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분석맨 Jun 20. 2022

인도 출신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지배하는 이유

월스트리트는 유대인, 실리콘밸리는 인도인

월스트리트의 금융을 유대인이 차지하고 있다면, 실리콘밸리 IT는 인도계가 주름잡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인도 IIT(인도공과대학) 출신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가 이끌고 있다. MS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rayana Nadella)도 인도계다.


가장 최근에는 2021년 말 파라그 아그라왈(Parag Agrawal)이 트위터(Twitter) CEO에 올랐다. 37세에 불과한 아그라왈은 뉴욕증시 S&P 500 지수에 포함된 주요 기업 CEO 중 가장 어리다. 과연 MS 사티아 나델라처럼 아그라왈도 트위터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인공지능(AI) 전문가인 그는 2017년 트위터 CTO로 선임된 후 트위터의 기계학습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도 출신 CEO들


전현직 인도 출신 CEO들은 정말 많다. 과거에 중간 관리자에 다수 포진했던 인도인들은 CEO 영역까지 올라가며 특히, 테크 분야에 엄청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도 출신이 약진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인도계가 실리콘밸리의 리더 포지션을 장악해가고 있다. 특히, 미국 IT 기업에서 활약하는 인도계 다수는 미국 태생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에서 인도인들의 활약도가 더 두드러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분석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5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영어가 큰 몫을 한다.


미국에서는 동양과 달리 '문서' 위주의 문화보다 '말하는' 문화가 강하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발표가 많고, 그룹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토론도 많이 한다. 직장에서도 리더 위치로 갈수록 말발이 중요해지는데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렸을 때 오지 않으면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


인도인들은 영어가 공용어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사용하여 영어가 유창하다. 반면, 한국, 중국, 일본인들 중에 성인이 되어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고학력 인구수


미국으로 건너온 인도인들은 대부분 고학력자로 약 70% 이상이 학사학위 이상 소유자다. 미국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한 학사학위 비율에 비하면 확연히 높다.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인도인들의 고학력 인구수는 압도적이다. 아래 미국 인구조사국(United States Census Bureau)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가 인도인이 26%로 1위로 캘리포니아 17%, 나머지 미국 16%보다도 많다. 중국인은 뒤를 이어 14%를 차지한다. 한국인은 2% 정도다. 

  

<출처: 미국 인구조사국>

* 참고 자료: Asian immigrants transforming Silicon Valley (AsAmNews)


이런 결과는 인도의 치열한 교육열의 결과라 할 수 있다. 10억이 넘는 인구, 수십 개의 언어, 불평등한 빈부격차 등의 다양한 환경이 성공에 대한 열망을 부채질한다.


더구나 미국에서 교육받은 이런 인재들이 미국에 남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일본인은 미국 유학이 많지 않고, 중국인과 한국인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뒤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도인은 미국에 남는 경우가 많다. 인도의 열악한 상황이나 카스트 제도 같은 불평등한 문화가 이런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셋째,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집중한다.


인도의 교육은 의학 분야와 공학 분야에 대한 몰입 현상이 심하다. 인도 영화 <세 얼간이(3 Idiots, 2009)>를 보면 이런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서 나타나는 공무원 열풍과 비교해 보면 대조적이다.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트위터 CEO 아그라왈은 인도 IIT(인도공과대학) 출신이다. ‘미국 MIT 공대에 떨어지면 IIT에 간다’는 농담으로 유명한 그 명문 인도 공과대학(IIT)이다. MS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rayana Nadella)도 인도 망갈로르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IBM CEO 아빈드 크리슈나도 카라푸르 공대 출신이다.


인도에는 IIT 외에도 31개 국립기술공대, 25개 인도정보통신대학, 19개의 정부지원 공대들이 있다. 이러한 공대에는 공동입학시험(Joint Entrance Examination·JEE) 성적순으로 입학한다. JEE 과목은 수학, 물리학, 화학 등이다. JEE 성적 우수자들 중에 명문 IIT에 입학하려면 훨씬 어려운 JEE-Advanced(심화과정) 시험을 치러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2학년 수준의 문제가 출제된다. IIT 탑 5개 대학은 평균 경쟁률이 200 대 1로 세계에서 가장 힘든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미국은 1950년대에 이민 정책을 출신국별 할당에서 기술 보유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이로 인해 교육 수준이 높은 인도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의사들이 대거 미국으로 몰려왔다. 나중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미국에는 인도계 전문직 종사자 약 400여만 명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소득 수준도 높다. 더구나 이들 중 약 100만여 명은 과학자나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에게 발급되는 H-1B 비자의 70% 이상은 인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 돌아간다. MS와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의 외국인 엔지니어의 40% 이상은 인도 출신이라고 한다.



넷째, 일반 아시아인들과 다르게 자기주장이 강하고 정치에 능하다.


중국인의 고학력 인구수도 인도인보다 많진 않지만 상당하다. 하지만, 관리자 포지션에 인도인만큼 중국인이 많지는 않다. 위에서 언급한 영어와 적극적인 말발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인도인들은 보통 자기주장이 강해 의견도 많이 내고 말이 많은 편이다. 반면, 유교 문화에 익숙한 중국인, 한국인은 잘 나서지 않고 조용한 편이다.


또한, 인도인은 정치에 상당히 능하다. 이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련된 스킬이라도도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상사에게 아부 잘하는 밉상 동료로 비춰질 정도다.


인도계 출신인 CNN 디지털 뉴스 오피니언 담당 부사장 S.미트라 칼리타는 “변화와 불확실성을 수용해온 인도 문화를 통해 수용과 인내를 길렀으며 관료주의와 혁신 사이에서의 중심을 잡을 훈련을 한 점이 강점이다”라며 인도계 출신 CEO 증가 현상을 분석하기도 했다. 



다섯째, 인도계 네트워킹


인도인의 네트워킹은 한국인이 보기엔 다소 뻔뻔할 정도로 강하다. IT팀의 애플리케이션팀은 70% 이상이 인도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보았다. 서로 밀어주고 같은 인도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한국인은 오히려 같은 한국인을 꺼려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전에 어떤 친구에게 들었는데, 인도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온 인도인들이 집 하나를 렌트해 3~5명 정도가 같이 거주하면서 지낸다고 한다. 미국에서 석사나 박사를 하거나 혹은 취업을 해서 직장을 잡아 한 명이 나가면 다시 인도에서 온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끈끈한 연대를 보이는 성향이 아니다. 물론, 실리콘밸리에도 BAKG 그룹이라는 한국계 기술 네트워킹 그룹이 생겼지만 인도계의 규모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상으로 인도계가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한국계도 최근에는 창업도 늘어나고, 기술 인력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 관리자 포지션에 한국계도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