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먼지 하나도 움직일 수 없지만 행동은 자기 자신을 움직일 수 있다
수용-전념 치료에서 이야기하는 ‘현재 순간에 접촉하기(Getting contact with the Present Moment)’는 익숙한 삶의 방식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을 말합니다. ‘물러나기’와 ‘접촉’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러나는 방향과 접촉하는 대상을 생각하면 둘은 모순되지 않습니다.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과 싸우지 않고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 '방향'이며, '대상'은 우리가 접촉하고자 하는 '지금 이 순간'입니다. 우리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없애고자 하는 익숙한 삶의 방식과 거리를 둬서, 지금 이 순간에 접촉하고자 합니다.
‘현재 순간에 접촉하기’는 불편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우리가 누구이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힘들고 고통스럽거나 불쾌하고 난처한 생각, 감정, 자기-판단, 감각, 그리고 기억을 만났을 때,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경험들과 함께 머무르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닌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대상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며 상호작용 하는 것이 ‘현재 순간에 접촉하기’입니다.
변화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고 솔직하게 알아차릴 때 일어납니다. 문제집에 있는 문제들을 채점도 하지 않고 풀기만 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없습니다. 당장은 문제를 풀고 있다는 안도감에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순 있지만, 똑같은 문제를 똑같은 방식으로 틀리고 있음을 놓치기 쉽습니다.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습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채점하지 않고 문제를 풀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현재 순간에 접촉하기’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대해왔고 대하고 있는지를 경험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알아차림은 불편한 흰곰이 찾아올 때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했던 행동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것에서 시작되며, ‘마음챙김(Mindfulness)’은 그 출발점이 됩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지금 이 순간에 잠시 멈춰서는 것을 말합니다. 쉬지 않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것 같은 공허함이 들거나,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낄 때 마음챙김은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불편한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음을 깨닫는 것에서 마음챙김은 시작됩니다. 어떤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을 때 그 경험에서 도망치거나 합리화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 함께 있는 사소한 것에 주의를 집중할 때 마음챙김을 향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비워져 있기 때문에 공허함과 허전함이 느껴진다고 했지만, 공허함과 허전함이 느껴지는 순간에도 마음은 비워져 있지 않습니다. 마음에는 끊임없이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경험하는 그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로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면 어떤 생각, 감정, 그리고 기억들도 우리를 채울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처한 현실이며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감정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바꿀 수 있는 건 치밀한 계획이 아닌 작은 실천입니다. 변화는 생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행동으로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먼지 하나도 움직일 수 없지만, 행동은 적어도 자기 자신을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이 행동이 지금 이 순간에 있는 대상과 관련될 때 변화는 이루어지며, 마음챙김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성찰할 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