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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Jan 18. 2023

지금 이 순간, 마음챙김(2)

힘든 경험을 하는 순간에도 삶에는 그 경험외의 다른 것이 있음을 알아채기

 우리는 하나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또 그 과제를 해결한 후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밀린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수업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아이들이 하교한 교실에서 무엇을 할지,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행동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잠자기 전 돌아보면 지난 시간이 하루만큼 무겁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서 살아가기보다는 마음에 떠오른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에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도 기억에 남는 문장이 많지 않은 이유가 책을 잠시 덮고 지금 읽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지나간 하루가 보낸 시간만큼 무겁지 않은 까닭도 잠시 멈춰서 주변에 있는 대상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을 갖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서 마음챙김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경험적 연습 – 마음챙김>               준비물: 사탕


1. 준비한 사탕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2. 사탕을 입안에 넣고 씹지 말고 굴려봅니다.

3. 입에서 굴린 사탕을 천천히 먹어봅니다. 맛을 집중해서 느껴봅니다. 

4. 다른 사탕을 하나 더 준비합니다. 다만, 이 사탕을 먹기 전에 최근에 나를 힘들게 했던 경험을 먼저 떠올려 봅니다.

5. 나를 힘들게 했던 경험을 생각해 보면서 두 번째 사탕을 천천히 먹어봅시다. 사탕의 맛을 느끼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경험을 계속 떠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사탕을 다 먹은 후에, 처음 사탕을 먹었을 때와 두 번째 사탕을 먹었을 때 어떤 사탕이 더 맛이 강하게 났는지 생각해 봅시다.





  아이들은 <경험적 연습 - 마음챙김>에서 첫 번째 사탕을 먹을 때보다 두 번째 사탕을 먹을 때 맛이 좀 덜 느껴졌을 것입니다. 친구와 다투어서 속이 상했던 일,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어서 의기소침했던 기억,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나기 시작한 여드름 등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사탕 맛에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했기 때문입니다. 변한 건 사탕의 맛이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장소입니다. 아이들은 첫 번째 사탕을 먹을 때 지금 여기에 있지만, 두 번째 사탕을 먹을 때는 마음에 떠오른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이 생겨난 그때 그 장소에 있습니다.

  수용-전념 치료에서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마음챙김도 평화로운 상태에서 마음을 비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수용-전념치료에서는 불편한 경험을 하더라도 이것이 없어질 때까지 삶을 유보하는 것이 아닌, 그 경험과 함께 해야 할 것 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하며, 마음챙김은 마음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수용-전념 치료에서는 마음챙김으로 지금 이 순간으로 주의를 가져오고자 합니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사탕을 먹었을 때 처음 사탕을 먹을 때보다 맛이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탕의 달콤함과 시큼함이 느껴졌던 것처럼, 고통스러운 경험을 할 때도 삶에는 그 경험 외에 다른 것들이 존재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경험 말고도 지금 이 순간에 다른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알아차림은 삶이 마음이 아닌, 눈앞에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흰곰이 눈앞에 있는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로 우리를 데려갈 때,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 외에도 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줌으로써, 지금 여기에서 함께 있는 대상들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삶이 눈앞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 여기에서 함께 있는 대상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때, 우리는 흰곰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아도 됨을 깨닫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사로잡은 흰곰 외에도 지금 이 순간에는 다른 어떤 것이 존재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챙김으로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가져오기 전에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이 없어질 때까지 그것들만 바라봤다면, 마음챙김으로 우리는 불편한 흰곰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 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불편한 흰곰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흰곰이 우리 삶을 통제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생각과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탓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여기는 심리치료적 접근.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기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자비롭게 바라보는 '자기-자비'를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김.


* 흰곰: '수용-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불안과 우울과 같은 불편한 생각, 감정, 감각, 그리고 기억들


* 참고 도서

  -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 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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