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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수술, 그리고 부서 이동

by 구형라디오

부산 가족 여행


지난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가족과 함께 부산 기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냈습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부산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였어요. 첫 번째는 절친 호경이 가족과 함께한 해운대 여행이었고, 이번엔 오롯이 우리 가족만의 시간이었습니다. 와이프의 친한 후배 덕분에 아난티 회원권 혜택을 받아 3박 4일 동안 알차게 즐겼습니다.


초등 6학년인 아들과 이제 물놀이와 여행을 즐길 줄 아는 6살 딸아이는 이번 여행을 무척 만족해했어요. 호텔에서 지내며 식사 준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와이프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어깨 수술과 창업 지원 과제


7월 31일, 부산을 일찍 떠나야 했습니다. 다음 날인 8월 1일, 1년 6개월간 고통스러웠던 회전근개 파열 수술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수술 전날 입원해 혈액 검사 등 간단한 검사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새로운 소식을 접했어요.


보통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3월에 마감되지만,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하반기에도 초기창업패키지와 예비창업패키지 모집이 있다는 기사를 본 겁니다. 작년 2월, 휴가 중 정부 지원 과제 신청 때문에 휴양지에서 새벽까지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작업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번에도 휴가 전과 휴가 중 지원서의 60% 정도 작업을 마쳤고, 수술 전날까지 지원서의 90%를 완성했습니다. 제출 마감은 8월 4일이었기에 수술 후 한쪽 팔로도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수술 후 왼쪽 어깨의 통증 때문에 한쪽 팔로 자료 작성이 쉽지 않을 거란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8월 3일 늦은 밤까지 모든 지원서를 완성했어요. 아쉽게도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으려 합니다. 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어깨 보조기도 벗었으니 이제 더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부서 이동과 영어


휴가 중 예상치 못한 소식을 하나 더 받았습니다. 20년간 신제품 Qualification 업무를 담당했는데, 처음으로 Customer Satisfaction 부서로 이동하게 된 거예요. 담당 고객은 애플입니다. 이동 사유는 미국 고객을 다루려면 영어 1급 보유자가 필요했기 때문인데, 2018년 미국 비지팅 리서치 프로그램 경험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회사 규정상 해외 연수는 3배 기간 동안 퇴사 시 교육비 페널티가 붙지만, 제 1년 연수의 의무 복무 기간은 이미 지났죠. 동료들은 “의무 복무 끝났어도 예비군, 민방위가 남았나 보네”라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8월 8일 자로 새 부서로 이동했습니다.


애플과 일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용어의 차이입니다. 같은 의미라도 우리 회사와 다른 단어를 사용하죠. 중국, 인도, 베트남, 미국 영어가 섞인 컨퍼런스콜 대화를 듣는 건 마치 의학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어렵습니다. 조사와 동사만 들립니다. 단어도 모르고, 억양도 낯설어 핵심만 겨우 파악하는 수준이에요. 한쪽 팔로만 타이핑하며 업무에 적응하느라 브런치 글쓰기도 잠시 멈췄습니다.


재충전과 다짐


그래도 틈틈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다시 읽었고, 생일 선물로 받은 임혜지 작가의 '고등어를 금하노라'도 완독 했어요.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작가의 독특한 교육 철학은 따라 하기 어렵지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제 재활을 통해 어깨도 회복 중이고, 2nd 프로젝트에서 GUI까지 완성했으니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하려 합니다. 내년 2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다시 도전할 계획입니다. 2014년 OPIC 1급 취득 후 놓았던 영어 회화 공부도 다시 시작했어요. 애플 고객을 상대하려면 격식 있는 영어 표현이 필요하니까요.


수술이라는 핑계로 15일간의 “잠수”를 끝내고 신입의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회사 업무와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스스로를 독려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의 응원도 큰 힘이 될 거예요. 우선, 셀프 응원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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