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된 그가, 울고 있다

11 신생아 중환자실

by Clair de Lune


원래는 보호자가 있어야만 입원실로 갈 수 있지만, 이미 대기실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린 터라 수속을 미루고 입원실로 먼저 갈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바퀴 달린 침대에 눕혀진 채로 이동하고 있었다. 차가운 하얀빛을 뿜어내는 천장이 계속되다 어느 순간 아늑한 전구색의 천장이 보였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여태껏 귀 주위를 맴돌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백색소음이 사라지고 평온한 공기가 몰려왔다. 마음이 편안해지려던 그 순간, 그곳에 놓인 침대로 나를 옮기기 위해 간호사 두 명이 각각 나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들었다. 몸에 힘이 실리자 배에 진통과는 또 다른 종류의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간호사들은 나에게 수액 줄에 달린 동그란 버튼을 가리키며 진통제가 들어가는 버튼이니 견디기 힘들 때마다 누르고, 그걸 눌러도 너무 아프면 진통주사를 놔주겠다고 얘기하고는 병실을 나갔다. 나는 또다시 혼자 남겨졌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한 친정엄마가 병실로 들어왔다.

“괜찮아?”

엄마가 나에게 한 첫마디였다. 평소의 목소리가 아닌, 뭔가를 억지로 누르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내 상태가 과연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응”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곧 식사가 들어왔다. 병원 저녁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서 바로 윗 층에 있는 조리원 식당에서 가져온 밥이라고 했다. 24시간이 훌쩍 지나 먹는 첫 밥이었다. 그런데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었다. 병실 한편에 누가 봐도 묻고 싶은 말 수 백 개를 꾹꾹 누르며 앉아 있는 엄마가 있었다. 눈치가 보였다. 죄인이 된 것 같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한 채 제대로 분만도 못했고, 무엇보다 아기를 낳았다고 불렀는데 보여드릴 아기가 없었다... 온갖 유난 떨며 시험 공부 했는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온 날 느꼈던 기분과 비슷했다. 차라리 혼자 있으면 외롭긴 하더라도 마음은 편할 것 같았다.


그렇게 먹는 둥 마는 둥 몇 술을 뜨고 있는데 모모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괜찮아?”

하고 나의 안부를 묻는 모모아빠의 목소리에 슬픔, 걱정, 불안 같은 게 잔뜩 묻어있다.


“응. 괜찮아. 엄마도 오셨어. 모모는? 왜 그 병원으로 간 거야? 지금은 어때? 같이 있어?”

“아... 태어났는데 숨을 안 쉬어서... 의사가 숨 넣어주는 응급처치를 하다가 폐가 터졌는데... 근데 지금은 처치 다 해서 괜찮아. 지금 모모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고, 나는 그 밖에서 대기 중이야.”

“그래? 그럼 언제 와?”

“모모를 좀 더 지켜봐야 될 거 같다고 해서... 나도 오늘 밤엔 여기 있어야 될 것 같아...”

“아 그래... 모모 괜찮아? 어때? 누구 닮은 거 같아?”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나도 지금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이따 또 모모 보러 들어가면 사진 찍어서 보내줄게.”

“그래 알겠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그래, 너도 어머님이랑 잘 쉬고 있어.”



전화를 끊자마자 친정엄마가 모모는 어떠냐고 물어보신다.

“아... 처치 다 해서 이제 괜찮대. 그런데 좀 더 지켜봐야 한대.”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병원 바닥이 땅 속으로 꺼질 듯한 한숨을 쉬신다. 괜찮다고 하는데 왜 그러시는지...



몇 시간 후 모모 아빠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모모 폐에 기흉이란 게 생긴 거라서 삽관술? 그런 거 하고 지금은 자...”

그런데 곧이어 모모 아빠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왜 그래? 울어? 왜 울어? 괜찮다며? 무슨 문제 생겼어?”

“아니... 문제 생긴 건 없어.”

“근데 왜 울어???”

“아니야, 그냥 좀 힘들어서... 전화 끊고... 모모 사진 찍은 거 보내줄게.”




모모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더 묻고 싶었지만 붙잡을 수가 없었다. 잠깐 내버려둬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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