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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일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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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Mar 19. 2019

이별 노래 - 바람이 분다

그대는 내가 아니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분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별 노래이다. 

길을 걷다가 바람이 불면 이 노래가 생각나고, 생각나서 듣기 시작하면 눈물이 난다.


이별은 서로가 이제 다른 추억을 쌓고,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이다. 인연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해왔지만, 이제부터는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는 그 순간이 이별인 것 같다.


함께 하는 순간이 나에게 느껴지는 무게와 너에게 느껴지는 무게가 다를 때, 이별의 조짐이 보인다. 무게가 달라지는 이유가 단순히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작아졌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각자의 인생에 더 무거운 무언가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나 자신일 수도, 다른 존재일 수도, 또는 내가 피할 수 없는 환경일 수도 있다.

 

이 노래는 이별이라는 순간을 만든 그 약간의 무게 차이를 생각하며 가슴 아파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대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평생 나와 동일한 무게를 느끼면서 살 수 없다. 차이는 생길 수밖에 없고, 결국 모든 인연은 이별을 한다.


나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사라지면, 균형을 잡기 위해 내 삶은 요동을 친다. 마구 흔들리면서 천천히 균형점을 찾아간다. 반대로, 인연보다 더 무거운 무언가가 있었다면 이별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이별 전의 무게 차이가 이별 후의 삶에 까지 영향을 주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공간과, 정을 준 고양이와 이별을 한다. 어떤 이별은 내 삶이 달라질 것이고, 또 어떤 이별은 나는 괜찮은 채, 타인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나를 제외한 모든 것과 이별을 할 수밖에 없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 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바람이 분다] - 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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