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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Jan 13. 2022

소심한 우리들, ACT를 만나다!

새로운 관계의 실마리,  '수용-전념 치료'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살면서 좋은 점은 출근하면 아이들을 매일 볼 수 있는 것이고, 부담스러운 점도 아이들을 매일 보아야 한다는 입니다.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지나친 솔직함으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상처를 받으면 움츠러들고, 마음이 작아집니다.

  아이들만 선생님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사춘기 예민한 아이들의 컴플렉스를 자극하기도 하고, 자기를 혼내던 선생님의 화난 표정이 계속 생각나서 종일 괴롭기도 합니다. 자신이 잘못한 걸 알아도 꾸중을 들으면  야속하고 서운하게 느껴져서 괜히 선생님에게 툴툴대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있는 그대로 보여질만큼 하얗습니다.

 소심(素心)한 아이들은 순수해서 조심스럽고, 소심(小心)해진 선생님은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받은 상처에 힘이 듭니다. 잠시 떨어져서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초등학교는 중학교, 고등학교와 다르게 선생님과 학생들이 종일 같이 있어야 합니다.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함께 있어야 하고, 심지어 밥도 같이 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감정을 정리할 틈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면, 서로에게 받은 상처가 마음에 남아 학년이 바뀌고 우연히 마주쳤을 때 얼굴을 피할 만큼 어색해지기도 합니다. 소심해진 우리들,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도록 ACT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준 상처가 그 사람의 전부라고 단정 짓지 않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한 번의 행동은 한 번의 행동일 뿐 그 사람의 일부임을 경험하면, 한 번의 꾸지람 또는 한 번의 말대꾸 때문에 등을 돌리지 않습니다. 서운하면 서운해하고, 미워지면 미워하면서도 말 한마디 건넬 수 있고 걸어오는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소심(小心)한 초등교사로서 소심(素心)한 학생들과 한 번의 행동으로 서로를 단정 짓는 편안함에서 벗어나서 눈앞에 있는 서로에게 진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실마리를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이하 ACT)'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그 실마리가 앞으로 펼쳐질 삶이라는 여정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귀한 인연이 흔들릴 때 잡을 수 있는 동아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생각과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탓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여기는 심리치료적 접근.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기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자비롭게 바라보는 '자기-자비'를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김.


* 저자 소개: 초등학교 교사로 경력은 10년이 넘어갑니다.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지내다 보면 하루 만에 마음이 몽당연필처럼 닳을 때가 있습니다. 초임 때는 선생님인 나만 마음이 힘든 줄 알았지만, 경력이 차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선생님 때문에 몽당연필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마음이 닳지 않고 닮을 수 있도록, 좋은 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서 수용-전념 치료를 배우고 있습니다.


* 참고 도서: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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