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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석맨 Dec 24. 2022

두 번째 뇌를 위한 공장식 생각법

공장식 생각법으로 두 번째 뇌를 최적화하기

공장(factory)? 최신 지식 관리 기법을 이야기하는데 웬 구식의 공장을 말하는 거지? 하며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공장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이 왠지 낡고 전통적인 느낌이라 그렇다. 하지만 공장은 물건, 즉 아웃풋(output)이 나오는 곳이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것들은 어떤 부분들이 결합해 나온 아웃풋이다. 예를 들면, 월급은 열심히 일한 결과의 아웃풋, 멋진 근육은 매일 헬스장 다닌 아웃풋, 브런치 글은 항상 메모하고 생각한 활동의 아웃풋이다.


공장은 우리가 쓰는 대부분이 물건이 생산되는 아웃풋(output)의 장소다. 두 번째 뇌(Second Brain) 만들기에서 공장식 생각법이 필요한 이유다.



도서관식 대 공장식 생각법


개인지식관리(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PKM)에서는 크게 두 가지 생각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도서관(Library)식 생각법은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대분류에서 소분류로의 흐름(flow)이다. 도서관의 분류 체계인 듀이십진분류법(Dewey Decimal Classification, DDC)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800 – 문학 (Literature)이라는 대분류 아래 810 미국문학이 있는 식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컴퓨터에서 파일을 정리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반면, 공장식(Factory) 생각법은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레고 조각이 조립되는 방식과 같다. 자동차가 공장에서 여러 부품들이 조립되는 과정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요즘 개인지식관리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니클라스 루만 교수의 제텔카스텐(Zettelkasten)도 이런 방식으로 원자(Automatic) 노트를 연결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왜 공장식 생각법이 필요한가?


첫째, 생각의 고립을 막는다  

도서관 생각법은 큰 주제에서 작은 분류로 나누어지는 방식이다. 범위가 이 큰 주제 안이므로 새로운 결합을 통한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반면, 공장식 생각법에서는 여러 개의 부분이 모여 조립되는 구조라 아웃풋은 여러 형태가 나올 수 있다.


둘째, 창의적인 조합이 가능하다

공장식 생각법은 큰 틀 안에 갇히지 않으니 창조적인 조합이 가능하다. A 노트와 B 노트와 결합하여 C가 될 뿐만 아니라, A 노트와 C 노트가 결합하여 D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창의적인 조합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우연한 발견)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아웃풋(output)이 나온다.

공장식 생각법은 공장에서 물건이 나오듯, 아웃풋이 나오는 생각법이다. 반대로, 도서관식 생각법은 대분류에서 소분류로 뭔가 복잡한 것을 정리하기에는 유용한 생각법이지만, 아웃풋이 나오기 힘들다. 두 번째 뇌(Second Brain)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소비가 아니라 능동적인 생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동양인이 두 번째 뇌 만들기에 유리하다?


책 <생각의 지도>를 쓴 미시간대학교 심리학 교수 ‘리처드 니스벳의 어항 실험'은 다양한 환경 차이로 인해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다르게 작동하는지 실험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제시했다.


<출처: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EP.62>


이 실험에서는 동양인과 서양인에게 어항 사진을 보여준다. 어항 사진에는 색깔이 다른 물고기, 수풀, 개구리 등이 섞여 있다. 이런 사진을 짧게 보여준 후, 동양인과 서양인에게 무엇을 봤냐고 물어보면 큰 차이가 나는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동양인은 그림을 전체적으로 훑어 상세하게 어항 속 풍경을 설명한다. “왼쪽에는 파란 수풀과 개구리가 있고, 가운데는 빨간 물고기, 위에는 파란 물고기가 있어요.“하는 식이다. 하지만, 서양인은 “개구리가 눈에 띄었어요”, “파란 물고기가 멋있어요”와 같이 답변한다.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여러 개체 사이의 관계를 잘 보고 종합적 개념 정리를 잘하고, 서양인은 개별 개체에 대한 세부 분석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항 속을 관찰하는 동양인 눈동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서양인보다 배경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일상생활에서도 동양인은 주위의 환경이나 사람 관계를 중시하지만, 서양인은 개인을 중시한다. 우편번호 주소 체계만 봐도 한국에선 큰 지역을 먼저 쓰지만, 미국과 같은 서양에선 좁은 범위인 주소를 먼저 쓴다. 이런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양에선 몸 전체를 보는 침술이 발달했지만, 서양에선 개체를 분석하는 해부학이 발달했다. 15세기까지만 해도 동양의 과학기술이 서양을 압도했지만, 이후 작은 개체를 분석적으로 연구하는 서양 과학에 주도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분석적 서양의 발전도 한계에 부딪히고 총체적 개념이 중요한 융합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융합이 중요해진다. 대표적인 사례인 ‘아이폰’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이폰은 전화기뿐만 아니라, 문자 송수신, 사진기, 이메일, 메모 등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아웃풋이다.


동양인의 총체적 사고방식은 개인지식관리(PKM) 시대에 적합한 방식이다. 두 번째 뇌(Second Brain)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메모나 노트를 조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동양인에게 훨씬 유리하다. 그렇다고 분석적 사고방식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균형 있는 사고로 둘의 장점을 취합해야 한다.



목적은 아웃풋이다!


우리가 ‘두 번째 뇌(Second Brain)‘를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가? 

두 번째 뇌 만들기는 자기 계발이 아니다’의 결론 부분에서 말했다. “두 번째의 뇌의 목적은, 첫 번째 뇌가 매 순간 여기에 살아있다고 느끼고, 자유롭게 나 자신이 되고, 하고 싶은 걸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두 번째 뇌는 인공 지능(AI) 비서와 같이 내 ‘질문’에 답을 하는, 즉 아웃풋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두 번째 뇌는 아웃풋에 최적화되어야 한다.


두 번째 뇌를 만드는 10가지 원칙’에서 4번째 원칙 “카테고리가 아닌 프로젝트로 분류하라”고 말하는 이유도 프로젝트가 아웃풋을 내기에 가장 적합한 단위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가 소비(consumption) 지향적이라면, 프로젝트는 생산(production) 지향적이다.


공장식 생각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도 결국 더 나은 아웃풋을 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바텀업(Bottom-Up) 접근 방식을 취하면 좋다. 작은 것으로 시작하면 부담도 적어 쉽게 시작할 수 있다. 


개인지식관리(PKM)에서 이 ‘작은 것’은 ‘메모’라 할 수 있다. 메모를 언제 어디서나, 시도 때도 없이 만들어야 한다. 이런 메모들이 쌓여 또 다른 메모, 새로운 아웃풋이 창조된다.



연결 문서

두 번째 뇌를 만드는 10가지 원칙

두 번째 뇌 만들기는 자기 계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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