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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Jan 20. 2023

마음은 말로 생각을 만든다(1)

불편한 감정, 생각, 그리고 기억을 덧칠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기

 마음챙김으로 지금 여기에 주의를 가져오면,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눈앞에 있는 대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 행동이 만들어낸 변화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또, 마음에 떠오르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애써 없애려고 하지 않고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 또는 해야 하는 것을 할 수 있음을 경험합니다. 이처럼 마음챙김은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만날까 봐 두려워서 피해왔던 길을 기꺼이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기꺼이 걸어간 길 위에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 외에도 다른 생각, 감정과 기억들이 있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마음에 떠오른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할 수 있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지금 이 순간에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면서 눈앞에 있는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좌절을 좌절로, 분노를 분노로, 실망을 실망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우리는 그것들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지금 이 순간에서 살아가지 못하며, 주변 사람들이 나를 위해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는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에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때 들려옵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이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지금 이 순간에 같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현재 순간에 접촉할 수 있습니다. 현재 순간과 접촉할 때, 삶은 매 순간 새로 시작될 순 없지만 매 순간 새로 시작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사실 우리는 마음챙김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에 빠져서 해야 할 것 또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치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에 사로잡혀서 지금 이 순간을 살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오래된 흉터같이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혀온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이 불쑥 나타날 때, 스스로 어리석다고 후회하는 행동을 합니다. 후회하는 행동으로 대표적인 것이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떠오른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쫓다가 힘을 다 쓴 나머지 지금 이 순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합니다.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지금 이 순간 생각을 보고 있는지 글을 읽고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떠오른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에 주의를 빼앗기지는 않았는지 돌아봅시다. 집중해서 글을 읽다가도 툭툭치고 올라오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이 어느새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불편하게 만들어 자리를 떠나게 할지도 모릅니다. 

  마음은 말로 움직입니다. 말은 흰곰을 불러오고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말이 데려온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경험합니다. ‘피부 밖의 세상’에서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피부 안의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이 떠오릅니다. ‘피부 안의 세상’에서 떠오른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이 ‘피부 밖의 세상’에서 읽고 있는 글보다 생생할 때, 우리는 흰곰을 따라갑니다.   

  수용-전념 치료에서는 사람은 한 시점에 ‘피부 밖의 세상’과 ‘피부 안의 세상’을 동시에 살아간다고 이야기합니다. ‘피부 밖의 세상’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피부 안의 세상’에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이 떠오르는 것처럼, 우리는 두 맥락에서 살아갑니다. 마음은 ‘피부 안의 세상’에서 어떤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끊임없이 나에게 속삭입니다. ‘피부 밖의 세상’에서 소음을 막기 위해 창문을 닫는 것처럼, ‘피부 안의 세상’에서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막기 위해 마음을 닫을 순 없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자인 대니얼 웨그너(Daniel M. Wegner)의 '흰곰 실험'에서 흰곰을 떠올리려 하지 않을수록 더 흰곰을 자주 떠올렸던 것처럼,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은 경험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흰곰 실험'으로 알 수 있는 '피부 밖의 세상'과 '피부 안의 세상'의 차이가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에게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든 이유입니다.


*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생각과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탓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여기는 심리치료적 접근.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기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자비롭게 바라보는 '자기-자비'를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김.


* 흰곰: '수용-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불편한 생각, 감정, 감각, 그리고 기억들


* 참고 도서

  -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 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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