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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 Jun 26. 2018

어쩌다, 나도, 출간.

<엄마, 나 시골 살래요> 출간 소식

'농촌생활학교에서 보내는 편지'의 에필로그를 지난해 8월 15일에 올렸으니, 이 연재를 마친지도 1년 정도가 지났다. 이 연재물은 2016년 9월~10월,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주관하는 6주간의 합숙 교육의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 프롤로그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12년의 서울살이를 정리하며 새로운 터전을 찾고 있었고,

-도시 생활보단 시골살이를 희망하는 나의 욕구를 발견했으며,

-요즘 점차 늘어나는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대안처럼 다루는 사회 분위기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고,

-과연 내가 얼마나 시골에 잘 적응해 살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이 교육을 선택했었다.


교육이 끝나고 나는 새로운 배움과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나는 몹시도 글을 쓰고 싶었다. 요즘 내가 붙들고 사는 책에 나오듯, "살다 보니 때를 놓친 것, 사라져 버린 것, 엉망이 되어 버린 것, 말이 되지 못하는 것이 쌓여 갔다." (은유, 쓰기의 말들, p.23, 유유, 2016) 그런데 더 이상 쌓아 놓고 지나가 버리고 싶지 않았던 가보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생애 처음 공개적인 글쓰기를 했다. 고작 이정도 글을 쓰며 8개월이나 걸렸나... 싶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그만두고 싶은 지난한 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완결이라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이 시간들을 정리하는 글을 끝내지 못하면 새 길을 찾아 떠나지 못할 것 같아서 글을 숙제처럼 썼던 것 같기도 하다. 원래 내게 익숙한 자리로 다시 돌아갈 것만 같은 불안한 나를 붙들기 위해서라도 써야 했다. 은유 선생님도 인용했듯, 릴케의 표현처럼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소멸될게 분명"해서라도 나는 글에 쥐어져야만 했다. (은유, 쓰기의 말들, p.27, 유유, 2016)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내게 온 행운

2017년 12월 22일 아침. 갑자기 브런치 알람이 계속 울렸다. 매거진 하나를 완결했지만, 내 브런치 알람은 평소에 울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나 "**님이 매거진을 구독합니다"가 뜨는 알람이 간혹 울렸는데, 그날 아침엔 이상하리만큼 많은 알람이었다. 계속 뜨는 알람을 두고 보다가 뭔가 잘못된 건가 싶어져 브런치에 들어갔다. 5번째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작을 소개하는 글(https://brunch.co.kr/@brunch/118)이 떠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클릭을 했다. 스르륵 훑었을 때 내 이름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1시간 후에 다시 읽었더니 제일 위에 내 이름이 있었다. 대상이었다.


'어릴 적에도 못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꺼번에 받는 건가?'


하고 어리둥절 했다.




<이야기 나무> 출판사와 출간 계약 그리고 브런치팀

브런치팀은 나를 '이야기 나무' 출판사(https://blog.naver.com/yiyaginamu) 분들과 만나게 해줬다. 찬 바람이 유난스럽던 1월, 합정동에서였다. 출간 계약이란 걸 처음 했다. '최대한 계약관계는 만들지 않고 살자' 주의인 나는 계약서를 앞에 두고 뭐가 뭔지 몰랐지만, 이것 저것 따지지 않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이 분들은 나쁜 짓은 하지 못할 분들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무조건 사인을 했다.


완결된 매거진이었지만, 책으로 출간되는 건 다른 차원이었다. 다시 원고 작업에 들어갔다. 편집자 분과 끊임없이 원고를 주고받으며, 한 문장 한 문장을 다듬었다. 나는 글을 쓸 줄은 알았지만, 좋은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아니었기에... 편집자님 없이 혼자였다면, 교정된 새 원고를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1월에 시작된 원고 다듬기와 본문 편집 과정은 6월 8일에 끝났고, 마침내 인쇄가 들어갔다.


세심한 브런치팀에서 선물해 줬던 스티커를 원고를 마무리하는 기간 동안 서재방에 붙여 놓고 지냈다. 늘 힘이 됐다 :)



새 책이 내게로 왔다

6월 23일. 새 책이 내게로 왔다. 이야기나무 출판사에서는 시골 사는 나를 배려해, 인쇄소에서 책이 넘어오자 마자 바로 작가 증정본을 보내줬다. 우체부 아저씨의 "계세요~" 소리가 들리자마자 튀어나가 상자를 받았다. 엄청 떨리고 흥분될 줄 알았는데, 막상 상자를 받아 안고 보니 무덤덤했다. 상자를 열고 들어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세상에 없던 것, 그런데 나와 아주 연결된 것이 존재하게 됨을 확인하는 순간. 출산 경험은 없지만 엄마들 심정이 이런 것과 비슷하려나... 싶었다. (최근에 태몽 같은 꿈을 여럿 꾸기도 했다 -.-;;)


수도 없이 쓰고 지우고 읽었던 내가 쓴 글인데도, 까슬까슬한 종이에 박혀있는 글자들이 낯설었다. 그리고 문득 겁이 났다. 내게 소중한 이 존재물이 서점에 놓여있는데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면 어쩌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그 자리에 멀뚱히 놓여 있다 먼지가 소복이 쌓이면 어쩌지? 아니다. 사실 가장 먼저 한 걱정은 (서점에 나가지도 못해서) '우리 출판사 창고에 자리는 넉넉할까?' 하는 것이었다.


어쩌다 출간한 내가 이런 걱정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다. 글쓰기계의 대모라고도 불리는 은유 선생님도 첫 책 1쇄를 다 팔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첫 책이 나오고 지인들이 "책 잘 읽었어요~ 책이 너무 좋아서 한 권 더 사서 친구에게 선물했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뛰었고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판매량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은유, 출판하는 마음, 제철소, 2018) 어쩌다 첫 책이 나온 초짜가 괜한 기대를 가질 필요도 없고, 출판계가 최악의 불황이라고 하는 시기인 만큼 더더욱 그렇다. 지인들의 '책 잘 읽었어요~'란 말도 믿지 말라는 원칙을 잊지 말자ㅋㅋㅋ


어쨌든, 브런치 덕분에, 이야기나무 출판사 덕분에, 책이 나왔다. 도시 밖 세상을 상상하는 사람들, 시골 살이를 꿈꾸는 사람들, 그냥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봐 주시길... 평화 :)

 






<엄마, 나 시골 살래요>, 이야기나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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