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지정되어 의무적으로 주는 혜택은 공평한가?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푸념을 하고 있을수도 있다.... 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 여성 기업에게만 주는 수의계약 ?
"이런 좋은 기회가 있으면 공지를 좀 해줘라~~ 신청이라도 좀 할 수 있게!"
"이건 여성기업들만 줄 수 있는거라서 너는 해당 안 돼.."
최근에 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아는 공무원과 대화를 하다가 조금은 놀랄만한 일이 있었다. 공공건축 중에서일정금액 이하의 계약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임의로 지정해서 계약을 맺음)을 진행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여성기업에게만 기회를 주는 제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건축뿐이겠냐만.. 우선 내가 직접적으로 느낀 바를 이야기해야하기에…)
전체 계약의 비중에서 여성기업이 계약을 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여성기업에게 일을 최소한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라는 취지를 들었을 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중이라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 기업 중에서도 계약을 하는 업체가 계속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전체 계약 비중의 몇퍼센트가 여성기업이다 아니다라고 말하기에는 취지와는 맞지 않는 통계가 된다. 남자라고 해서 모두가 계약을 따내는 것이 아니라 남녀할 것 없이 따내는 업체가 다시 따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고자 다른 업체에게도 기회를 줘야한다면서 수의계약을 할 때에도 담당공무원은 최소 2~3개의 업체와 컨택을 하고 계약을 맺으려고 한다.
▥ 신진 기업은?
일의 기회가 없는 것이 비단 여성기업에게만 있는 것인가? 기업 자체를 남성기업 여성기업이라고 나누는 것 자체가 이 글을 쓰면서도 어색한데 기회를 논하는 것이라면 여성 기업이 아닌 신진 기업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게 맞는게 아닌가?
회사를 운영한지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난 뒤로 화보다는 허무하다고 해야할까?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가 남자라고 해서 일의 계약이 많고 어떤 이득을 취하고 있으면 말을 안하겠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사회에서 남녀 따질 거 없이 자리를 잡는다는 건 똑같이 힘든거 아닌가?
로비를 하네, 줄을 서네, 어디다가 금품을 줬네 이런 안좋은 문화들이 있었을 때에는 우위에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모든걸 근절하려고 하는 추세이고 나조차도 (다음에 이야기할 설계공모처럼) 안좋은 폐습은 어떻게든 안하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다짐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그렇게 근절하려고 하는 안좋은 문화들을 해서라도 먹고 살아라는 것인가? 그렇게 들리는 것 같다. 마치 너는 마음만 먹으면 기회를 얻을 수 있잖니 하면서..
일이 없는 건 똑같이 없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의무적으로 일이 주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가능성조차 없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게 공평이고 평등인가?
예를 들면 이렇다. 지역내 건축사가 100명이 있다고 한다면 신진기업으로써 나는 100명과 경쟁을 하는 것인데 그 중 여성건축사가 10명이라면 10명끼리 경쟁할 수 있는 계약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끼리 경쟁할 수 있는 계약이 따로 있나? 참 아이러니하다.
▥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솔직히 좋은 소리를 못 듣을것이라고는 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피해를 보고 있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피해를 보는 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을 위해 법적으로 보호를 해줘야하는 것은 맞는데 무슨 전문적인 일까지 그렇게 나눠버리면 어디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가? 묻고 싶다.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그 성장을 위해서 다수라고 말하고 있는 남자 중에 일부는 그 제도 때문에 망해야 한다는 것인가? 물론 이 제도 때문에 망했다고 한다면 어차피 망할 놈이겠지만 영향이 없을수가 있겠는가?