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여행이 편하다. 여행을 가고자 마음을 먹을 때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모든 순간이 나의 생각과 의지로 만들어진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여행 중 모든 순간이 전부 나의 탓이다. 즐거워도 내 탓, 괴로워도 내 탓.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으면 정말 즐거운 순간을 선택하든지, 힘든 순간도 정신승리로 이겨내야 한다. 아니면 괴로움 그 자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면서 다시 치고 올라가서 만나게 될 행복함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런 여행을 할 때에는 내 몸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 내일 몇 시에 일어날지, 다음에 어디를 갈지 정할 때, 항상 내 몸에게 먼저 물어본다. 내가 속한 집단의 스케줄이나 다른 사람의 욕구가 아니라, 온전히 나에게 맞춰진 빠르기로 진행되는 여행이다.
대화할 사람이 없어 심심할 새도 없다. 나 자신, 또는 듣는 노래의 가사와 얘기하기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와 대화하면서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 내가 얼마나 나의 생각과 나의 소리에 소홀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이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대화를 하면서 생각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데, 그동안 일 때문에, 드라마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얕은 관계 때문에 나와 얘기를 많이 못 해줬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너무 좋은 순간에는 소중한 사람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동행이 없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중에 이 장면을 같이 봐야지 라는 기대가 더 커진다.
나에게 혼자하는 여행은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