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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Mar 27. 2022

이상한 달리기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수용-전념 치료는 ‘마음을 여는 과정(Open)’에서 출발하며, 이 과정은 ‘경험 회피’에서 빠져나와 ‘수용’으로 행동할 때 시작됩니다. ‘수용’은 불편한 생각, 감정, 자기-판단, 감각, 그리고 기억과 같은 내적 경험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시간과 힘을 낭비하게 했다는 ‘창조적 절망감(Creative Hopelessness)’에서 비롯됩니다. ‘창조적 절망감’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과의 싸움에서 벗어나서, 그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가치를 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기꺼이 경험하기(Willngness)’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교실에서 경험하는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피하거나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비난하면서 자책하기 쉽습니다. 불안, 우울, 좌절, 실망, 무기력과 같은 흰곰을 만날까 봐 점점 위축되고 자신이 없어집니다. 애써 괜찮은 척 억지로 힘을 내도 반복되는 문제 상황에 부딪히면 금방 주저앉게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 자기-판단, 감정, 그리고 기억들로 충분히 힘든 것에 더해서, 이것들을 피하려고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로 고통에 괴로움을 더합니다. 

  자책과 비난으로 인한 괴로움에서 벗어나, 가치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기꺼이 경험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이상한 달리기’를 소개합니다.




<경험적 연습 – 이상한 달리기>           준비물풍선


 1. 최근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을 풍선에 쓰고, 있는 힘껏 불어봅니다. 

 2. 풍선을 가지고 모둠별로 앉습니다.

 3. 모둠별로 대표를 한 명씩 뽑고, 모둠별로 풍선을 모읍니다.

 4. 대표는 순서대로 앞으로 나와 한 명씩 목적지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이때, 모둠 친구들은 모둠원에게 풍선을 던집니다. 모둠 대표는 풍선에 맞아도 그대로 걸어갑니다.

 5. 모둠별로 활동이 끝나면 두 번째 달리기를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모둠 대표가 목적지로 갈 때 모둠 친구들이 던진 풍선을 터뜨리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6. 불안과 걱정이 담긴 풍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가는 것과 없애고자 터뜨리면서 갔을 때 어떨 때 더 빨리 갈 수 있었나요?

 7. 이처럼 불안과 우울을 그대로 안고 목적지로 가는 것을 ‘기꺼이 경험하기’라고 합니다.




 ‘이상한 달리기’에서 학생들은 최근에 스트레스 받았던 경험을 풍선에 적고, 있는 힘껏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풍선을 다 불면 책상을 뒤로 밀고 모둠별로 모여 앉습니다. 대표를 한 명씩 뽑아서 출발선에 서도록 합니다. 대표는 순서대로 한 명씩 미리 정한 목적지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도록 하고, 모둠 친구들은 풍선을 대표에게 던지도록 합니다. 대표는 풍선에 맞아도 그대로 목적지까지 걸어갑니다.

  첫 번째 달리기가 끝나면 다시 모둠별로 풍선을 가지고 자리에 앉도록 합니다. 두 번째 달리기에서는 모둠 친구들이 던진 풍선을 터뜨리면서 목적지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도록 합니다.

  활동이 끝나고 자리를 정돈한 후, 학생들에게 첫 번째 달리기와 두 번째 달리기 중 목적지에 빨리 도착한 달리기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첫 번째 달리기가 더 빨리 목적지에 빨리 갈 수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첫 번째 달리기와 두 번째 달리기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학생들은

  “첫 번째 달리기는 풍선에 맞아도 그대로 목적지까지 갔지만, 두 번째 달리기는 풍선을 터뜨리면서 갔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학생들에게 풍선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감정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효과적으로 가기 위해서 불안과 우울과 같은 감정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도록 합니다. 학생들은 두 번째 달리기에서 풍선을 터뜨리느라 더디게 목적지에 갔던 것처럼, 원치 않는 감정과 생각을 만날 때마다 이를 없애려고 할수록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림을 경험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상한 달리기’에서 학생들은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만나더라도 이와 싸우지 않고 가치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기꺼이 경험하기(Willngness)’를 연습해 볼 수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기꺼이 경험한다는 것은 그 생각과 감정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또, 부정적인 내적 경험을 하는 순간이 지나고, 좋은 순간이 올 때까지 견뎌야 한다는 것과도 다릅니다. ‘기꺼이 경험하기’는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좋아하거나 견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첫 번째 달리기에서 목적지에 도착해도 터뜨리지 않은 풍선이 그대로 있었던 것처럼, 불편한 생각과 감정은 가치를 향해 행동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가치를 향해 걸어간 만큼 불편한 생각과 감정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가까이서 볼 때처럼 커 보이지 않습니다.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피하거나 없애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둔 채로 멀어져 보았던 경험은 지금 이 순간 힘든 감정에 충분히 머무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불편한 흰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간 경험은 우리를 더 자라게 하고, 더 커진 우리에게 흰곰은 예전만큼 무겁지 않기 때문이죠.


* 흰곰: '수용-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불편한 생각, 감정, 감각, 그리고 기억들


* 참고 도서

  -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 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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