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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콩 Mar 19. 2023

출근 전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

새벽출근의 모습

4시  반 모두 잠든 시간에  내 귓가에 시끄러운 알림이 울리기 시작한다. 남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부랴부랴 알림을 끄고 멍한 상태로 새벽을 맞이한다.

정답은 정해졌지만 늘 같은 문제를 풀고 있다. 일어날까? 좀 더  잘까?

수십 번의 고민을 하지만 결국 몸은 자연스럽게 이불을 걷어차고 반쯤 앉게 된다.

비몽사몽 화장실로 가서 양치와 면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은 부담되는지 항상 끼니를 거르고  핸드폰으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해 본다.

어제보다 춥다. 새벽이라 체감온도는 더 추워질 텐데..

한 겹이라도 더 싸매기 위해 따뜻해 보이는 옷들로 입고 오셨다. 패션 따위는 사치다. 그저 따뜻한 게 최고다.

문밖을 나가면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 사람들은 어떤 일 때문에 이른 시간에 어디를 바삐 움직이는지.

근처 지하철로 걷고 있는 얼굴에 찬바람이 잠을 조금씩 깨워준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오면 공기가 다르다.

그래도 실내라고 약간 따뜻해진다.

플랫폼에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각각 어떤 사연인지 몰라도 컴컴한 새벽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새로운 세상에 와있는 기분이다.

지하철에서 보이는 아파트들의 불빛은 겨우 몇 개만 켜져 있는 상황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도착한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피곤한 얼굴을 한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사람. 핸드폰을 통해 세상을 읽고 있는 사람.

잠이 부족했는지 쪽잠을 자는 사람들 까지. 의외로 새벽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일찍 회사에 출근하면 당연히 아무도 없다. 불을 켜고 컴퓨터를 켜고 나도 9시가 되려면 약 2시간 반이 남는다.

비몽사몽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일명 ‘노동음료’라 불리는 커피 한잔으로 정신을 조금 차린 후에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해 본다.

쌓여있는 일이 있다면 성격상 미리미리 조금씩 해 둬야 하는 게 맘이 편해서 인지 언젠가부터 5분 10분 일찍 출근하다 보니 어느새 이제는 첫차를 타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일찍 온다는 것은 나 좋다고 하는 일이다.

9시에 출근을 해서 메일을 열고 쌓여있는 일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성격상 많이 놓친다. 조금이라도 일찍 와서 미리미리 정리하면 9시부터 일을 시작하더라도 여유 있게 할 수가 있어서 맘이 편해진다.

그렇다. 난 그저 여유 있게 일을 하고 싶어서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할 뿐이다.

일찍 온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인정받으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회사를 조급한 마음이 싫은 이유이다.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여유를 찾게 되고 이제는 이 시간을 활용해서 좀 더 발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이렇게 글도 남기게 된다.

멍하니 공상도 하고 노트에 낙서도 하고 머리를 식혀보기도 한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처럼 바쁘게 사는 일상에서 오롯이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1-2시간 준다는 것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앞만 보고 혹은 너무 생각 없이 달려가고 있는 현실에서 나만의 명상시간 혹은 나만의 쉼 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몸이 피곤하면 푹 잠을 자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머릿속은 잔다고 정리되거나 무언가가 해결이 되는 건 아니니깐 이런 시간을 억지로라도 만드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고 꼭 일찍 시작할 필요는 없다. 남들 모두 잠든 늦은 밤이 더 맞는 사람도 있다.

난 둘 다 해본 경험상 늦은 밤보다는 이른 아침에 더 잘 맞을 뿐이다.

잠이 많던 나도 자연스럽게 변해온 걸 보면 내가 큰 의지로 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살면서  습관에 맞게 변화가 된 것뿐이니깐.

혹시 새벽의 모습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몸소 느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된다.

간혹 방송에서 새벽의 풍경을 담은 영상들이 방송되긴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과 내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에 나와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느끼는 건 확실히 다르다.

마치 여행을 직접 떠난 사람과 여행방송을 편하게  TV를 통해 보는 사람의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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