열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많은 감정이 휘몰아치는 밤에는 책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만약 헤이즐과 거스 같은 입장이었더라면 나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내 죽음을 마주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온갖 히스테릭을 부리면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존경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기분이 상당히 복잡하면서 쓸쓸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애써 외면하던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
오랜 시간동안 책의 내용이 서서히 옅어지는 그 날까지, 헤이즐과 거스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맴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애는 정말 아름다워요. 그 애를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요.
그 애가 나보다 더 똑똑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더 똑똑하다는 걸 이미 아니까.
그 애는 남을 헐뜯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어요.
난 그 애를 사랑해요. 그 애를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정말로 행운아예요. 반 호텐.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겟어요.」
나도 좋아, 어거스터스.
나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