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 시스템 녀석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 읽고 있는 도둑맞은 집중력까지 읽는 내내 '그래 맞아 어떡하냐 내 집중력...' 하며 공감에 공감을 더하면서 진지하게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금 사회에 만연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당장 나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고민인 것이다.
생각은 하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 '해야지..'라는 답변은 할 수 있어도 '그럼! 당연히 하고 있지!'라고 말하기엔 민망하다고 해야 할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하는 게 맞겠다. 말 그대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마치 가만히 있는 시간이 생기면 나 스스로가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뭐라도 하려고 아둥바둥이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런 행동 자체에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냥 일상 속에 각인이 된다.
그렇다면 그게 나 스스로에게만 탓을 할 것인가 묻는다면 또 그렇지만은 않다고 위로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사사건건 모든 게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는 탓이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절대적인 것처럼 받들고 있는 다수가 계속해서 압박해오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게 훨씬 많을 텐데도 말이다. 시간과 돈을 연결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생각해 보자는 건데.. 대부분이 '됐고 그래서 얼마나 걸리는데'라고 묻는다.
이는 빨리빨리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하겠지만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가더라도 할 건 하면서 빨리빨리를 외쳤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냥 빨리빨리가 돼버렸다. 너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가이드라인이나 스탠다드라며 나오고 있는 표준화된 기준이다. 건축에서는 합리적인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양식을 맞추기도 하고 각종 계획론을 배포하면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나누어주면서 여기에 적힌 대로만 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표준은 최소한의 기준이며 참고용이지 그 이상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배포되는 자료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귀중한 자료이다. 생각을 하면서 본다면.. 마치 어렸을 적에 글을 처음 배울 때 옅게 써져 있는 글자들을 따라쓰면서 익히는 것처럼..
그러나 이런 가이드라인이나 표준양식들에 빨리빨리가 붙어버리면 문제가 된다. 검토는 내가 했으니깐 너는 그냥 따라만 해가 돼버리기에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건너뛰고 바로 복사 붙여 넣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와 조금이라도 다른 상황이 되면 다시 그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게 된다.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들을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처럼 입력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돼버리면 이를 어떻게 설계자이고 건축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냥 건축일을 조금 더 해본 사람 아닌가?
가이드라인이나 표준화된 기준들을 보면 조그마하게 쓰여있다. "이 자료는 법적 효력이 없기에 자신의 프로젝트에 맞게 검토가 필요하니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라"라고.. 그렇기에 참고하며 내 생각을 더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 이러다간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는 말이 현실로 될까 두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