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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콩 Mar 21. 2023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일렁이는 파란 물결과 잔잔한 물소리 그리고 코를 자극하는 소독냄새.

이곳은 동네 수영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물살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모습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물과 하나가 되어 한 마리의 물개처럼 물을 타고 다니는 모습에 경외감 마저 들게 한다.

수영을 배우건 약 1년 전.

아내와 아들이 시작한 수영을 바래다주면서 호기심으로 시작을 했다.

물론 수영을 아예 못했던 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중학교시절 동네 수영장에서 친구들과 여름에 물놀이를 하기 위해 찾아가 본 경험이 있었다. 거기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 모습을 따라 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전부였다.

어설프지만 몇 미터는 자유형으로 몇 미터는 나아갔으니. 호흡이나 팔 돌리기 등의 기본적인 영법을 배운 건 아니지만 나름 수영을 못하다고는 생각 못했다. 일단 물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나름 물속에서 놀았다고 생각했으니깐.

수업은 1시간이나 실제 수업은 약 40-45분이었다. 시작 전 5분 정도의 스트레칭과 출석체크 그리고 수업은 항상 50분에 끝이 났으니깐 (매 시간 50분부터 정각까지는 수영장에서 모두 나와야 했다.)

수업인원은 20여 명이었고 남자가 4명 정도였으며 나이는 20대~50대까지 다양했다.

처음에는 25미터를 걸어갔다 오라고 했다. 실제는 50미터짜리지만 수업을 위해 반을 나누어 25미터씩 끊어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아마도 물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서였던 거 같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빛을 보니 기초반인데도 물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키판이라는 둥근 스펀지 같은 것을 하나씩 들고 발차기 연습이 시작되었다.

키판이 문제였을까? 열심히 달리듯 물장구를 치고 있지만 왠지 제자리인 거 같았다. 남들은 마치 누가 앞에서 잡아당겨 끌려가는 배처럼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전진했다.

숨 쉬는 법을 배웠다.

좌 혹은 우로 숨을 쉬라 했다. 음파. 음파. 시키는 대로 코로 내뱉고 잎으로 숨을 쉬지만 나도 모르는 두려움에 입은 크게 벌리고 조급한 맘에 숨이 멋대로 쉬어지지가 않는다.

분명 숨을 쉬는데 숨이 차다.

25미터가 그렇게 먼 거리인지 몰랐다. 수영이라는 것을 하면서 정말 다리에 쥐도 많이 났고 숨을 그렇게 쉬는데도 숨이 차서 중간중간 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내가 이렇게 물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 공포심이 있는 줄도 몰랐다.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내 몸이 이렇게 뻣뻣하다 못해 물에 뜨지 못하는 쇠덩이 같은 것도 처음 느꼈다.

창피함이 아닌 좌절감이 들기 시작할 때쯤 수업은 끝이 났다.

분명 쉽게 보였는데 남들 하는 게 우습게 보였는데..

집에 와서 유튜브를 통해 수영하는 법을 눈으로 배웠고 책을 통해 이론을 배웠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내 오른쪽 다리의 쥐는 매 수업마다 날 괴롭혔고 여전히 숨이 찼으며 좌절감을 맛보고 시작했다.

자유형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판단한 선생님은 배영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팔을 귀 뒤쪽으로 돌리세요"

"무릎이 물 밖으로 나오면 안돼요"

"발이 물에 살짝 나오도록 물을 민다 생각하고 차세요"

많은 요구사항이 있었지만 어느 하나 지켜지지 못했다. 열심히 무릎을 신경 쓰며 발을 찼고 뻣뻣한 팔은 열심히 풍차 돌리듯 돌리고 있었다.

나름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한참 늦게 출발한 내 뒤의 사람이 점점 다가옴이 느껴졌다. 민망함에 더욱 힘차게 발차기를 했다.

천장에 알록달록 한 줄을 보면서 이쯤 되면 다 왔구나 하면서 배영을 멈추고 일어나려는 찰나

0.5초도 안돼서 발바닥이 바닥에 닿았다.

"헉"

내 발은 물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 정도가 아니라 계속 바닥에 거의 붙게 가라앉아있던 상태였다.

배영이 숨 쉬는 것이 편해 쉽게 생각을 했지만 수평 뜨기 조차 안되고 있는 나의 몸뚱이의 한계를 겪고 나니 배영이 너무 어려운 영법처럼 느껴졌다.

두 달 후 나는 배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수업을 잠시 그만두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도망친 것이다. 창피함과 좌절감에 스스로 그만둠으로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고 착각을 했다.

이후 난 아내와 아들의 수영을 바래다주면서 부러움과 좌절감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수영장에 놀러 가게 될 만큼의 좌절감이 많이 치유되었다.

주말 자유수영 때 아내의 도움으로 자유형의 자세, 숨쉬기를 다시 배웠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영의 수평 뜨기도 오랜 시간 동안 노력을 해서 이제는 바닥에서 약간은 내발이 떠있게 되자 약간의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물 밖으로 발이 나오는 수준은 아니었다.

몇 달이 흘렀다. 이제는 평영은 스스로 만족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접영은 두세 번까지는 팔을 돌릴정도까지 배우게 되었다. 아직 몸이 뻣뻣하기에 팔을 돌리게 되면 물살을 가르게 되어 자세가 엉망이 되었다.

두 번째 좌절감이 시작된 것이다. 머릿속에 멋진 접영의 모습을 상상을 해왔지만 내 몸뚱이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운동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나의 육체에 너무 많은 걸 바라왔던 것이 아닐까.

당분간 내 몸의 유연함을 갖춘 후에 접영을 재 도전하려 자유수영을 멈추게 되었다.

이번엔 도망이 아닌 내공을 쌓고 돌아가기 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 생각이 든다.

수영은 유산소 운동이라고 한다. 당연히 물속에서 온몸으로 물살을 가르고 하다 보면 전신운동도 되고 숨도 가빠오기 때문이다. 체력소모도 상당한 운동이지만 관절등의 큰 무리가 없는 편이다.

가끔 아쿠아로빅이라고 물속에서 에어로빅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체력적인 소모가 심한 편은 아닌 거 같다. 일반 수영과는 다르게

살면서 운동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좀 더 과격한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복싱이나 태권도 같은 타격감도 있고 활동량이 많은 운동으로. 하지만 운동은 잠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해야 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고나서 하기에는 내 체력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나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니 등산, 수영, 자전거등이 있었고 그중에서 수영을 선택하게 되었다.

어느 누가 운동을 하고 싶다 할 때마다 나는 수영을 추천한다

수영. 좋아하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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