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분석맨 Jun 03. 2022

빅테크 공룡들이 해저를 장악하는 이유

해저로도 침투하는 IT 공룡들


그동안 해저 광케이블은 통신 사업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워낙 비용 투자가 많은 만큼 각 나라의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함께 참여한다. 광케이블이 여러 나라를 통과하기 때문에 각국의 통신 사업자들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규모의 메이저 통신사가 참여한다.

그런데, 구글이 2008년경 유니티(Unity)라 명명한 해저 광케이블을 시작으로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GAFAM에 속하는 IT 공룡(빅테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니티는 일본과 미국 LA 구간의 대륙 간 횡단 케이블로 9,620km 길이에 9Tbps 용량을 제공한다. 201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래와 같이 IT 공룡들이 소유하고 있는 광케이블 길이를 보면, 구글의 경우 벌써 10만 km를 넘었다. 참고로 한국, 일본, 중국, 대만과 미국을 잊는 TPE 대륙 횡단 케이블의 경우, 길이가 약 17,700km(11,000마일)이다. 2018년 9월에 업데이트된 BroadbandNow의 자료를 보면, 구글이 가장 긴 케이블을 소유하고 있고, 2위는 페이스북, 이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순이다. 구글이 이미 전 세계 해저 광케이블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니 놀랍다!

IT 공룡이 소유한 해저 광케이블의 길이 이미지 (Source: BroadbandNow)


구글은 심지어 컨소시엄이 아닌 독자적인 사설(private) 케이블도 4개나 된다. 마리 퀴리(Marie Curie) 부인의 이름을 따라 지은 퀴리 케이블은 구글 단독으로 설치한 것으로 LA와 칠레(Chile)를 잇는 6,200mile(약 9,980km) 길이에 72Tbps 용량이다. 칠레로 직접 연결되는 최초이자 최대의 단일 광케이블이다. 미국 LA의 이퀴닉스(Equinix) LA4 데이터센터가 이 케이블의 육양국이다.

* 육양국(Cable Landing Station)이란 해변에 설치되는 통신국사로, 바다 밑으로 건설되는 해저케이블을 육지로 끌어올려 지상의 통신망과 연결해주는 곳이다.



빅테크 기업이 해저 광케이블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빅테크 주요 기업들이 모두 해저 광케이블 사업에 뛰어드는 걸까?
이유는 '클라우드(Cloud)' 서비스 때문이다. 최적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지연(latency)을 최소화해야 한다. 구글(Google)은 GCP, 아마존(Amazon)은 AW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Azure 라는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가트너에서 발표한 최근 클라우드 트렌드 하나를 보면 알 수 있다.


"2023년까지 리더 그룹에 속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은 저지연(low-latency)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은행 ATM 기기만큼 많이 분산된 환경을 갖출 것이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은 관련 글: 2020년 클라우드 도입에 영향을 주는 4가지 트렌드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 담당 부사장 밴 트레이너(Ben Treynor)도 “클라우드 사업을 호주, 남미와 같은 국경, 대륙을 넘어 확장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을 때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구글은 컨소시엄 형태의 케이블 사업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직접 투자를 원한다.

구글이 무서운 점은, 통신 사업자·ISP 사업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과거 닷컴 버블로 인해 통신 사업자가 헐값으로 내놓은 다크 파이버(dark fiber)를 사들여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고속의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었다. 구글이 빠른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최적의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이런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쟁 상대


네이버에 있는 한 친구와 얘기해보면, 네이버의 경쟁상대는 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이 더 이상 아니다. 이미 IT 시장은 검색을 넘어, 동영상, 자율주행, 통신(5G),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클라우드 등 소위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을 통해 국경과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이런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가 바로 '클라우드'이고, 이 클라우드를 받쳐주는 것이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광케이블)이다.


해저 광케이블의 경우, 한국이 지리적으로 불리한 점도 있다. 미국에서 오는 대륙 간 해저 광케이블의 경우, 한국을 배제하고 일본을 거쳐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를 경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해저 광케이블이 일본은 대부분 거쳐 가지만 한국은 지나치는 경우도 꽤 많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현재 네이버클라우드)을 통해 2017년 4월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네이버도 이미 일본·싱가포르·홍콩·미국·독일 등 해외 5개국에서 6개 리전을 운영 중이지만, 규모, 인재, 투자 등 모든 면에서 GAFAM 기업과 경쟁하기엔 너무나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Google Network (Source: Google Blog)


구글 클라우드 제품 사이트에 나와 있는 'Google Network'을 봐도 구글 네트워크(파란색 선)에서 한국은 빠져있다.


아래 사이트를 가면, 전 세계 해저 광케이블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지도상에 보여준다.

https://www.submarinecablemap.com/

매거진의 이전글 애플 창업일은 만우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