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는 날 인천 공항에서, 동생이 서로 손 잡고 걷고 있는 아빠와 나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줬다. 엄마가, 여행이 끝날 때 즈음에 이 사진을 다시 보게 될 일이 있을 거라고 얼른 저 모습을 찍으라고 했다며...
엄마와 동생의 예언이 정확했다. 우리 집에서 제일 고집이 센 두 사람이(라고 쓰고, 내가 일방적으로 라고 읽는다) 부딪혔고, 결국 서로 한 마디도 안 하면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지나면 별 일 아니고, 그냥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인데 그냥 다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참을걸...'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십 몇 년째 항상 이러는 것을 보니 서로 참 한결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는 평화로워질지 아니면 지금과 똑같을지는 알 수 없지만, 또다시 이렇게 오겠지...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