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비용을 내고, 시간은 누가 내는가.

고개과의 석식은 업무인가에 대한 생각

by 구형라디오

회사에서 한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일부 직원이 고객과의 저녁식사 시간에 대해 추가근무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예전에 다른 부서에서는 인정해 준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을 계기로 팀 안에서도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고객과의 저녁식사는 과연 업무의 연장일까.


영업팀이나 고객지원팀처럼 고객을 자주 만나는 부서는 회의도 많고,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도 잦을 수밖에 없다. 이런 자리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회사 경비로 처리된다. 사후 정산을 하기도 하고, 사전에 결재를 받기도 한다. 하루 종일 중요한 고객과 회의를 하고, 그 흐름이 저녁식사까지 이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갑’과의 석식과 술자리는 ‘을’의 입장에서 결코 편한 자리가 아니다. 회의가 끝났다고 긴장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혹시 실수하지 않을지, 고객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을지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다른 직원들이 퇴근해 각자의 저녁을 보내는 시간에, 누군가는 여전히 업무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이 자리는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다. 비공식적인 분위기 속에서 고객은 더 많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우리는 선을 지키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말을 고르고 태도를 조절한다. 대화는 부드럽게 흘러가지만, 머릿속은 계속 일하고 있다.


그래서 질문이 생긴다.
이 시간은 ‘업무’일까, 아니면 해당 직무에 따라오는 ‘업(業)의 일부’일까.


논쟁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업무라면 초과근무 신청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
직무 특성상 감수해야 할 영역이므로 근무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그동안 고객과의 석식이 ‘일의 연장’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을 초과근무 수당의 문제로까지 연결해 보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고객과의 식사를 좋아서 하기보다 관계 유지를 위해 감정과 태도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점에서 분명 업무적 성격이 있다는 주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스친다. 술자리에서의 대화와 분위기까지 모두 근로시간으로 계산해야 할까? 결국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자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다른 사례를 떠올리는 순간 다시 흔들린다.
예를 들어 골프 접대를 보자. 영업 직원이 고객과 골프를 치는 날, 그들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라운딩을 하고 저녁에 식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고, 누구도 그것을 개인적인 여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명백히 업무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고객 회의 후 이어지는 석식은 무엇이 다른가.
회사 비용으로 진행되고, 관계 형성과 정보 교류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으며, 참석 여부도 개인의 완전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적인 친분으로 이루어진 자리가 아니라면, 이 시간을 전적으로 개인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하나의 전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는지도 모른다.
고객과의 저녁 자리는 힘들지만 어쩔 수 없는 직무의 일부라는 인식. 회사는 그 자리에 드는 비용은 부담하지만, 그 시간 자체에 대해서는 개인의 헌신에 기대어 온 것은 아닐까.


이 문제가 불편한 이유는 단순히 수당의 많고 적음 때문이 아니다.
회사에 필요해서 이루어지는 행위라면 회사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를 개인의 희생으로 간주해 왔는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석식이 업무인지 아닌지를 단정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그 시간이 누구의 필요로 만들어진 시간인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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