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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Jan 14. 2021

아날로그 선생님, 온라인에서 졸업식을 하다.

2020학년도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마무리하며

  신축년 새해가 밝고 다사다난했던 2020학년도가 마무리되었다. 개학 연기와 맞물리며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아날로그로 살아온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갑작스럽게 내려온 교육부 지침에 따라 부랴부랴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더빙 프로그램과 파워포인트로 온라인 수업 자료를 만들던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녹화 프로그램과 마이크를 구입해서 직접 목소리를 넣어 수업 자료를 제작하기까지 컴퓨터에 익숙지 않았던 아날로그 선생님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온라인 수업자료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고 아이들이 등교 수업하는 날이 늘어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8월 말, 코로나 19가 재유행하면서 다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다. 급작스럽게 온라인 수업을 해야 했던 1학기와 달리, 2학기에는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원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아졌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학습 결손이 우려되었기 때문에 쌍방향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교육부 차원의 지원은 많지 않았다.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위한 제반 사항들이 단위 학교의 결정과 교사의 재량에 맡겨진 상황에서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혼란이 가중되었다. 다행히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학년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위한 제반 사항들을 갖출 수 있었다.

  가정통신문으로 안내 사항이 나가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실시한 뒤, 본격적인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낯설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 시간과 과목도 늘어났다. 구글폼과 e학습터 평가 기능을 활용해서 학생들의 성취도를 확인하고, 학습 결손이 우려되는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고 줌(Zoom)에서 보충 지도를 실시하였다. 동학년 선생님들과 수업 협의회도 꾸준히 하면서 각 학급에서 적용한 노하우들을 나누며 한 학기를 무사히 마무리하던 차에 졸업식이 다가왔다.

  코로나 19로 추억이 많지 않은 6학년 학생들을 위해 기억에 남는 졸업식을 해주고 싶은 교장선생님께서 온라인 졸업식을 하자고 제안하셨다. 학모님들께서 졸업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셨기 때문에 졸업식 장면을 줌(Zoom)으로 방송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온라인 졸업식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동학년 선생님들도 흔쾌히 찬성하셨다.

  졸업식 당일, 각 학급별로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행사를 진행하였다.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과 아이들의 졸업장 수여를 온라인으로 함께 한 학부모님들께서 채팅창에 격려 말씀을 많이 남겨주셨다. 줌(Zoom)의 기록 기능을 이용해서 녹화한 졸업식 영상과 아이들의 일 년 활동을 담은 졸업 영상을 e학습터에 올려서 미처 참여하지 못한 학부모님들도 졸업식을 볼 수 있도록 해드렸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20학년도를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함께 한 온라인 졸업식으로 마무리한 것 같아 뿌듯했다. 원격 수업을 온라인 졸업식으로 끝맺으며 슬로우답터답게 천천히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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